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12월까지 반년 동안 슬로워크는 슬로워크의 아이덴티티를 재정립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조직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변화를 위한 디자인 솔루션' 슬로건부터 미션과 비전, 슬로워크의  反인재상까지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묶었습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거나, 조직의 아이덴티티에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에 있다면 꼼꼼하게 읽어보세요.





1. 아이덴티티를 만들기 전


‘#아이덴티티 ①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글 읽기)는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작업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소개합니다. 2015년 10주년을 맞은 슬로워크에게는 무엇이 필요했는지,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 전 고려해야 할 사항과 원칙, 단계 설정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2. 슬로워크의 지난 10년


‘#아이덴티티 ② Until Now: 슬로워크 10년, 용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글 읽기)는 1인 사업자로 시작해 30명의 구성원이 함께하는 조직으로 성장한 슬로워크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봅니다. 슬로워크에는 어떤 위기가 있었는지,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자체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지도 이야기합니다. 조직의 과거를 회고할 때 필요한 팁도 배울 수 있습니다. 



3. 슬로워크가 놓인 환경


‘#아이덴티티 ③ Right Now 1: 이러다 우리 망하는 거 아냐?’ (글 읽기)는 슬로워크를 둘러싼 외부 환경 분석 내용을 공개합니다. STEEP 분석 방법을 활용한 거시 환경 분석, 디자인 업계 동향 분석, 블로그 독자와 클라이언트 설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분석으로 통해 외부 환경의 위협 요인과 기회 요인을 찾았습니다. 외부 환경 조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한 분과 디자인 업계에 계신 분들께 강추하는 글입니다. 



4. 슬로워크는 어떤 회사인가


‘④ Right Now 2: 슬로워크 진단 결과는 '보통 회사'’ (글 읽기)는 슬로워크 현재 모습을 진단한 과정과 결과를 소개합니다. 슬로워크는 내부 평판 관점과 지속가능성/사회적 영향 관점으로 스스로를 평가했습니다. 일하기 좋은 직업(GWP) 평가, 직원 행복지수 평가, 지속가능성/CSR 진단, 슬로워크 평판 진단을 실행한 결과 슬로워크는 ‘보통회사였습니다'. 좋은 회사로 비추어졌지만 실제로는 여러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아이덴티티 작업에 반영했습니다. 스스로 조직을 진단할 때 유의해야 할 팁을 배울 수 있습니다.



5. 슬로워크가 본받고 싶은 회사


‘#아이덴티티 ⑤ Right Now 3: 그 회사가 알고 싶다.’ (글 읽기)는 소위 꿈의 회사라고 불리는 기업을 조사했습니다. 국내외 31개 기업을 웹으로 조사한 후, 그 중 대안적이거나 본받을 만한 제도가 있는 기업 4곳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좋은 회사에게 배운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6. 슬로워커 모두가 이해하는 과정


‘#아이덴티티 ⑥ Right Now 4: 지금이 던킨도넛 먹을 때인가요?’ (글 읽기)는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를 내부 구성원과 외부 이해관계자와 공유한 경험을 소개합니다. 내부 워크숍을 통해 조사 분석 결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고민했습니다. 최대한 많이 듣고 아이덴티티 수립에 반영하기 위함입니다. 슬로워크의 외부 이해관계자와 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예리한 의견을 듣는 라운드 테이블 토론도 진행했습니다. 조직 현황 진단의 마지막 단계에서 꼭 고려해야 할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7.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만들기


‘#아이덴티티 ⑦ From Now on 1: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 이렇습니다.’ (글 읽기)는 조사 단계 이후, 실제로 아이덴티티를 수립한 과정을 소개합니다. 자의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고 시작한 아이덴티티 수립과정은 예상했던 4주보다 8주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미션, 슬로건, 비전을 포함해 슬로워크가 정립한 7가지 아이덴티티 요소는 어때야 하는지를 정의합니다. 우리 조직에는 어떤 아이덴티티 요소가 필요한지 고민이시라면 꼭 읽어보세요.



