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세밀화를 아시나요? 식물세밀화는 식물을 식별하기 위해 형태를 그린 그림입니다. 작업의 목적은 '기록'에 있고, 식물의 분류를 위해 정확히 그립니다. 오늘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곁의 자연을 찬찬히 돌아보게 하는 세밀화와 그 제작과정을 공유합니다.


 




작가님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식물세밀화를 그리고 있어요. 일종의 과학 일러스트인데, 식물을 식별하기 위해 형태를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이에요. 또 식물세밀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수집되는 식물을 이용해 표본과 사진 작업도 하고 있어요.


식물세밀화를 하시기 전에는 무슨 전공이셨는지 궁금해요.

전 원예학을 공부했어요. 식물학 안에 있는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과학 일러스트 중 가장 많이 발전된 의학 일러스트의 경우에도, 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가장 정확히 그릴 수 있듯이 식물세밀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식물세밀화는 어디에 사용되나요?

식물세밀화는 하나의 식물종이 가진 형태적 특성을 담고 있는 기록물이에요. 이런 기록물엔 식물세밀화 말고도, 여러 형태의 표본, 기재문 등이 있고 이들은 식물 연구를 위한 주요 데이터 베이스예요. 얼마나 다양하고 정확한 기록들을 갖고 있는지가 얼마나 깊고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가를 말해줘요. 한 가지 예로, 식물 연구와 그에 따른 문화가 선진화되어있는 영국과 독일의 경우는 수백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수집한 기록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과 같은 식물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죠. 우리나라의 경우엔 지금 막 수집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The Blureberry Book(2013)


식물세밀화를 그리 실 때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그린 식물종이나 분류 군을 연구한 학자에게 미리 연락을 해서 그리기 전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다 그리고 나선 그분들께 검토를 받기도 해요. 정확한 기록을 위해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식물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신 분들이니까요.

 

4년 동안 국립수목원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어요, 그곳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셨나요.

우리나라의 자생식물들을 조사하고, 수집하고 연구하는 곳에 있었어요. 그곳에서 식물들을 식물세밀화로 그려서 국가 DB로 구축하고, 도감을 발간하거나 학회에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국가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연구과제가 있기 때문에 생태학자, 식물 분류학자, 원예 학자, 조경학자 외에도 곤충학자, 버섯 학자 등 다양한 전공의 과학자분들 사이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라 다양한 생물종을 관찰할 수 있어서 제겐 더 없는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식물세밀화를 작업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려야 하는 식물종을 정하면 그 식물의 유사종과 어떤 형태적 차이가 있는지, 또 자생지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 식물이 자생하는 곳으로 찾아가요. 이때, 자생지에 채집 허가를 꼭 받고요. 그리고 현장에서 식물이 살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최대한 많은 스케치를 하고 그 개체를 채집해요. 채집한 식물로는 천천히 작업실에서 나머지 그림을 그리고 다 그린 후 식물이 여전히 살아있다면 다시 심어주고, 죽었을 경우엔 표본으로 제작해요. 또, 식물세밀화에는 꽃, 열매 등의 생식기관이 모두 기록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꽃이 피는 시기, 열매 맺는 시기 등에 수시로 찾아가 관찰하고 그림을 완성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요.




The BlueBerry Book 작업 과정 (표본)



일반인이 식물세밀화를 그리고 싶다면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가르쳐주세요.

식물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식물이 있는 곳으로 자주 가는 것도 좋겠고, 가능하다면 식물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강의를 듣는 것도 좋고요. 최근엔 식물원 수목원을 비롯한 여러 기관의 관련 강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식물을 그리는 건 그다음인 것 같아요.

 

식물세밀화 작업하시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식물이나 소개하고 싶은 식물 있으신가요.

지난 2010년부터 3년 동안 우리나라에 식재된 나자식물들을 그렸었어요. 흔히 생각하시는 침엽수들인데요,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향나무, 측백나무 등이 이에 속해요. 이 식물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사실 세부 정보가 많이 부족한 식물들이에요. 더군다나 기후변화에 취약한 식물이기에 우리의 관심과 보존을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하죠. 이 나자식물 중엔 구상나무란 종이 있는데, 구상나무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한국 특산식물이에요.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사라질 식물인 거죠. 더불어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세밀화가가 기록하지 않으면 기록되기 힘든 식물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속해서 우리 주변의 식물들을 한 종 한 종 그림으로 기록해나갈 예정이에요. 이는 연구를 위한 목적일 수도 있고 사람들에게 식물을 이야기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림으로 기록하는 일 말고도, 아직 우리나라에선 식물세밀화에 대한 이론 체계가 정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위한 학술적인 연구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좌 향나무(2011) / 우 넓은잎산나무(2010)


