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자체로 영감을 주는 그들


화상 전화 등 기업용 협업 기기를 만드는 회사 폴리콤이 낸 변화하는 업무의 세계 디지털 백서에 따르면 세계 직장인 3분의 2가 원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를 채용, 유지하기 쉽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워라밸(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을 텐데요.


음, 그런데…정말 그럴까요?


물론 장점이 많은 근무 형태지만, 직접 하는 사람들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고민거리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구성원 8명이 전부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디지털 사업부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원격근무를 ‘시간이든 공간이든 마냥 원하는 대로 일하는 업무형태’로 이해했는데,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디지털 사업부가 마침 함께할 UI/UX 기획자를 채용하고 있어서, 관련된 내용까지 현 기획자 및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 세 분과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부서장 키튼님()과, 형우()님, 훈()님입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로 사회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슬로워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시나요? ^^


(이 분들이 전부 원격으로 일하신다구요! 요청에 따라 스티커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키. 2016년 슬로워크와 UFOfactory가 합병하면서 총인원이 60명을 넘는 회사가 됐는데, 소속된 한 분 한 분이 능력있는 개인이기 때문에 그들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챙겨야할 것 같아요.

훈. 잘 지냅니다. 보통 10월에서 12월 중순까지 업무가 고돼서 울면서 일하는데, 올해는 다행히 안그래서요.


형. 입찰에 성공한 프로젝트의 착수 보고회가 있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3개월된 차우차우를 입양해서 이 아이에게 힐링받고 있어요. 밥 주면서 “산초~”(이름이 산초!)하면 쪼르르 오거든요. 그게 그렇게 좋아요.


Q. 세 분 다 업무에 대한 고민을 살짝 말씀해주셨는데 슬로워크의 기획자 또는 PM이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형. 어려운 질문이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연관해서 생각해보자면 중재와 소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고객사의 5개 팀, 그리고 슬로워크 팀장님과 개발인원, 마지막으로 외주인원까지 최대 17명과 소통했어요.


Q. 17명이요?


형. 네. 게다가 팀마다 결정권이 퍼져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PM으로서는 예산과 투입일수를 조정하고, 일정을 맞추고, 중간중간 산출물을 제출하면서 프로젝트를 병렬적으로 관리해야만 했습니다.


Q. 훈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훈. 맞아요. PM은 (형우님이 말씀하신) 복잡한 상황에서도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축구로 치면 감독처럼요. 근데 저는 '슬로워크의 기획자 또는 PM’이라 조금 다른 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희 원격근무 하니까요.


Q. 오 그렇습니다. 슬로워크 디지털 사업부는 국내에서 추세가 되기 전부터 원격근무를 하고 계셨으니 인사이트있는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훈. 저희 팀에게 원격근무가 합리적인 이유는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말지 여부를 8명이 다 모여서 결정하거든요. 탑다운이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소통할 경우 회의로 하루를 다 보낼 가능성이 크죠. 이런 것이 외부에서 보기에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아요.  


형. 네. 저는 그렇게 원격근무하는 것이 좋아서 슬로워크에 입사했지만, 어떤 분은 이것 때문에 지원하지 않기도 해요. 부담스러워서요. 실제로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회의를 할 때 다같이 디자인 시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한다면 대면이 낫겠죠.


훈. 그만큼 원격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구성원 각자가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하는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나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는 보통 한 가지 측면만 보여주는 경향이 커서 그것만 보고 ‘아, 원격근무하면 좋겠다'고 결정해버리거든요. 그러면 한계가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원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하고 싶어서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실험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계속 돌면서 원격으로 일해보는 것이었어요.


Q. 네?


훈. 원격근무가 도대체 뭘까, 그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하면서요.


(매일 아침 부서원이 모두 모이는 스탠드업 미팅 캡처 화면입니다)


Q. 아~^^ 그런데 듣고보니 문득 슬로워크는 애초에 왜 원격근무를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키. 저와 훈님은 UFOfactory 시절부터 원격근무를 했어요. 슬로워크와 합병한 뒤에도 자연스럽게 그 업무 형태를 이어왔죠. 저는 정시 출퇴근을 하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산성이 높거든요. 다만 이게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원격근무하기 어려울 거예요. 단적으로 과거에 이것 때문에 퇴사한 분도 있었죠.