8. 슬로워크의 새 아이덴티티


‘#아이덴티티 ⑧ From Now on 2: 슬로워크 아이덴티티를 공개합니다.’ (글 읽기)은 6개월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슬로워크 아이덴티티'를 소개합니다. ‘변화를 위한 디자인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가진 슬로워크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하는지, 비전과 미션은 무엇인지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슬로워크 反인재상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8가지 유형’ (글 읽기)은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수립 과정 중 가장 뜨거운 논의의 주제였던 슬로워크의 반인재상(反人才像)을 소개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슬로워크는 규격화된 높은 기준의 인재상을 정하지 않고, 최소 기준인 反인재상을 수립했습니다. 최근 진행한 에디터 채용과 현재 진행 중인 스티비 개발자 채용에 적용되는 슬로워크 反인재상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읽어보세요.



새로운 아이덴티티는 3개의 TF를 통해 실행되고 있습니다. 사업전략TF, 고객경험 TF, 조직문화 TF의 활동 결과물도 계속 공유하겠습니다.



Posted by slowalk

그간 7회에 걸쳐 슬로워크 조직 아이덴티티 수립 프로젝트의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제 그 첫번째 결과물인 슬로워크 아이덴티티 체계를 공개합니다.

이번에 공개하는 아이덴티티 체계는 2016년부터 10년 간 사용하게 됩니다.






미션(Mission)

슬로워크는 왜 존재하는가? 무엇을 하는 조직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디자인에 기반한 접근이 슬로워크의 핵심 역량임을 인식하고, 그 역량을 활용해 조직과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습니다.


“슬로워크는 디자인에 기반한 사고와 방법론을 통해 

조직과 사회의 변화를 만듭니다"


슬로워크는,

  • 문제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바라봅니다.

  •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킵니다.

  • 지속가능성을 고려합니다.

  • 데이터와 논리의 분석에 기반합니다.


디자인에 기반한 접근은,

  • 상황 속에서 관찰하고 경험하여 문제를 정의합니다.

  • 확산과 수렴의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 실험과 개선을 반복하여 현실에서의 최적안을 도출합니다.

  • 최종 사용자의 이해와 공감,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변화는,

  • 명확한 목적이 존재합니다.

  • 관계의 회복을 지향합니다.

  • 조직과 사회에 긍정적입니다.

  • 체감할 수 있습니다.

  • 일시적이지 않고 지속됩니다.





가치(Values)

가치는 모든 구성원이 어떤 상황에서든 추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각각이 상반되는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칭을 이룬 두 가치는 어느 하나만 단독으로 추구해서는 안 되고, 짝지어 있을 때 빛을 발합니다. 4가지 가치 중 두 번째인 '자유와 책임'은 '넷플릭스의 문화 : 자유와 책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탁월함(Excellence)과 겸손함(Humility)

언제 누구와 일하든지 신뢰와 존중을 얻는 가장 탄탄한 기초는 탁월한 실력입니다.

탁월한 실력이 겸손한 자세를 통해 드러날 때, 그 탁월함은 더욱 빛이 납니다.


자유(Freedom)와 책임(Responsibility)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사람일수록 더 즐겁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나만이 아닌 모두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누리는 자유만큼 강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다양성(Diversity)과 공감(Empathy)

다양성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고, 창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담고 있습니다.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은 포용할 수 있으며, 포용하는 문화에서 다양성은 조화를 이룹니다.


행동(Act)과 사유(Think)

말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이 조직을 지속가능하게 하며, 성공과 실패는 그 다음입니다.

항상 성공할 수는 없지만, 깊이 사유하고 행동했다면 실패해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경영원칙(Business Principles)

조직 운영의 기본이 되는 가치 판단의 기준입니다. 모두 12가지 원칙을 세우고 있고, 키워드를 먼저 공개합니다.


  1. 장기적인 수익성 추구

  2. 가치사슬의 지속가능성 지향

  3. 공정한 경쟁

  4. 고객 가치의 실현

  5. 비즈니스 윤리

  6. 보건과 안전

  7. 구성원 역량 개발

  8. 환경적 지속가능성

  9. 정보 보호

  10. 컴플라이언스

  11. 이해관계자 소통과 참여

  12. 기업시민정신





비전(Vision)

특정 기간 후를 바라보며 그리는 슬로워크의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앞으로 10년 후를 바라보며 이상적인 모습을 그렸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별 것 없어 보이지만 슬로워크에게는 BHAG(Big, Hairy, Audacious Goal) 입니다.


