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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슬로워크, 북촌에서 성수까지

슬로워크 사무실의 역사

올해로 슬로워크를 다닌 지 9년 차가 된 크리에이티브 사업부 디자인팀 팀장 황옥연입니다(세 번째 안식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보다 더 오래 근무한 분들도 계시지만, 나름 현재 디자이너들 중에서는 제일 오래된 슬로워커입니다. 북촌 사무실부터 생활해 온 디자이너는 저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조금 외로워졌습니다. 제가 종종 옛날얘기를 하면 지금 함께하는 동료들 가운데 대부분은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표정이었어요. 그래도 제 페이스북과 여러 클라우드 깊숙한 곳에 남아있던 이전 사진들을, 꺼내어 여러분에게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마침 올해 2월에 슬로워크는 또 한 번의 이사를 했어요.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서 '카우앤독'으로요.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한 블록 옆의 또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입니다. 여전히 성수동이죠. 알고 보면 핫한 곳만 골라 보금자리로 선택해 온 슬로워크. 저의 북촌-서촌-성수 살이 구경해 보실래요?

 

 

북촌 한옥 사무실

2012년, 슬로워크 홈페이지에는 한옥 사무실 사진이 메인으로 걸려있었습니다(그전에는 근처 팔판동의 다다미방 집이 사무실이었다고 해요). 전통문화를 좋아하던 저는 한옥 사무실에 출근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슬로워크는 너무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깐 일하고 있던 곳에서 디자인 멘토링을 받으러 다 같이 슬로워크를 방문하기로 했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북촌에 있는 슬로워크를 처음 가게 되었습니다. 기와지붕에 눈이 한 바가지 쌓인 한옥의 디자인 회사는 제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고, 가고 싶은 회사가 됐습니다.

 

2012년 2월, 방문 당시 직접 찍은 슬로워크 북촌 사무실 옥상 전경(아이폰3G 시절이라 저화질이네요)

 

입사 후 한옥에서의 생활

높은 곳에 있어서 출근길에 숨이 찼고, 겨울엔 웃풍이 심해 보일러 기운이 돌기 전 아침엔 손이 너무 시렸습니다. 가끔 키보드 위로 흙도 떨어졌고요(천장에 쥐가 다녀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한옥 생활은 제게 작은 행복이었답니다. 출근길 경치는 너무 좋고, 당시 전 직원 수가 10명이 조금 넘는 정도여서 다 같이 부엌에서 점심을 지어 먹기도 했어요. 나무색이 주는 안정감도 좋았습니다. 봄이나 가을에는 가운데 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도 했고요.

 

2012년 9월, 한옥 사무실에서 찍은 'Vote for Green' 캠페인 인증샷
2012년 11월, 마당 삼겹살 파티. (저화질이라 거의 식별 불가능하지만) 한쪽에서 고기를 굽는 펭도의 모습
2012년 12월, 길냥이는 언제나 가족
2012년 12월, 길냥이는 언제나 가족
2012년 12월, 눈 쌓인 출근길. 아이젠 없이 어떻게 다녔을까
2013년 2월, 당시 제 자리 뷰(아침마다 손 시리던 시절)

 

서촌으로 이사

2013년 봄, 그렇게 좋아하던 한옥 생활을 1년도 못 채우고 서촌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아마 구성원이 늘어서 넓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옥 라이프를 접고 경복궁 건너편 서촌으로 이사를 합니다. 서촌도 한옥마을 못지않은 매력적인 동네였어요. 힙한 디자인 스튜디오며 독립서점, 카페, 소규모 갤러리 등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죠. 경복궁 옆이어서 그런지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서 빈티지한 느낌이 운치 있는 동네였습니다. 서촌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있었으니 무려 4년이나 있었네요.

2014년 12월, 서촌 출근길에 볼 수 있었던 인왕산
2014년 10월, 연회색 털이 너무 신기했던 옆집 슈퍼마켓의 아기 고양이
2014년 10월, 근처 ‹보안여관› 전시 오프닝 보러 일탈
2015년 2월, 서촌 사무실 옥상 경복궁 뷰
2015년 4월, 점심시간에 골목을 돌고 돌아 단골집 찾아가기
2015년 5월, 석가탄신일 시즌 도로변에 걸리는 연등들
2015년 5월, 봄이면 사무실 건너편에 흐드러졌던덩굴장미
2015년 6월, 여름이면 골목 담벼락에 능소화가 주렁주렁
2015년 11월, 청와대 근처의 흔한 출근길 풍경
2016년 3월, 겨울이 끝나갈 때 폈던 골목길 매화
2016년 5월, 옥상 맥주 파티
2016년 11월, 맞은편의 야근 단골집 ‘청하식당’
2017년 6월, 사무실 베란다 전경. 기와지붕과 예쁜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뤘던 풍경

 

성수로 캐스팅(?)

2017년, 오랫동안 정든 서촌을 떠나 성수동에 있는 헤이그라운드에 입성했습니다. 정감 있는 한옥 동네를 벗어나 공장 지대인 성수동에서 생활하자니 삭막하여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당시 성수동이 뜨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핫한 곳이 줄줄이 생기면서 좋아라 하며 잘 적응했어요. 결국 지금 성수동은 서울 제일가는 핫플이 되었네요. 블루보틀 1호점이 생기다니요. 가지각색의 힙한 가게들과 공장, 도매가게들이 공존하는 희한한 매력의 동네 같습니다.

 

2017년 7월,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오픈 파티
2017년 7-8월, 당시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1층에 있던 식당 헬스클럽
2017년 7-8월,  당시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1층에 있던 카페 영춘
2017년 7월,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5층 전망

 

카우앤독과 코로나19

2020년 2월, 바로 옆집 카우앤독으로 이사를 하자마자 코로나19로 슬로워크 전원 의무 재택근무가 시작돼 버렸습니다. 새 사무실을 만끽하지 못한 채 2개월 동안 홈오피스에서만 근무했고, 5월에 들어서야 조금씩 사무실 생활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사무실이 낯설지만 눈에 띄는 몇 군데를 소개해볼게요.

 

2020년 5월, 사무실 큰 두 구역을 잇는 복도
2020년 5월, 전망 좋은 탕비 공간. 손 소독제와 화병이 인상적….
2020년 5월, 이름부터 심신의 안정을 주는휴게 공간 ‘.nothink’
2020년 5월, 하얀 타일벽이 예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2020년 5월, 건너편에 헤이그라운드가 보이는 카우앤독 옥상 뷰

아쉽게도 팔판동 첫 사무실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제 나름 슬로워크 터의 변화를 사진으로 소개할 수 있었네요. 이렇게 사진을 나열하고 보니 슬로워크가 성장하는 만큼 자연에서 도시로 옮겨 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옥 시절이 베스트였어요. 공간과 주변이 취향 저격이기도 했고, 구성원이 적어 옹기종기한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다시 한옥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핫플만 골라 다니는 슬로워크 덕에 다양한 동네를 경험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새로 이사한 곳도 성수동이니 당분간은 성수 라이프를 계속 만끽할 수 있겠죠? 수년 뒤 시즌 2 '성수에서 ○○까지'로 다시 찾아뵐 수 있는 그 날까지 앞으로의 슬로워크 행보를 부지런히 남겨 보겠습니다.


글, 사진 | 슬로워크 디자인팀장 황옥연
편집 | 슬로워크 브랜드 라이터 누들, 디자이너 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