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매년 한 해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꼽은 ‘2019년 한국의 소비 트렌드’를 대표할 메인 키워드입니다. 자신만의 고유색을 표현하고 하나뿐인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건 비단 소비뿐만이 아니지요. 기술이 진보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삶의 곳곳에서 ‘나’를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외관은 같아도 스타일에 따라 휴대폰 배경화면을 다르게 꾸미기도 하고, 특별한 기념일에 맞춰 의미 있는 문구를 새긴 케이크를 주문하기도 하죠.


슬로워커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갑니다. 멋진 솔루션을 통해서, 독창적인 포트폴리오를 제작해서 말이죠. 하지만 여기 무언가 특별한 방법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황망한 노트북 위에 형형색색의 스티커를 붙여 ‘나’를 표현하는 겁니다. 슬로워커가 노트북으로 표현한 진짜 ‘나’의 모습, 지금 바로 만나볼까요?



1. “콘텐츠를 향한 고찰과 집념” 전략컨설팅 사업부 대표 강원의 노트북

Q. 노트북 위에 스티커가 정갈하게 붙어 있네요. 굉장히 깔끔해 보이는데 본인만의 기준이 있나요?

지적 콘텐츠를 다루는 브랜드들을 참 좋아하는데 붙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이코노미스트 뉴요커같은 매거진이요. ‘어제보다 오늘 더 발전해야 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게 제 목표이기도 하고요. 전 일과 삶이 분리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이죠. 일하면서 지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매우 큰 기쁨을 느껴요. 일종의 강박관념이기도 하지요.


Q. 지적 콘텐츠를 좋아한다니, 슬로워크의 전략컨설팅 사업부를 대표하는 강원과 어울리네요. 붙여진 스티커 좀 소개해주세요.

오른쪽에 붙인 동그라미 스티커는 칸 광고제인 Cannes lions 스티커고요. 그 위에 있는 네모난 스티커는 콘텐츠 플랫폼인 Publy 스티커에요. 여러 스티커 중 가장 좋아하는 건 ‘Thank God It’s Monday’라고 적힌 스티커에요. 흔히들 직장인에게 월요일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잖아요. 근데 전 월요일에 감사해요.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지적 성장에 감사함을 느끼기 때문이죠. 허슬정신(무대뽀정신, 헝그리정신)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 스티커는 미국의 Wework란 회사에서 만든 건데요, 여기 직원들은 일과 삶을 하나로 여겨요. 왠지 저와 잘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Q. 지적 콘텐츠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걸 즐기는 거 같은데, 그중 가장 영감을 얻는 수단은 무엇인가요?

주로 학술 논문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적 콘텐츠죠. 학술 논문을 보다 보면 학계에서 연구된 최신 지식과 정보들이 현실에 반영되지 못한 것들이 많아요. 현실이 몇 년은 뒤처진 것 같다고 느껴 지기도 해요. 특히 경영 부문은 더욱더 그래요. 요즘 수평적인 조직문화나 밀레니얼, 커리어, 정체성 같은 말들이 유행인데 이미 학계에서는 10년 넘게 연구되고 많은 부분이 정리된 개념들이에요. 이런 지적 성과들이 현장에서 적용되면 많은 조직이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앞서 말한 학술 논문에 실린 경영 연구와 슬로워크의 현재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학술 논문에 실린 이상적인 경영 연구를 100% 현실에 반영하는 건 아니지만, 슬로워크는 조직을 위한 혁신적인 전략을 최대한 적용하고 활용하는 기업이에요. 슬로워크 특유의 ‘겁 없는 실험정신’이 정말 좋아요. 예를 들면 자율휴가나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는 아직까진 다른 기업에선, 특히 한국에선 적용이 쉽지 않으니까요. 도전에 있어 겁을 내면 혁신이 생길 수 없어요. 막상 실현하면 생각했던 거보다 별문제도 안 생기고요. 도전과 혁신이 선행되어야 유연한 조직 형성도 가능하죠.



2. “디자이너로서 ‘나’를 표현하는 법” BX디자이너 핼의 노트북

Q. 스티커와 여백의 비율이 인상 깊네요. 주로 어떤 스티커를 붙이나요?

제 마음을 움직이는 스티커를 붙여요. BX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주로 디자인 업무와 관련이 있거나 영감을 주는 스티커를 선호하죠. 제가 직접 만든 스티커들도 많고요.


Q. 핼이 직접 만든 스티커라…. 멋있네요. 가장 대표적인 작품 한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NO라고 적힌 초록 하트와 ‘요오오옹기'란 글자가 새겨진 스티커입니다. 슬로워크는 매년 야심 차게 일력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내부 사정으로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올해 2019 일력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만든 스티커죠. 최선을 다한 프로젝트이기에 애착도 크고 무엇보다 ‘요오오옹기'란 단어는 가끔 지치고 힘들 때 제게 큰 힘이 되곤 해요.