"가치와 원칙을 모두 지키면서 

구성원 월급을 제대로 주고도 생존하는 회사"


가치와 원칙을 모두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 구성원 월급을 제대로 주고, 생존해야 합니다. 구성원 월급을 제대로 준다는 것은 고용계약서에 명시된 액수를 제대로 입금한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월급으로 통칭되는 광범위한 보상을 모두 포괄합니다. 생존한다는 것도 단순히 회사가 영업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때, 생존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슬로워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조직에게도 매우 도전적인 비전입니다.


# 비전을 달성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핵심 질문이 있습니다. 측정이 어렵지 않도록 질문을 구성했습니다.

  • 회사가 여전히 생존해 있는가?

  • 회사의 미션에 적합한 성과를 냈는가?

  • 구성원 월급을 제대로 줬는가?

  • 회사의 가치와 비즈니스 원칙을 모두 지켰는가?





전략(Strategies)

미션과 비전의 달성을 위해 조직이 선택하고 집중하는 구체적인 영역 또는 방향입니다.


안정성과 역동성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핵심 역량과 평판 강화

창의적이고 건전한 성과 중심 조직으로 탈바꿈

조직 내 지속가능성의 내재화





슬로건(Slogan)

조직의 정체성을 가장 임팩트 있게 설명하는 문구입니다.

슬로워크의 새로운 슬로건은


“변화를 위한 디자인 솔루션(Design Solutions for Change)"





이렇게 조직 아이덴티티 체계를 구성했고, 이것은 첫번째 결과물일 뿐입니다.

새로운 아이덴티티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 3개의 TF를 조직했습니다. TF 활동 결과물도 계속 공유하겠습니다.


사업전략 TF

  • 하는 일: 안정성과 역동성의 균형을 이루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한 사업전략을 설계한다.

  • 범위: 사업추진 방향, 역량 분석, 조직 개편, 채용, R&BD 등


고객경험 TF

  • 하는 일: 고객 평판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과 만나는 모든 접점을 설계한다.

  • 예: 전화 응대 멘트, 명함 전달 방법, 이메일 답장 요령, 홈페이지 개편 방향 등


조직문화 TF

  • 하는 일: 창의적이고 건전한 성과 중심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직문화를 설계한다.

  • 범위: 평가제도, 보상제도, 복지제도, 사내 행사 등


이번에 만든 아이덴티티 체계에 대해 매년 미션 수행 및 비전 달성 여부를 모니터링합니다. 그리고 3년마다 아이덴티티 리뷰를 실행합니다. 또한 10년마다 아이덴티티를 전면 재검토하게 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아직 공개하지 않은 마지막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슬로워크가 반기지 않는 8가지 유형 - 슬로워크 反인재상"입니다.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어서 부득이하게 따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


Posted by slowalk
저는 슬로워크 창업자 임의균입니다. 내부에서는 ‘의균님'이라 부르고 몇몇은 ‘소사'라고 부르며 외부에서는 ‘대표'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면 인터뷰나 강의를 통해 슬로워크를 창업하게 된 계기나 생각을 단편적으로 말씀드린 적은 있지만 슬로워크 블로그에는 이번에 처음 씁니다. 회사 창립 10주년을 맞아 제가 한 번쯤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창업, 아주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가끔 제가 어떤 계기로 창업했는지조차 가물가물 하니까요. 생각해보면 스물여섯이라는 나이에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제 발로 한창 총선연대(국회의원 낙선운동) 준비 중인 참여연대에 찾아가 일을 시켜달라고 했고 저는 문화사업국이라는 곳에서 자원활동가로 일을 했습니다. 제가 맡은 업무는 전시기획을 통해 작가들에게 그림을 기부받고 전시회를 열어서 수익을 만드는 일이였습니다. 일은 재미있었고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 배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문화사업국에서 아름다운재단을 설립하게 되었고 직간접적으로 그 과정에 동참하게 됩니다. 미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제게 홈페이지를 만들어보라는 제안에 엉겁결에 홈페이지에 대해 공부하면서 밤샘을 해가며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첫번째 작업한 디자인입니다. 어느날 제가 갑자기 디자이너가 되어버린 셈이지요. 그리고 입소문이 났는지 비영리단체들의 일이 계속해서 들어옵니다. 그 입소문이라는 게 제가 디자인을 잘해서가 아니라 비용이 저렴하거나 무료로 해주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슬로워크 전신인 ‘스튜디오OO'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를 내게 됩니다.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려면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2년 후에 음악하는 류한길(daytripper)이라는 친구와 함께 'platform for design and sound'라는 모토의 ‘slowalk'를 삼청동 작은 사무실에 차리게 됩니다. 그 곳에서는 음악 관련된 작은 사업과 더불어 개인 작업 위주로 일을 하면서 간간히 비영리단체들의 일을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소위 잘나가는 단편애니메이션 작가였습니다. 미쟝센, 인디포럼, 해외단편영화제에 초청받고 스스로 뿌듯해하며 작가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도 안되는 일을 했고 제 작업 및 디자인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철없는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수익이 나질 않으니 사업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같이 창업한 친구와 각자의 길을 가자며 저는 디자인만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지요. 사무보조직원을 채용하고 제가 집도 없이 사무실에서 먹고 자고 생활해서 그런지 출근한지 며칠만에 그 직원이 그만두었습니다. 해서 그때부터 찜질방 생활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 유지비용을 만들기 위해 투잡을 합니다. 드라마 미술PD도 하고 작은 IT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거기서 받은 월급으로 사무실을 유지하며 동료들에게 월급을 주었습니다.

