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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마지막 단양쑥부쟁이


(사진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09091500194193844 ⓒ희망지기)




초가을 산길 길섶이나 산등성이, 걸개지에 연보랏빛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꽃,

'쑥부쟁이'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권영초·왜쑥부쟁이·가새쑥부쟁이라고도 불리는 쑥부쟁이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습기가 약간 있는 산과 들에 자라는데요,

높이는 30∼100cm로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고, 줄기는 녹색 바탕에 자줏빛을 띠며,
뿌리에 달린 잎은 꽃이 필 때 지는 것이 특징이지요.

'쑥부쟁이'라는 이름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습니다~

옛날 산골마을에 아주 가난한 대장장이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11남매나 되는 자녀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장장이의 큰 딸은 쑥 나물을 잘 먹는 동생들을 위하여 항상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쑥 나물을 캐
동생들에게 먹였는데요, 그 모습을 본 마을사람들이 그 처녀를 가리켜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 딸'
이라는 의미로 '쑥부쟁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고 하네요^^


또한 쑥부쟁이의 꽃말그리움·기다림으로,

쑥부쟁이 처녀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관한 전설과 관련이 있습니다.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자신이 구해준 청년을 잊지 못하고 기다리며,

동생들을 위해 나물을 캐러 다니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쑥부쟁이의 슬픈 사연이지요.

쑥부쟁이가 죽은 뒤, 그 산등성이에는 수많은 나물들이 피었는데, 동네 사람들은

쑥부쟁이가 죽어서까지 동생들의 주린 배를 걱정하여 나물이 돋아난 것이라 믿었습니다.

또한 연한 보라 빛 꽃잎과 노란 꽃술을 가진 쑥부쟁이의 꽃대가 긴 것은

아직도 옛 청년을 사랑하고 기다리는 쑥부쟁이의 기다림의 표시라고 전해집니다.






(사진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09091500194193844 ⓒ희망지기)




이렇게 슬픈 사연을 지니고 있는 쑥부쟁이.

여러 쑥부쟁이 종류 가운데서도 가장 드물게 발견되며,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희귀한 품종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단양쑥부쟁이'입니다.


단양쑥부쟁이는 남한강의 냇가 모래땅에서 자라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잎이 가늘어 ‘솔잎국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꽃은 8∼9월에 자주색으로 피고
줄기와 가지 끝에 지름 4cm의 두상화(頭狀花:꽃대 끝에 꽃자루가 없는
많은 작은 꽃이 모여 피어 머리 모양을 이룬 꽃)를 이루며 달리는 것이 특징이지요.









(사진출처: http://photo.naver.com/view/2009091500194193844 ⓒ희망지기)




단양쑥부쟁이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로, 과거에는 단양에서 충주에 이르는
남한강변 자갈밭에 널리 자라고 있었지만, 1980년 충주댐 건설 때문에 물에 잠겨 사라지고,
현재는 여주 바위늪구비 습지에서만 유일하게 자랍니다.

따라서 바위늪구비 습지 일대가 4대강 정비 사업에 의해 훼손되어 버리면,
단양쑥부쟁이는 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바위늪구비 습지의 단양쑥부쟁이는 어쩌면 이제 사진으로만 만나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준설작업 중인 도리섬 일대 (출처 : 오마이뉴스 ⓒ장지혜)


도리섬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 (출처 : 오마이뉴스 ⓒ장지혜)




 

단양쑥부쟁이 자생지 훼손에 대한 언론 보도가 논란이 되자

멸종을 막기 위해서 식물원 등에서 증식 재배를 하고 있다는 식의 해명 보도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온실 속에 단양쑥부쟁이가 진짜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멸종위기종 보호는 그 개체뿐만 아니라 서식처 보존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우선은 원형서식지가 보존되는 게 제일 좋겠지만, 만약 여건이 어렵다면

장기간의 체계적이고 투명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가장 적합한 대체 서식지를 선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부실한 환경조사와 대책으로 공사를 강행한다면,

쑥부쟁이의 슬픈 전설처럼 단양쑥부쟁이 군락도 슬픈 전설 속으로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요?



거짓 욕망과 환금적 가치로 물든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서정적 감수성으로 자연의 세계를 노래하는
함민복 시인의 '쑥부쟁이'라는 시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쑥부쟁이 / 함민복

 


지난 일 생각 좀 해 보라고 덜컹덜컹 온몸 흔들어주누나

비포장도로, 흙먼지 날리며 고향에 갔었나니

 


아버님 묘보다 잔디 무성한 형의 묘에서 쑥부쟁이 뽑아낼 제

실핏줄 같은 가난의 뿌리 자꾸 끊어지더이다

 

왜가리떼처럼 떠나고 싶어 떠난 것이 아닌 살붙이들 모여

버짐 피던 이야기, 검정고무신 하나로 술을 따라 마셨지요

 

여선생 호루라기소리에 앞으로 나란히 피어난 코스모스 밤길

밤엔 향기로운 아름다운 꽃들아, 너희들도 고향으로 돌아갈지니

 

바람 불 때마다 스스로의 가시에 찔리며 붉게 익은 대추, 나무에

아버지 얼굴로 걸린 달, 달그림자로 길게 다리 펴보았던 영혼아

 

그날 밤 내가 흘린 눈물에 흙가슴 다 적셔주던 고향을 보았는감

그날 밤 내가 눈물 추스를 때 굽은 등 품어주던 산그림자 보았는감

 

쑥부쟁이야

쑥부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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