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꿈꾸는 브랜드들이 한자리에, SB 컨퍼런스 이모저모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지지하는 말말말
서울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SB(Sustainable Brands) 컨퍼런스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10월 18일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아주 화려하게 문을 열었죠. SB 컨퍼런스는 기후 변화, 먹거리, 기업 간 협업, 교통, 공간, 제품 유통 등의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예요. 다같이 인간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지만 최대한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사업하자는 취지를 가지고요. 지속가능 브랜드 생태계를 만들고 그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죠.
SB 컨퍼런스는 2006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열렸고요. 열릴 때마다 2천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모입니다. 2019년에는 도쿄, 파리, 이스탄불, 디트로이트, 마드리드,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9개 주요 도시에서 개최했어요. 이번에 서울이 여기 처음 포함됐죠.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세계적으로 논의하는 행사에 서울이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처음 여는 것이라 전하고픈 이야기가 많았는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발표로만 구성돼 있었어요. 그런데도 키노트든, 세부 강연이든 끝까지 강연을 듣는 참가자가 많더라고요. 그 내용을 공유합니다.
데이비드 응(David Yeung) 그린먼데이 CEO
“저는 2001년부터 채식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동물을 죽이는 방식이 싫어서 시작했어요. 개인적인 이유였죠. 하지만 지금은 저의 의지뿐만 아니라 이것이 지구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도 강조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77억 명의 인구가 기후 변화, 먹거리 부족 문제 때문에 위기에 처해 있어요. 100년 전인 1917년에는 17억 명이었는데 다섯 배가 늘어난 것이죠. 이 추세는 가속화되어서 곧 100억 명을 달성할 텐데요. 이미 위기 신호가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예요. 15억 명~20억 명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800만 명~20억 명이 음식을 잘 못 먹어요.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항생제를 투여하고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이런 문제들은 각각 터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연결되어서 지구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요. 제가 ‘지구를 위한 행동’으로서 채식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최근 다행히 혁신 기업이 많이 나서서 비즈니스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오늘 점심에 비건 스테이크를 제공할 비욘드미트(Beyond Meat)도 그 중 하나죠. 비욘드미트는 기존 식음료 및 유통 업체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어요. 맥도날드, 서브웨이, 테스코, 홀푸드 등이 비욘드미트의 고기를 팔 계획이라고 나섰어요.”
데리야 뵐링스(Derya Völlings) 이케아 지속가능 팀 리더
“이케아는 가구를 판매하면서 소비자의 요구를 기민하게 인지하고 시장에 반응하고 있어요. 최근 지속가능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비즈니스에 집중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제작하고 유통하면서 목표를 설정하죠. 예를 들어 ‘2030년까지 재활용(Circular) 가능한 제품만 만든다’, ‘2030년까지 재생 가능한 원료만 사용한다’, ‘이케아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만드는 에너지의 총량을 같게 만든다(이케아가 태양열 패널을 단 공장을 세웠다는 것을 아는 분은 많지 않아요)’, ‘가까운 미래에 전기트럭으로 모든 배달을 한다’ 등이요.”
“가능하다면 기업 내 팀을 따로 만들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해요. 자칫하면 비즈니스에 너무 집중해서 지속가능성이라는 중요한 주제를 놓칠 수 있거든요.”
알리 이자디(Ali Izadi)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팀 리더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자들은 교통 체증, 주차 공간 부족, 환경 오염, 에너지 과용 문제를 진심으로 우려하고 있어요. 2009년 아이폰이 대중화되고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그런 우려를 완화하겠다'는 메시지가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기 시작했죠. 그 결과 세계적으로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가 흥했고, 지금은 운전사로 일하는 사람 수만 6천만 명이 넘어요.”
“최근에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하나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죠. 공유 스쿠터, 공유 자전거요. 유럽에서 특히 활발한데요. 벌써 마드리드에 17개, 파리에 12개, 빈에 6개 브랜드가 생겼어요. 오면서 보니 한국에서도 공유 스쿠터, 공유 자전거 서비스가 활발한 것 같더라고요. 한편 다임러 크라이슬러, 포드 등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도 잠재력을 보고 여기 투자하기 시작했어요.”
“‘슈퍼앱'을 꿈꾸는 업체도 많습니다. 하나의 서비스로 모든 것을 하는 기업이요. 우버는 공유 자전거 업체 점프를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고요. 인도네시아 고-젝은 하나의 앱에 결제, 커뮤니케이션, 배달 기능 등을 포함했어요. 먼 미래에는 슈퍼앱 서비스 시장이 자동차 판매 시장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이런 추세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연결(Connectivity)’입니다. 운송수단, 전기, 공유 서비스가 클라우드로 연결돼 기술 중심의 모빌리티 세계를 구축해나갈 거예요."
임동국 서울시 교통기획관 업무 총괄
“(‘서울에서 전기 스쿠터는 언제 합법화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국토교통부에서 스쿠터를 자전거처럼 공유 가능하게 합법화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에요. 보행자와의 충돌을 최대한 줄이고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어요. 내년 상반기까지는 법적,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요. 지금 시범도로를 만들려고 해요. 상암동에 ‘자율주행차 도로'를 만든 것처럼요."
“(‘이케아코리아가 서울에서 전기트럭으로 제품을 배달하려는데 불법이라서 안 된다고 들었어요. 언제쯤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충전소, 도입 가격 문제가 있어요. 그래도 서울시는 보조금을 올려가면서 도입하려고 하거든요. 지금 현대자동차 등과 함께 협상 중인데 더디네요. 우리나라 건설 현장에서 검증도 되어야 해서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어요. 서울시는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 에너지 절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대 화두예요.”
산드라 메이니어 강(Sandra Meynier Kang) SMK CEO
“의류업계는 환경오염의 주범이에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이고, 생산되는 의류의 85%가 버려져서 토지 오염을 시키고요. 수질 오염도 심각해요. 저는 업계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MK는 서울에서 몇 명의 디자이너와 활동하는 작은 업체이지만 최대한 동물 보호, 환경 친화 직물 사용, 동물보호단체 KARA에 기부, 재활용, 재사용 제품 제작을 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사업하고 있어요. 생산 및 유통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기 위해 의류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고 싶어요.”
서울에서 처음 열린 SB 컨퍼런스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먹거리 위기, 기업 안에서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 운송수단 트렌드의 변화, 의류 업계의 환경보호 노력까지 지구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문제를 인지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어요. 생각보다 강력한 메시지들이어서 경각심이 들었고요. 결국 소비자 없는 사업, 브랜드는 없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소비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게 됩니다.
정리 | 슬로워크 테크니컬 라이터 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