그 당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생깁니다.

하나는 한 비영리단체에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희망up)' 캠페인 디자인 의뢰를 받았습니다. 캠페인 아이덴티티, 홈페이지, 리플릿, 포스터... 인쇄비 포함하여 200만원에... 인쇄소를 찾아가니 인쇄비만 250만원이 넘더군요. 인쇄소 사장님은 제가 예산이 없다고 하니까 믿지 않았습니다(한국에서 디자인 비용은 인정받기 힘든 구조입니다. 그래서 그때나 지금이나 디자이너들은 인쇄비용에 마진을 붙입니다). 그래서 캠페인 담당자와 인쇄소 사장님과 저, 이렇게 삼자대면을 하는 자리를 만들고 그 인쇄소 사장님은 모든 실체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인쇄소 사장님이 담당자를 혼내시더군요. "당신이 임 대표에게 30만원 더 주면 나도 30만원을 깎아 주겠소."
결국 저는 조금의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제게 평생 잊지못할 제안을 하셨습니다. '슬로워크가 좋은 일을 하려는 것 같은데 앞으로 슬로워크가 자리잡을때까지 인쇄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후에 슬로워크가 성장하여 빚을 다 갚았고 지금도 인연이 지속되어 슬로워크의 중요한 파트너로 일을 하는 곳입니다. 문성인쇄 남궁균 사장님, 참 고맙습니다!

두 번째 사건은 이렇습니다.
어느날 환경단체 담당자에게 후원행사에 사용되는 엽서디자인과 인쇄 1천부 의뢰를 받습니다. 제게 견적을 물어봅니다.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비영리단체들은 예산이 부족하고, 저희가 견적을 드리면 '억' 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으로 여쭤봅니다. 예산을 말씀해주시면 그 안에서 합리적으로 작업해드리겠다고... 그래서 말씀해주신 예산은 '10만원’. 아, 참으로 난감하지요. 그 당시 누구한테 들은 얘기인지는 몰라도 “100원짜리 일을 1억짜리로 해 주면 언젠가 고객이 1억짜리 일도 줄 겁니다."라는 말이 참 멋져보여서 바로 실행에 들어갑니다.
10만원으로는 엽서 700장 정도 인쇄하실 수 있으니 그 정도는 양보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인쇄소에 가서 감리를 하는 중에 재단없이 버려지는 자투리 엽서를 발견합니다. 그걸 주워옵니다. 그리고 자대고 칼질해서 엽서 1천부를 만들어서 납품했습니다. 담당자는 감동하시며 이런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슬로워크에 돈은 못드려도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는.
그래서 소개받은 분이 당시 환경단체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던 환경 컨설턴트 양인목 박사님이었는데 실제로 이 분이 슬로워크에서 함께 일하시면서 저희 조직에 환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DNA를 심어주셨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에 계셨던 이승민 연구원님, 고맙습니다!

이 두 가지 사건 외에도 슬로워크는 협력업체, 비영리단체와 일하면서 많이 배우며 지식을 습득하며 성장했습니다.