<세밀화집, 허브>를 보면서 하얀 종이에 까만 펜으로만 채워져 있는 식물들이 참 곱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분은 어떤 분이실지 궁금했고, 저의 동경하는 마음을 담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누군가 식물의 정확한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작가님의 바램을 담아, 오늘은 내 주변의 식물 이름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 제공: 이소영 작가

<세밀화집, 허브> 소개 동영상(--> 보러가기)

 

 

 

by 염소 발자국


Posted by slowalk

* '서울그린트러스트'의 블로그를 읽던 중 광릉수목원에 대한 너무나 좋은 포스팅이 있어서 더 많은 분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고자 서울그린트러스트 분들의 허락을 받고 슬로워크 블로그로 가져왔음을 밝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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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한적한 광릉내에 자리잡은 광릉숲에 가보셨나요?

 

  

예약제로 운영되어 최대한 수목원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곳인 만큼 몸속까지 상쾌해지는 느낌을 주는 소중한 산림인데요. 지난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등재된 이 광릉숲 주변에 둘레길 50㎞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수목원 앞의 길가를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멋스러운 나무들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 그곳을 지키고 있음직한 나무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 수목원 조성을 계획하고 식재에 주요역할을 했던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사실!

 

 

'아사카와 다쿠미'(이하 아사카와)는 조선총독부 농공상부 산림과 임업시험장(현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일했던 일본인입니다. 조선인이라면 산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워도 잡혀가던 시절로 회자되는 그때에 조선을 침탈하고 괴롭히던  대다수의 일본인과는 달리 아사카와는 마음 속에서부터 조선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
임업시험장 직원들이 세운 아사카와의 묘비에 적혀 있는 글귀입니다.

 

 

그가 안치되어 있는 망우리 묘소에서 한국인이 관리하고 있는 일본인의 무덤은 유일하게 아사카와 뿐입니다. 그리고 매년 기일인 4월 2일에는 추모하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도대체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어떤 존재의 사람이었던걸까요?

 

아사카와 다쿠미가 일했던 총독부 산하 산림과는 사실상 조선의 목재 수탈에 관하여 관리하는 곳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아사카와 다쿠미 현창회의 조만제 회장의 말에 따르면 아사카와는 산림과에서 하는 일이 산림 조성이 아니라 오히려 수탈을 돕는 것에 반감이 생겼던 것 같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사카와의 일기를 보면 "조선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몇 번이고 고향으로 돌아갈까 번민했다"는 대목이 있다고 하네요.

 

한일합방 이후 수많은 설욕과 피해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먼저 일본이 했던 일은 바로 목재를 수탈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제지회사에 공급된 펄프의 대부분이 조선의 나무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 였으니까요. 여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나무를 베어가면 그만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이런 무자비한 행태를 봐오던 다쿠미는 수탈로 인해 휑해져 가는 조선의 산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전국 곳곳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종인 싸리나무와 아카시아나무가 바로 이때부터 아사카와가 심어나간 것이라고 합니다. 두 나무를 고른 이유는 뿌리가 빨리 자라고 잘 뻗는다는 이유에서 였다네요.

 

또한 아사카와 다쿠미는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포천에 위치한 광릉수목원을 탄생시킨 주역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지 계획하고 심을 수종도 직접 골랐을 정도라는데요. 이 밖에도 전국 곳곳을 다니며 지역에 맞는 수종을 고르고 식목하기를 거듭한 결과 지금 한국의 인공림 37%는 다쿠미의 관심과 손길이 닿은 나무라고 합니다.  일제의 수탈에 의해 헐벗은 조선의 민둥산을 푸르게 하는 것을 소명이라 믿었던 만큼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당시 조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쉽지 않은 환경이었음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고 조선에 나무를 심었던 아사카와. 그보다 더 나은 여건임에도 우리는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고 느껴집니다. 내 나라에서 침략했던 한국과 진심으로 하나가 되었던 사람 아사카와 다쿠미. 그가 남기고 간 선물들을 우리가 더 사랑하고 아껴야 그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출처|경향닷컴, 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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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