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워크는 2016년 여름, 특별한 의뢰를 받습니다. 바로 서울시 교육청의 [우리학교 역사의 벽 함께 만들기]라는 프로젝트인데요. 이 프로젝트는 각 학교의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학교의 역사를 발굴하고 디자인 전문가와 협업하여 ‘역사의 벽’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학생과 선생님, 콘텐츠 편집 디렉터, 디자이너, 시공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업 아래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교육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협력을 학습한다는 데 의의가 있는데요. 슬로워크는 디자인 디렉터로서 역사의 벽의 콘텐츠 편집 디렉팅과, 디자인 작업을 맡았습니다. 총 세 학교와 인연이 있었는데 그 중 숭문중학교 역사의 벽이 만들어진 과정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숭문중학교 111년 역사의 문을 열다

숭문중학교는 마포구 대흥동에 위치한 사립중학교입니다. 올해로 무려 111년이 된 유서 깊은 학교로, 역사교과서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던 경성야학교에서부터 지금까지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숭문중학교에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많았는데요. 이런 숭문중학교의 이야기를 파헤치고 재구성하는 것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여 역사의 벽 TF팀을 꾸렸습니다.


TF팀은 선생님 6명과 학생 13명이 모였습니다. TF팀에게는 무엇보다 이 ‘역사의 벽’이 어떻게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확장하게 할 지가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런 고민을 거쳐 만들어진 역사의 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지역사회와 학교의 역사를 아우르는 역사의 벽

두 개의 벽면으로 구성된 역사의 벽은 크게 마포지역의 역사, 학교의 교육 철학, 참여공간 그리고 학교의 역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제인 학교의 역사뿐만 아니라 다른 테마의 주제를 더 선정한 것은 학생들이 역사를 보다 다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지역의 역사와 교육철학 파트의 내용을 보며 학생들은 현재의 삶의 무대인 마포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거나 무형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는 학교의 철학에 대해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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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쉽게 학교의 역사 이해하기

학교의 역사를 재미있게 알아가기 위해 서술방식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바꿨습니다. 딱딱한 교과서 같은 내용이 아닌 각각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맥락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니 학교의 역사가 더 살아있는 듯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왼쪽 글보다 오른쪽 글이 그 당시의 서윤복 선수의 우승이 우리 민족에게 가져다준 감격에 대해 더 잘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의 역사와 한국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같은 연대에 나열하여 거시적인 우리나라 역사와 학교의 역사를 비교할 수 있게 하여 교육적인 효과를 높였습니다.  



역사의 벽이 관람자와 관계 맺는 법

한 사람의 말투가 그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듯이 글쓰기 스타일은 화자의 성격과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보통 브랜드 작업에서 글쓰기 스타일을 가이드하는 경우가 많은데 역사의 벽 프로젝트에도 적용했습니다. 학교는 으레 선생님과 학생의 바람직한 본보기가 되라는 의미로 교사상, 학생상을 만듭니다. 숭문중학교의 교사상, 학생상은 오래전 작성되어 글쓰기 스타일이 명령문으로 서술되어 있었습니다. 위압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문장을 주체적인 의지를 드러내는 1인칭 어조로 변경하여 전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참여하고 소통하는 역사의 벽

재미있는 공간은 바로 참여공간인데요. 설치 이후에도 학교의 역사는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형일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학교의 이야기와 모습도 반영할 수 있는 자석 벽을 만들어 앞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실제로 처음 설치 때에는 학교의 역사가 담긴 사진전이 열렸는데 지금은 만화반 작품 전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상상해보아도 재밌겠지요?



학교의 역사파트가 끝나고 전시의 마지막에는 포토존이 이어집니다. 학교의 역사는 단지 과거에 머물 뿐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학생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역사의 벽 한쪽에는 함께 작업한 TF팀이 작성한 후기들이 있습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역사의 벽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역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과 감동을 얻었습니다.




드디어 완성된 역사의 벽





지금까지 소개된 고민이 모여 완성된 역사의 벽의 모습입니다. 숭문중학교 역사의 벽은 학생들의 시야를 넓히고 사고를 확장하기 위해 ‘학교의 역사’라는 주제를 넘어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자칫 뻔할 수 있는 역사 텍스트를 새롭게 가공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관람자를 고려하는 글쓰기 스타일과 참여를 이끄는 일부 코너를 통해 적극적으로 관계맺는 전시를 고민했습니다.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하는 모든 과정에서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고민하는 작업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역사의 벽이 단순히 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교와 선생님, 학생들에게 매일매일의 의미있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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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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