훈. 음, ‘왜 출퇴근을 해야하지?’를 먼저 고민하다보면 원격근무하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 9시간 동안 특정 장소(예를 들면 사무실)에 모여있는 것, 즉 출근은 각자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원격근무를 하게 됐고요. 그러니 지금은! 원격이 기본, 출근이 선택인 팀이 된 것이죠.


Q. 새로운 시각입니다! 그럼 원격근무의 장점을 콕 짚어주시겠어요?


형. 저는 사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슬로워크에 합류했어요. 유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낮에도 반려견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집중이 안되는 시간에는 잠깐 차나 커피를 마셨다가 이어가면 되니까요. 만족합니다.


키. 근본적인 변화를 언급하고 싶어요. 과거에는 회사가 정시출퇴근이나 사무실 근무를 제시하고 노동자는 받아들이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노동자가 본인의 생체 리듬에 맞춰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원격근무 덕분에 노동자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죠. 출퇴근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본인에게 맞다면 원격근무를 하는 것이 좋겠죠. 만약 사무실 근무, 정시출퇴근 해도 괜찮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지금 저희 구성원들은 대부분 원격근무, 유연근무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해외 원격근무 도전기 - 태국 코사무이 편을 참고해주세요!^^)


Q. 결국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 생산성 도구가 좋아져서겠죠?


형. 그런 이유도 있죠. 예를 들어 구글 Meet으로 화상 회의하면서 의견을 듣고 구글 드라이브나 컨플루언스로 회의록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생산성 도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쓸수록 편리하게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요.  


훈. 생산성 도구는 그만큼 좋아졌으니 이제 잘 써야할텐데요. 그러려면 내부 소통방식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까? 어디까지 공유할까? 무엇을 어떤 생산성 도구를 사용해서 공유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같이 답을 찾아야죠.


키. 생산성 도구가 절대 만능이 아니라고 봐요. 슬랙을 써도 업무 처리가 늦을 수 있고 지라를 써도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때가 있죠. 결국 환경과 태도가 많은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 업무 형태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과 일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구성원 중 한 분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데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신 뒤 낮에 집에서 원격근무를 합니다. 아이가 하원하면 또 보다가 재우고 이어서 일하고요.


(디지털 사업부가 개발중인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트러스트 알고리즘. 자연어처리/딥러닝 기술로 뉴스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디지털 사업부가 제작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 포털. 50+ 세대를 위한 정책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 정보 제공 웹사이트입니다)


Q. UI/UX 기획자를 채용하는 공고에도 ‘원격근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이라는 항목을 넣으셨죠. 그 외에 입사 지원하실 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형.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서 서로 동기부여하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같이 달려가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주도적으로 일하시는 분이죠. 결과물이 업무여도 좋고, 개인의 토이 프로젝트여도 좋아요. 저희 팀은 워크숍에서 토이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할만큼 장려합니다. 저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디자인해보고 설문 사이트도 만들어봤어요. 결과적으로 이게 팀에서 수행하는 PM 업무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각 직군의 언어를 이해하니까 전보다는 조율하기가 쉬워져서요.


키.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일하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혼자 책임질 필요가 없는데 무리하다가 팀과 회사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협업,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훈. 저희 팀에 불만을 가지고 이를 고쳐 풀고 싶어하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또 팀을 안 싫어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분이요... ^^;


(디지털 사업부는 지금 UI/UX 기획자 채용중!)


Q. 마지막으로 슬로워크의 디지털 사업부를 어떤 팀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키. 팀원이 지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멘토가 돼줄 수 있는 기획자, PM이 있으니 많이 지원해주세요^^


형.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요. 개인의 업무 능숙도도 중요하지만 서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훈. 다들 지속가능한 팀을 만들자고 이야기합니다. 즉 ‘일을 굉장히 잘하’는 것보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이후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지?’라며 열어두는 팀을 지향하죠. 그래서 저도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인터뷰, 정리 | 오렌지랩 테크니컬라이터 메이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