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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사회 문제 해결하는 사막여우

2018 하반기 에스오피오오엔지 데모데이 참관기


사막여우를 아시나요?


(사막여우)


갑자기 웬 귀여운 생물체인가 싶으실텐데요^^ 박윤중 크래커즈 대표가 2018 하반기 에스오피오오엔지(소셜벤처에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인큐베이터입니다, 이하 sop) 데모데이 키노트에서 소셜벤처를 이 사막여우에 비유했습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설명을 듣고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박윤중 크래커즈 대표, 사진 제공: sop)


사막여우는 2kg도 안되는 몸으로 연 평균온도 50도가 넘는 가혹한 환경을 견딥니다. 몸이 적응한 덕분이죠. 귀가 크고 길어서 열을 잘 빼내고, 발은 털로 뒤덮여서 지열을 버팁니다. 소셜벤처도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가치도 추구해야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였습니다. 일반 기업과 시민단체의 교차점을 찾아 시장에 적응하려는 사막여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였죠.


(임팩트리포트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이은선 교수, 사진 제공: sop)


그래도 환경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9년 1월 sop가 발간할 리포트에 2011년 2018년까지 소셜벤처와 관련된 담론이 어떻게 형성돼 왔는지 설명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포털 사이트와 SNS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였어요. 보면, 2011년에는 ‘사회적 기업’, ‘창업’이라는 키워드만 있고 소셜벤처라는 개념이 주목받지 못했는데, 2013년, 2016년을 거쳐 2018년으로 오면서 ‘임팩트’, ’생태계, ‘, ‘투자’, ‘펀드’, ‘금융’, ‘엑셀러레이팅’, ‘젠더’까지 주제가 엄청나게 확장됐죠. 저변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겠네요.


물론 아직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데모데이에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sop 알럼나이인 미로와 소보로, 그리고 하반기 6개 투자 기업이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요즘 소셜벤처들은 어떤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이를 풀기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내내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와 내용을 간단히 공유합니다.


(열띤 발표 현장, 사진 제공: sop)



1. 미로


마감 전 남은 음식과 식재료를 팔려는 매장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앱 ‘라스트오더’입니다. 앱을 열면 지도에 가까운 지역에서 마감할인하는 가게와 음식이 나타나고, 주문을 할 수 있어요. 제품은 직접 찾으러 가야하고요. 지금은 서울시 관악, 마포, 강서, 은평, 영등포구의 약 440개 매장을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네요.


(미로 홈페이지 캡처)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여서 환경오염을 막고, 음식 가격을 낮추며, 가계 부담을 줄이면서 업주의 업장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라스트오더’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2. 소보로


청각장애인의 일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겠다고 나선 서비스입니다. 음성을 텍스트로 실시간으로 받아 적고, 기록도 남길 수 있는 앱인데요. 윤지현 소보로 대표는 평소 청각장애인들이 교육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없고, 관공서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으며, 필요한 순간에 통화를 하기 어렵다는 세 가지 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앱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국내 32,000명의 사용자를 확보했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분당서울대학교 병원 등 17개 기관이 도입했으며, 누적 사용 시간은 3,300시간을 돌파했죠.

(소보로 홈페이지 캡처)

“소보로는 청각장애인이 겪는 문제를 확인했고, 기존 방법의 단점도 해결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원래는 메모장에 받아 적거나 타이핑을 하려고 해도 전문 속기 도우미가 있어야 하고, 이마저도 시간이 맞지 않으면 어려웠습니다. 또, 음성을 받아적는 다른 서비스들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어요. 소보로는 1/4 비용으로 간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관들이 소보로를 도입한 이유기도 해요”


다음은 하반기 6개 투자 기업이에요.



1. 그로잉맘


데이터 기반 온라인 육아심리상담 서비스죠. 부모와 아이의 영상을 분석하고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해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로잉맘이 보유한 22개 기초 데이터를 더해, 리포트와 육아 방법을 제공합니다. 부모와 10년 경력의 전문 상담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늘 옆에 두는 스마트폰을 부모 교육과 상담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로잉맘 홈페이지 캡처)

“육아 상담이 나쁜 것이 아닌데도 부모님들은 여전히 부담을 느끼세요. 이유는 ‘왜 조금 더 일찍 찾아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갈 만한 곳이 공공기관 아니면 사설 기관이고 둘의 장단점은 극단적이죠. 그로잉맘은 온라인으로 풀어갈 수 있는 인적, 기술적 역량을 갖췄습니다”



2. 게임브릿지


네팔 대지진 생존자의 이야기를 담은 임팩트 게임 ‘애프터 데이즈(After Days)’ 개발사입니다. 유저가 생존기를 간접 경험하면서 개발도상국의 문제를 파악하고, 나아가 해결하는 데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게임이에요. 유니티 코리아 어워즈 대상을 수상하며 임팩트 게임으로서 입지를 굳혔네요.