Q. 노트북에 초록 하트 스티커가 많네요! 핼의 슬랙 프로필 사진도 초록 하트이고요. 개인적인 의미가 있나요?

그럼요. 제게 초록 하트는 의미가 큰데요, 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에요. 슬로워크 입사 초기부터 현재까지 사용하는 프로필 사진도 제가 직접 디자인한 초록 하트 캐릭터고요. 하트 하면 보통 빨간색을 떠올리곤 하잖아요, 그렇기에 초록 하트는 더욱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죠. 저는 마음과 태도가 건강하고 사랑이 가득한 삶을 살고 싶어요. 이런 의미에서 초록 하트는 제게 정말 딱 어울리는 이미지에요. 제 이메일 계정 아이디인 ‘hel’도 ‘Haeri Expands Love’의 줄임말이랍니다.


Q. 디자인 업무에 영감을 주는 스티커는 무엇인가요?

스티커 중 3개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왼쪽 위에 ‘favorite’, 가운데에 -philic, 오른쪽 위에 가려져서 잘 보이진 않지만 ‘WHAT DO YOU LIKE?’라는 스티커들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에 두면서 살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붙였어요. 일상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는 행복은 디자인할 때도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Q. '이것만은 못 떼겠다'하는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를 골라주세요.

전부 다 소중한 스티커들인데요,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스티커를 1개 고르라면 오른쪽 아래에 붙인 SECOND UNIQUE NAME 스티커요. 스트랩이 달린 핸드폰 케이스 브랜드인데, 디자인이 너무 제 취향이어서 정말 좋아한답니다. 이 브랜드의 핸드폰 케이스를 4개나 가지고 있어요. 여기에도 초록 하트 스티커를 덧붙였어요. 제가 정말 좋아한다는 표시로요. 초록 하트를 통해 자주 저를 표현하다 보니 슬로워크 내에선 초록 하트가 제 마스코트 이미지가 됐네요.



3. “슬로워커는 취미도 범상치 않다?” UX기획자 S의 노트북

Q. 노트북 위에 스티커가 매우 많네요. 알록달록해서 하나의 작품 같아요. 주로 어떤 스티커를 붙이나요?

취미로 디제잉을 해요. 2012년부터 시작해 어느덧 7년째 디제잉을 즐기고 있네요. 그래서 제 노트북에도 취미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죠. 인터넷 음악 레이블의 스티커나 클럽 이벤트에서 나눠주는 스티커를 붙이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가치 있는 스티커 위주로 붙이죠.


Q. 디제잉이 담긴 노트북이라.... 개성이 넘치네요. 어디를 가면 쉽게 얻을 수 없는 디제잉 스티커를 받을 수 있나요?

국내 클럽에서 디제잉 행사로 받은 스티커들도 많지만, 해외에서 하는 행사에 가야지만 받을 수 있는 스티커들도 많아요. 특히 전 주로 일본에서 하는 디제잉 행사를 즐기곤 하는데요, 일본의 한 클럽에서 케이팝 음악으로 디제잉을 하는 행사가 열려 참여하기도 했죠. 맨 밑에 청록색 스티커 보이시죠? 제가 좋아하는 일본 여성 음악가 그룹인 ‘요메이리랜드’에게 받은 스티커에요. ‘요메이리랜드’가 내한했을 때 통역을 해주고 고맙다고 받았거든요. WcFlurry라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DJ 크루에게 받은 스티커도 있는데요, DJ 하면서 알게 된 친구가 발족한 크루예요. 여성 DJ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활동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WcFlurry가 참여하는 ‘슬픔의 케이팝 파티’라는 행사가 인기를 끌어서 ‘마리끌레르’에서 취재를 해가기도 했어요.


Q. 텍스트 스티커도 눈에 띄지만 군데군데 있는 캐릭터 스티커들도 눈에 띄네요.

흰 동그라미 배경에 2명의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는 디제이 행사로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인 만화가에게 직접 받은 거예요. 만화가에게 직접 그린 캐릭터 선물을 받다니 정말 좋았죠. 제일 큰 흑백 얼굴 스티커는 미국인 디제이 ‘JACK댄스’가 내한해서 뿌린 스티커에요. 디제잉을 좋아하다 보니 이것저것 디제잉과 관련된 스티커가 많네요. 디제이들은 본인만의 스티커를 제작해서 많이 뿌리곤 하거든요.


Q. 가장 좋아하는 스티커를 딱 한 개만 뽑자면 어떤 건가요?

스티커가 많아 밑에 깔려서 잘 안 보이는데, 일본 ‘모그라’클럽에서 받은 스티커에요. 일본에 처음 간 이유도 모그라에 가기 위해서였죠. 그때 마침 모그라에선 6주년 행사 중이었어요. 처음 보는 외국인들과 다 함께 하나 되어 재밌게 즐기는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모그라클럽 스티커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붙어있는데요, 제일 눈에 잘 띄는 건 가운데에 있는 ‘LIAR LIAR’가 적힌 스티커네요.


