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달기는 지금도 진화중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인터넷 평균 이용 시간은 주당 20.7시간이라고 합니다. 연령대를 10대~40대로 한정하면 평균 이용 시간은 26.45시간이고요. 이런 시간 동안 각종 기사, 영상, SNS 콘텐츠, 커뮤니티 글을 보며 누군가는 정보를 얻기도, 누군가는 잠깐의 쉼을 가지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잠깐의 쉼 동안 내가 관심 있게 보는 콘텐츠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크롤을 내려 댓글을 살펴보던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텐데요, 이런 댓글은 과연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요?
그 시작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동아일보에서 1920년 4월 8일에 ‘독자의 성(聲)’이라는 게시판을, 조선일보에서 1924년 11월 24일 ‘독자기자제’라는 것을 마련해 독자의 제작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한국일보, 중앙일보, 국민일보 등 신문사 모두 독자란을 구성해 운영해 왔고요. 이런 것들을 하나의 피드백이자 댓글로 본다면 얼추 100년쯤 된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댓글 달기의 시작
댓글 달기를 시스템으로 보자면, 그 시작은 1995년에서 1996년 사이, 아미넷(이후 신비로)을 개발한 김택진님이 처음 선보인 게시물 아래에 짧은 글을 덧붙이는 기능(댓글보다는 답글에 더 가까운)을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그 후 2000년대 초반 네오위즈에서 서비스하던 세이클럽이라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게시판 최초의 댓글이 시작되었고요. 당시에는 꼬리말이라는 명칭으로 사용되었는데 이후 이 기능은 프리챌, 다음 카페 등에도 사용되면서 대댓글과 같은 확장 기능뿐 아니라 서식, 그림 추가 등의 기능까지 생기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본다면 25년 정도 된 것 같군요.
혹시 여러분은 그동안 인상 깊었던 댓글이 있으신가요? 예전 한 포털 뉴스에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댓글로 남긴 분이 계셨는데요, 이 분은 댓글 시인으로 활동하며 남겼던 댓글을 모아 시집을 출판하기도 하였답니다. 그 시집의 서문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어요.
풍선을 위로하는 바늘의 손길처럼,
모서리를 둥글게 깎는 목수의 마음처럼
“거친 나무를 다듬어 피노키오를 탄생시킨 목수 할아버지 제페토처럼,
모난 세상을 깎아 시로 만들고 싶었다”
▲제페토 시집, <그 쇳물 쓰지 마라> 서문
충남 당진 용광로 사고 기사에는 ‘그 쇳물 쓰지 마라’, 양부모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선 ‘부끄러운 애도’라는 시를 남겨 많은 이들의 반향을 일으켰죠.
댓글의 기능
이처럼 때로는 뉴스 기사의 전달 메시지를 관통하는 댓글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분노를, 기쁨과 슬픔을 느끼기도 하는데요, 이런 댓글의 특성은 어떤 게 있을까요?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째 사회 참여적 기능, 둘째 정치적 기능, 셋째 유희적 기능이 바로 그것입니다. 댓글은 일종의 사회적 공론장의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심도 있는 토론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벼운 의견교환, 반응 체크 등 자연스러운 참여를 이끌어 내는데 적합하지요. 그런데 가끔 가벼운 의견교환이 굉장히 심도 있는 토론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댓글은 익명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 익명은 표현의 자유를 보다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을 주죠. 그리고 표현의 자유는 기존 권력에 대항하는 의견 표출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요. 하지만 이런 부분을 악용해 사용하는 행위 때문에 악성 댓글 문제도 있습니다. 줄여서 ‘악플’이라고도 하며, 욕설, 저속한 표현, 선정적인 표현, 폭력적인 표현, 차별적인 표현, 비하적인 표현을 담고 있죠.
댓글은 유희적 기능도 있어요. 댓글 다는 것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기기도 해요. 예를 들면, 게시글이 달린 후 댓글을 다는 등수를 겨루는 ‘등수 놀이’, 다른 사람이 적은 댓글의 내용과 형식을 통일성 있게 맞추어 댓글을 작성하는 ‘리플 놀이’가 그런 것들입니다. 심지어 댓글을 보기 위해 콘텐츠를 찾아가는 경우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요.
댓글이 미치는 영향
한 편, 뉴스를 읽을 때 댓글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하여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10명에서 9명은 기사를 볼 때 댓글도 같이 읽으며, 10명 중 4명은 댓글이 많은 뉴스를 찾거나 골라서 읽는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댓글이 뉴스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하며,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데 댓글이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죠. 댓글을 보지 않는 개인 자율의 노력이나, 선플/따플과 같은 캠페인성 행위와는 별개로 플랫폼 차원에서의 악성댓글에 대한 대응과 관련 법제도 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댓글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뉴욕타임스는 일부 기사에 한해 제한적 댓글 창을 운영합니다. 기사 작성 후 24시간만 댓글 작성을 허용하지요. 작성된 댓글의 수정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 직원이 댓글을 관리하고, 문제 될 만한 댓글은 AI ‘퍼스펙티브’를 활용합니다. 검증된 댓글 작성자는 우선으로 노출되고 양질의 댓글은 별도로 엄선해 제공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지난 2021년 12월 24일, ‘윤리적 저널리즘을 위한 뉴욕타임스 가이드라인’을 번역 발행했습니다. 특히 윤리가이드 라인을 보면 기자의 취재 보도뿐 아닌 일상생활, 가족의 사회활동에서까지 뉴욕타임스의 명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되어 있지요.
우리는 모두 소통을 전제로 관계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소통을 기반으로 한 관계 지향적인 인간의 역사는 우리 인류를 발전시켜 오늘날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래로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 과정이 건강하면 좋겠어요. 필요한 말을 필요한 때에, 친절히 할 수 있는 것. 보이지 않는 이웃에 대한 우리의 의무 아닐까요.
참조
https://gsis.kwdi.re.kr/statHtml/statHtml.do?orgId=338&tblId=DT_1ID0511R&conn_path=I2
인터넷 소프트웨어 “아미넷”개발 김택진현재전자팀장, https://www.mk.co.kr/news/all/1672602
대한민국 시인 제페토, https://gepetto777.tistory.com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 리플 모음집
https://d2.naver.com/helloworld/7753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