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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한미 FTA, 참여와 소통이 있었을까?

적절한 절차와 국민의 알권리와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는 정부. 출퇴근길에 깔린 전경들을 보고 왜 요즘 이렇게 경찰들이 거리에 많나고 물어보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뭐라 설명할 말이 없습니다. 한류니 인터넷 강국이니 코리아를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시민들이 추운 겨울날 물대포 맞아가며 정부를 향해 지탄하는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FTA 독소조항을 설명해도 외국인 친구들은, 그럼 다시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되묻습니다. 도대체 왜 저렇게 까지 해야할까. 너무 오버하는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날치기든 폭력이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과만 시키면 승리다! 그 이후에 생기는 일들은 무력으로 진압하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 질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승리!' 아마 이것이 이번 FTA 비준안을 통과시킨 의원들의 아젠다였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출처: 노컷뉴스)

 

 

정부 정책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국민입니다. FTA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국민입니다. 이번 FTA 날치기 통과는 국회의원이 스스로를 결정권자라고 착각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적절하고 충분한 단계를 거치지 않은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더구나 그 이후에 벌어지는 집회 등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물대포 대응을 통해 진압하고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파악과 참여는 유럽연합의 모든 프로젝트 관리의 기본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어카운트어빌리티 (AccountAbility) 글로벌 지속가능성 표준의 원칙중 가장 근본이 되는 포괄성의 원칙에 해당합니다. 이해관계자는 한 조직의 운영에 있어 영향을 주거나 받는 모든 대상을 뜻합니다. 정부, 기업, 시민단체 어떤 조직이든 사업의 계획에 있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 사업에 영향을 주고 받는 모든 대상, 즉 이해관계자를 파악하고 의사결정에 최대한 참여시킬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선순위에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포괄성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럽연합의 FTA, 계획, 비준에서 이후평가단계까지 시민사회의 참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중요시하는 유럽에서는 FTA가 어떻게 협상되고 통과되는지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위) 시민단체와의 FTA 대화 - 보기만 해도 훈훈합니다. 유럽위원회는 유럽의 모든 시민사회와의 참여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설명의 의무를 다하는 정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미팅도 있고 세미나도 보입니다.

 

 

(위) 유럽 위원회는 시민사회와의 정기적 미팅을 통해서 유럽의 무역 정책을 논의한다고 하네요. 어떤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미팅 리스트가 나와있습니다. 2011년 12월 6일자에 메르코수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남미 4개국으로 구성된 경제공동체로 남미공동시장임)와의 FTA관련 시민사회와의 미팅이 있어서 세부사항을 확인해봤습니다. 

 

 

(위) 12월 6일 오후 2시반에서 4시, 브뤼셀 Charlemagne 빌딩, Jean Dureaux 룸에서 미팅이 있네요. 시민단체 멤버는 누구든 등록해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유럽에 있었으면 시민단체 이름 빌려서 한번 가보고 싶네요. 현재까지 메르코수르와의 FTA 협상 상황을 업데이트 받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고 합니다. 궁금합니다...교양있고 선진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논의를 하는지. 유럽연합은 시민단체를 향해 물대포 준비하고 있진 않겠죠.

 

 

(위) 다른 미팅 리스트도 슬쩍 봤습니다. EU-중국을 비롯해서 여러 무역 정책에 대한 리뷰와 협상 과정에 대한 미팅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시민과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각종 노동 조합, 시민단체들이 무역정책의 핵심 이해관계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그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시민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안내책자도 발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위) 시민단체 참여를 위한 안내북에는 어떤 단체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알리고 있습니다. '사회, 개발 및 환경 NGO' '연구기관 및 대학기관', '무역 조합, 무역업 협회 또는 노동단체', '상공회의소, 소비자 협회 또는 기업인 협회' 등이 지금까지 참여한 시민단체라고 하네요. 즉, 누구나 참여가능하다는 뜻인것 같습니다. 참여하는 방법도 등록하는 방법부터 단계부터 설명하고 있고, 중요한 점은 미팅 참가로 드는 여행경비도 유럽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점입니다!

 

시민단체와의 대화는 여러 방식으로 진행되는데,위원장과의 만남, 무역 이슈에 대한 일반적 미팅, 상생의 무역 협상을 위한 미팅, 지속가능성 영향 평가 미팅,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대화 세미나 등이 있습니다.

 


 

 

 

EU-Korea FTA에서 시민사회 참여와 투명성 


올해부터 발효된 EU-Korea FTA 관련해서는 어떤 시민사회와의 참여과정이 있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생각대로 여러번에 걸친 미팅이 있었고, 회의록은 모두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검색 키워드: civil society korea http://trade.ec.europa.eu/doclib/cfm/doclib_results.cfm?key=civil%20society%20korea&opt=2&dis=20&lan=all&ty=&sta=1&en=20&page=1&year1=&year2=&sector=all&country=all&langId=en).

 

일반적으로 무역정책의 협상과정에는 무역지속성영향평가 (Sustainability Impact Assessment: SIAs)라는 것이 포함됩니다. SIAs는 두 나라간의 무역 협정이 가져올 경제, 환경, 사회적 영향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툴로써, SIAs에서 중요한 과정은 시민사회 단체의 참여에 있습니다. 유럽위원회는 한국과의 FTA에서 올 무역지속성영향평가에도 시민사회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그 과정과 결과를 아래의 문서와 같이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위) 이 미팅에 참가한 시민단체의 리스트가 나와있습니다. 회의록에는 참가한 시민단체들의 우려사항과 질문, 그리고 그에대한 정부측 또는 해당 책임자의 답변까지 공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참여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참여의 창구도 열어두었습니다. (아래)

이건 정말 누.구.나. 참여가능입니다.

 

 

 

 

(위) 아... 시민들에게 정말 많은 의견을 구하고 있네요!!

 

 

 

 

 

한국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시민 참여

 

우리나라 FTA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사이트입니다. 

 


FTA 협상 과정에 시민단체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참여마당'이라는 메뉴 탭이 보입니다.



의견제출 형식이 있네요. 기관 또는 개인이 의견을 보낼 수 있습니다. 파일도 보낼 수 있구요. 


그런데 궁금한 점은 과연 제 의견을 보내면 누가 읽나요? 그 의견은 어떻게 FTA 협상과정에 수렴이 되나요? 실명인증 버튼이 있는데, 제가 실명으로 의견을 보내면 받으시는 분 (누군지 절대 알수없는) 분께서 노여워하실까 갑자기 무서워지는군요...진정한 한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일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참여라고 보기가 힘들죠. 안타깝게도 이 부분이 찾을 수 있는 참여 채널의 전부인 듯 합니다.



그냥 있어도 추운 날씨에 물대포 맞으며 소리쳐도 들어가지 않는 시민의 목소리.  외교통상부에서 의미하는 참여마당은 무엇인지, 과연 참여를 통한 정책수립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이미지출처 | 연합뉴스, 노컷뉴스, EC Trade,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written by Kate 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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