Q. 활동적인 취미생활이 실제 업무에도 많은 도움이 되나요?

그렇죠. 제가 직접 디제잉을 하는 파티는 주로 제가 기획하고 있는데요. 주최자로서 파티를 지휘하고, 관객들이 더 좋아할 만한 방법을 모색하곤 하죠. 또 스탭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때로는 기업 등의 이해관계자와 연락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험들이 기획자로서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곤 해요. 스탭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슬로워크에서 사용하는 슬랙과 구글독스를 사용하고 있고요.



4. “세상을 바꾸는 디자이너” BX디자인 컨설턴트 쏠의 노트북

Q. 스티커가 정말 많고 다양하네요. 스티커를 붙일 때 특정한 기준이 있나요?

디자인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주로 사회 이슈를 다룬 스티커가 많은 편입니다. 학부 때 읽은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외형의 아름다움보다는 실질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었어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 보자면, 라이프스트로우 같은 제품이요. 전기도 없는 제3세계에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방법으로 물을 정수하는 휴대용 빨대를 고안한 것입니다. BOP 사람들이 겪는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 중심 디자인의 사례 중 하나이지요.


Q. 쏠의 노트북에 붙여진 사회적 가치가 담긴 스티커 좀 소개해주세요.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스티커는 맨 밑에 붙인 노란색 동그라미 스티커에요. BIYN은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의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입니다. 좋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 풍경에서 작업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스티커 중 하나입니다. 제가 비영리 활동에 관심이 많거든요. 디자인이 비영리 활동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왼쪽 아래에 있는 고슴도치 스티커는 뉴닉에서 받은 거에요. 사실 저는 후원 시기를 놓쳐서 참여하지 못했고 동료가 받은 것을 뺏은 거랍니다. 후원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고슴이에게 패딩을 입혀주세요.’ 라니. 어찌 이 귀여운 고슴이를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다음에는 꼭 까먹지 않고 후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심을 담아 외칩니다. 뉴닉 화이팅.


Q. 가운데에 '히이이이이익'이란 문구가 눈에 띄네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요?

연극 <페미그라운드-여기도 저기도 히익 거기도?>에서 나온 스티커에요. 워크숍을 통한 관객 참여형 연극인데요. 참여자들이 일상에 만연한 여성 혐오 발언을 수집하는 웹사이트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사실 잘 보이진 않지만 제 노트북 곳곳엔 페미니즘과 관련된 스티커가 붙어있어요. 제가 잘 보이지 않게 그 위로 다른 스티커들을 덧붙였지만요. 업무 특성상 노트북을 들고 참석해야 할 외부 미팅이 많아요. 적극적으로 페미니스트란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만, 한편으론 외부로부터 오는 불편한 시선이 걱정되기도 하죠. 저는 슬로워크 여성자유보장위원회 Pitch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공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혐오 당할 것을 두려워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페미니즘은 알면 알수록 약한 존재를 향한 의제라는 생각이 들고 그럴수록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혹여나 놓칠까 봐 걱정하는 사려 깊은 마음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문제를 단호하게 지적하는 용기를 내야 하니까요. 그를 통해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 덕분에 더 설치고 떠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Q. 가장 애착이 느껴지는 스티커는 무엇인가요?

너무 어려운데요. 모든 스티커가 가치 있고 뜻깊지만, 그중에서 꼽자면 세월호 스티커요. 남색 배경에 노란 리본이 그려져 있죠. 리본 모양을 자세히 보면 윗부분이 살짝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요. 재질도 두껍고 가지고 있는 스티커 중에 꽤 퀄리티가 있는 편입니다. 저는 아직도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녀요. 잊으면 안 되는 사건이잖아요.



모두 외관은 같은 노트북이지만 그 속에 깃든 슬로워커의 이야기는 저마다 톡톡 튀는 개성으로 가득했습니다. 늘 지적인 발전과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즐기는 강원의 노트북엔 콘텐츠를 향한 집념과 고찰이 담겨있었고 건강한 마음과 삶에 영감을 주는 것들을 사랑하는 핼의 노트북엔 ‘핼' 그 자체가 담겨 있었죠. 디제잉을 향한 열정과 함께 어울려 하나 되는 기쁨을 즐기는 기획자 S의 노트북엔 취미의 발자취가 담겨 있었고 체인지메이커 쏠의 노트북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조화롭게 공존하는 슬로워크,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가 됩니다!




한 개성하는 사람들의 일터, 슬로워크에서 UI디자이너로 일하고 싶다면?





인터뷰, 정리 | 슬로워크 오렌지랩 은비

이미지 | 슬로워크 오렌지랩 디자이너 길우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