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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서촌의 시간을 같이한 가게들, [같이가게]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그들만의 지역문화를 형성했던 홍대앞, 아담한 한옥과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삼청동.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이제는 그들만의 특색을 모두 잃어버린 동네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오랜시간 동안 동네를 지키던 기존의 가게들은 하나씩 사라지고, 어딜가나 볼 수 있는 대형 브랜드의 상점들로 도배된 모습들은 참 안타까운 풍경입니다. 


슬로워크가 위치한 서촌에도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서촌이 다른 지역들처럼 상업적으로 변화되지 않게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은 작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서촌을 지키려는 작은 움직임 중 서촌주거공간연구회에서 발행하는 [같이가게]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합니다.






[같이가게]프로젝트는 한 달에 한 번 서촌에 오랜시간 자리한 가게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가게 주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가게의 역사, 오랜시간 쌓여온 추억들을 팸플릿을 통해 공유합니다. 또 소개된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근처 통인동커피공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이 제공되어 단순히 소개에 그치지 않고 구매로 이어지는 방법까지 고려하였습니다.  



올 해 5월 뽀빠이 화원을 시작으로 6월 옥인문구, 7월 오거리 청용건재까지 세 가게들이 소개되었습니다.


5월의 같이가게 <뽀빠이 화원>

철 봉과 평행봉 위에서 자유자재인 한 친구에게 아이들은 동네 만화방의 영웅 캐릭터 '뽀빠이'라는 별명으로 불렀습니다. 순화병원 담장을 넘어들어가 공을 차고 인왕산 바위에서 미끄럼 타던 동네 아이. 철조망 넘어 인왕산에 올라 개복숭아, 머루 열매 따먹으며 짓궂게도 군부대 전선줄을 자르며 놀던 개구쟁이는 자라 어느덧 서촌에서 40년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뚝딱뚝딱 무엇이든 손으로 만들고 고치는 즐거움으로 시작한 <뽀빠이 제작센타>에서,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꽃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뽀빠이 화원>까지 꼬박 30년. 서촌의 살아있는 역사로 숨쉬고 있는 가게, 꽃과 웃음으로 가득한 <뽀빠이 화원>을 소개합니다.





오락기와 뽑기의 추억이 살아있는 두 번째 같이가게, <옥인문구>

“원래 육촌 언니가 10년 넘게 하던 가게인데, 내가 인천 살 때 서울 놀러 와서 보니까 잘되더라고. 그래서 빈 말로 ‘안 할 거면 나한테 말해’라고 했더니 정말 1년 후에 언니가 안 한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하게 됐어요.”

농담처럼 던진 한 마디가 인연이 되어 서촌에 자리를 잡은 때가 1994년. 조해순 사장님의 육촌 언니가 10년 넘게 운영하던 가게를 물려받았으니 옥인문구도 서른 살이 넘었다.

처음 문을 연 옥인문구를 드나들던 초등학생이 그 나이만 한 아이를 데리고 올 때가 됐다.

“애들이 애들을 데리고 오더라고. 시집가서. 저 멀리 살다가 와서 아이한테 자기 단골가게 였다고 알려줘. 나도 기억이 나. 애들이 커도 하도 매냥 다녔으니까 내가 기억을 해”

어느새 그 얼굴이 떠올랐는지 옥인문구 채명석 사장님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서촌의 변화와 함께 해온 세번째 같이가게 <오거리 청용건재>

" 정신없이 앞만 보며 살았지. 통인시장 앞에서 과일 노점도 하고, 분식점, 연구실 주방장 안 해 본 게 없어. 그러다가 현대건설 다니던 애아빠랑 덤프차1대, 지게차1대로 건재상 시작한거야. 간판도 샌드위치판넬에 그냥 글을 썼어. 그러면 그게 그냥 간판 됐던 때야"

그 샌드위치판넬로 만든 전설의 간판은 모래와 벽돌을 쌓아놓은 곳에 흔적이 남아있다. 1993년, 청용건재가 문을 열 당시의 역사인 것이다.





오래된 가게는 단지 물건을 파는 가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점점 똑같은 간판으로 뒤덮여 그 지역의 개성을 잃어가는 요즘 서촌의 오래된 가게들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같이가게] 프로젝트는 2014년 11월까지 7개의 가게를 소개하고 1차 프로젝트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촌주거공간연구회는 이 가게들이 품고 있는 기억과 이야기들을 나누고 이를 통해 반갑게 인사하는 이웃이 늘어나기를, 더 많은 이웃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합니다. 가끔은 대형서점의 문구코너 대신 추억을 회상하며 동네문방구에 들러보는건 어떨까요?



출처:서촌주거공간연구회



by 산비둘기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