(게임브릿지의 임팩트 게임 '애프터 데이즈')


“애프터 데이즈를 통해 개발도상국이 재난을 겪은 이후 마주하는 현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하다보니까 해당 콘셉트를 바탕으로 게임 브랜드를 확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다음 게임은 국경없는 의사회를 소재로 임팩트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3. 마로마브


코딩교육을 쉽게 하도록 도와주는 앱입니다. 2018년 중학교, 2019년엔 초등학교, 고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이 의무화되죠. 그런데 가르치는 학교들은 정작 준비가 덜 된 것 같습니다. 컴퓨터도 낡았고 스마트폰은 소지를 못하죠. 코딩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도 막막합니다. 마로마브는 ‘메이커에 집중’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봤네요. 스마트폰으로 블록 코딩을 해서 아두이노 등을 작동시키는 키트를 만듭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 연수도 하네요.


(박문조 마로마브 대표, 사진 제공: sop)


“코딩을 의무로 배울 아이들이 ‘상상한 것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늘 사용하는 스마트폰만으로 교육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보고 있습니다”



4. 잔나비


알러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식품 배송 서비스, ‘베이비테일러’를 운영합니다. 아이템이 매우 구체적이고 까다롭죠. 해외에도 드뭅니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명확하고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식재료로 맛있는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자체 조리장도 갖춘 서비스입니다.


(잔나비의 서비스 '베이비테일러')


“알레르기 환자 중 다수가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우유, 계란, 밀, 견과 대두 등 대부분의 음식에 꼭 들어가는 식재료가 알러지를 일으킵니다. 애들이 먹고 싶은 음식을 잘 못먹는 것이죠. 그래서 대체 식재료와 무첨가 식품으로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문성을 중시하는 이유죠”



5. 프로메테우스


초소형 소수력(마이크로하이드로 파워플랜트) 발전 시스템을 개발해 친환경 에너지 전력을 생산합니다. 강의 상류에서 파이프로 물을 흘려보내면서 낙차를 이용해서 발전기를 돌리는 것이죠. 네팔과 경남 하동군에 시범 설치를 완료했고 전기 판매와 에너지공급 인증서 매매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고 합니다.


(신상묵 프로메테우스 대표, 사진 제공: sop)


“꿈이요? 소나무 4백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전력 생산 회사가 되고 싶어요”



6. 닛픽


닛픽의 앱 이름은 ‘불편함’입니다. 감이 오시나요?^^ ‘프로불편러’인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불편함에 올리면 내용과 받은 공감 수를 파악해,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이 사용자에게 리워드(평균 100원)을 줍니다. 닛픽은 기업에 리포트를 제공하고 1000원을 받습니다. 내용 평가는 글의 분위기와 뉘앙스를 파악하는 알고리즘으로 검증해서 점수를 매기고, 신뢰 점수가 낮아지면 블라인드 처리가 되네요.


(닛픽 홈페이지 캡처)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 아니냐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저희는 기업들에게는 꼭 필요한 리포트를 저렴하게 제공한다고 생각하고, 또 기업과 사회에 ‘불편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피드백을 받아서 콘텐츠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



6개 소셜벤처의 데모데이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향연이었는데요. 소셜벤처가 2017년, 2018년 들어 액셀러레이팅, 투자, 펀딩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 자체만큼 이를 표현하는 능력도 중요해진 것 같았어요. 여느 IT 스타트업처럼요.


(한상엽 대표 파트너, 사진 제공: sop)


한상엽 sop 대표 파트너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죠. “서비스를 ‘자기 언어'로, 내 표현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요. ‘임팩트 유니콘(기업 가치 약 1조원인 기업을 전설의 동물 유니콘에 비유합니다)’을 기대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혹시 모르죠, 유니콘으로 변신할 사막여우가 나타날지도요. ^^


(sop 2018 하반기 소셜벤처 데모데이 풀영상)




글 작성 | 슬로워크 오렌지랩 테크니컬라이터 메이

사진 편집 | 슬로워크 오렌지랩 디자이너 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