이 당시 블로그를 운영하며 회사가 많이 알려졌고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살리기 모자뜨기캠페인을 디자인하면서 많은 일들이 생겼고 회사는 양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회사가 알려지니 인재들이 많이 들어왔고, 일이 많으니 야근도 많이 하던 시절이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야근을 합니다만.

이때 한 구성원이 전체메일을 보내며 퇴사를 하게 됩니다. '슬로워크와 대표님이 변하는 것 같다'는 취지의 메일이었습니다. 저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저 좋은 회사, 좋은 사람이고 싶었고 그래서 안식월제도나 기타 복지제도를 파격적으로 만들었는데 제가 졸지에 나쁜 대표가 되어버린 겁니다. 언제나 일 중심이던 제가 사람을 보지 못한 것이지요. 이때 태어나 처음으로 저를 객관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회사에는 어떤 원칙과 시스템도 없었고 그저 대표의 호의로 그런 보기좋은 제도만 만들었으니 문제가 생긴거지요. 그 당시 강연도 많이 다니면서 제 입으로 회사자랑을 많이 하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런 회사인줄 알았던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정말 좋은 회사라면 구성원들 입을 통해 행복하다는 얘기가 나오도록 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이때부터 권한을 내려놓고 모든 원칙들을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개선된 부분도 있고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함께 노력했던 시간을 통해 서로 배우게 되며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퇴사했던 동료 3분이 재입사를 했습니다. 김도형, 박송희, 노길우님 참 고맙습니다.

회사는 이런저런 생채기를 겪으면서 또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처음에 3명이서 시작한 슬로워크가 어느덧 30명이 되었고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 결혼을 한 구성원도 있고 부모가 된 분들도 있습니다. 다가오는 10월 11일이 되면 꼭 10년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빨리 달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 <엔데의 메모장> 중 한 인디오 원주민이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슬로워크란 이름과 맞지 않게 참 빨리도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10년이 되는 올해 슬로워크에서는 숨고르기를 하는 중입니다. 슬로워크는 지난 10년 간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 왔는지(Until Now), 지금 슬로워크는 어떤 모습인지(Right Now), 앞으로 슬로워크는 어떤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할지(From Now on). 이 세 가지 질문에 간단하게나마 답해볼 수 있다면 10주년을 더 잘 기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중입니다. 여름이 시작되던 지난 7월에 과거를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는데 가을이 깊어가는 지금에서야 그래서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10년 간 흩어져 있던 것들을 정리하는 일도, 다양한 구성원 그리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지금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진행해보았던 여러 작업들을 통해 구성원들이 우리 스스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고민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사회의 트렌드를 살펴보면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는데 우리가 쉴새 없이 달려오는 동안 세상은 또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국내외의 많은 기업들을 기웃거리면서는 각자의 철학과 미션을 가지고 다양하게 생존해 나가는 조직들의 모습에 도전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슬로워크 내부를 들여다볼 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멋진 모습에 기분이 들떴다가도, 자아도취에 빠져 보이지 않던 문제점들을 발견하고는 어깨에 힘이 빠지기도 했습니다. 온오프라인의 많은 분들께 의견을 구했을 때는 슬로워크에 극찬을 해주신 분들도 계시고, '겉만 번지르르'하다고 혹평을 해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모두 소중한 말씀입니다. 새겨 듣겠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더 나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던 워크숍도 의미 있었고, 처음으로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을 모시고 진행한 대화의 자리도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바라는 슬로워크의 모습을 그려나가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슬로워크가 앞으로 추구하게 될 가치와 미션도 모습이 갖춰지는 대로 공유하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아이덴티티 수립 작업이 완료되는 12월 즈음에는 처음부터 진행해왔던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유할 계획입니다. 혹시 10살 슬로워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조직들이 슬로워크가 했던 과정들을 보고 작은 아이디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슬로워크는 이렇게 걸어왔고, 또 걸어가고 있습니다. 협력업체에게 배우고, 고객에게 배우고, 동료에게 배웠습니다. 이런 배움의 과정이 없었다면 슬로워크는 유년기를 무사히 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10년 간의 응원과 지지에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10년도 잘 부탁합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슬로워크가 되도록 언제나 노력하겠습니다. 10주년을 맞아 모든 동료와 함께 3박 4일간 워크숍을 다녀옵니다. 다녀와서 계속 소식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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