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걸음과 인생의 시간은 나란히, 그리고 평행하게 걸어갑니다.”


한걸음 달력
은 2014 하반기 슬로워크 버닝데이에 출품한 달력입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시간, 그러나 누구에게나 같은 양의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삶의 걸음과 인생의 시간은 나란히, 그리고 평행하게 흐릅니다. 때론 빠르게, 때론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는 않습니다. 내가 걸어가는 시간에도 변하지 않을 시간을 기록해 줄 달력, 그 걸음걸이에 힘을 주고 위로가 될 수 있는 달력으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전구상

달력이라는 매체의 속성을 곰곰이 생각해보았을 때, 얻은 결론은 '기능'에 충실할 것과, 그 기능을 사용함에 있어 불편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적인 요소, 이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매년 만드는 달력에서 의미 있는 콘텐츠를 찾아 사용자에게 지적이거나 감성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방식을 택해왔습니다. 2014년, 많은 사건사고와 이슈들로 인해 지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았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과 인생의 흐름을 아우르는 '걸음걸이'에 집중했습니다. 


주제선정과 구성

걸음걸이를 지면에 효과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자료조사와 아이디어 회의를 수차례 거친 끝에, 다양한 걸음걸이에 대한 순우리말 표현을 주제로 결정하였습니다. 국내 문학에서 사용된 표현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구문 속 명칭들은 의미를 알게 되면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재치 있는 표현과, 표음문자 그대로의 뜻과 전혀 다른 뜻을 내포하는 등 이런 재미있는 요소들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제작을 위해 각 달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미지를 계절별, 기간별로 분류했습니다. 1~2월은 결심/시작 | 3~5월은 봄의 느낌 | 무더운 6~8월은 극복 | 9월은 가족, 사랑 10, 11월은 유머, 건강 | 12월은 한 해의 마무리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후 분류된 기간별 이미지에 어울리는 한글 걸음을 백여 개의 자료 중 세심하게 배치했습니다. 


디자인 시안
1차 시안으로 제작된 1월의 화장걸음의 원 뜻은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듯 팔을 벌리고 뚜벅뚜벅 자신 있게 걸어가는 걸음' 이라는 의미로,  '한 해의 시작인 1월, 자신 있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힘차게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5월의 명매기 걸음은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걸었던 걸음으로 이를 본 이몽룡이 그 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 걸음걸이'입니다. 이는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는 애틋한 5월의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걸음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간보고 및 의견반영

제작된 시안을 발표하는 중간보고에서 다른 슬로워커들이 예리하게 평가하고, 그 의견을 주었습니다. 기획 측면에서의 의견은  "달력을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 요소가 조금 더해지면 좋겠다", "걸음걸이 이름이 유용한 정보는 아닌 것 같다", "달마다 의미가 있으니까 디자인만 하는 것을 넘어서 추가적인 메시지(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디자인 측면의 의견으로는 "타이포그래피 표현 방법이 다채로웠으면 좋겠다", "타이포에 조금 더 성격이나 기분이 느껴지는 색, 추가적인 모티브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서체에서 걸음걸이 특징이 드러나도록 구성하였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중간보고 후 전해 받은 의견들


수집된 좋은 의견들을 반영한 최종 결과물입니다. 시안은 벽결이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며, 서체의 구성을 조금 더 자유롭게 변경하여 서체 자체만으로도 걸음걸이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걸음걸이의 이름을 비롯해 해당 걸음이 뜻하는 의미와,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단어/구절을 삽입하여 사용자가 좀 더 감각적인 유희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애초 기획한 의도대로 달의 구분은 걸음으로 변경하고 타이포그래피 부분을 뜯어내어 별도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상했습니다.




의견을 반영해 최종 제작된 프로토타입



순우리말이나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만든 제품이나 달력은 이미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접근 방법에 대한 고민은 기획 단계에서 가장 고민하고 우려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걸음을 타이포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과연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프로토타입 개발 시 늘 머릿속을 따라다니던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질문은 사람들이 이 달력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 이상의 감각적인 만족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기대였습니다. 


디자인은 그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힘과 노력, 끈기와 열정이 뒷받침되면 분명히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한 걸음씩 답을 찾는 발걸음을 내딛고, 한 걸음에 결과물로 여러분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 한걸음 달력은 버닝데이 1위 수상작으로, 실제 달력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다음 주(11/10)에 예약판매를 시작하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물범, 누렁이, 사모예드, 나무늘보 발자국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