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일본 다카다노바 지역의 ‘아톰화폐’ 우: 미국 Arizona주의 지역화폐 'tucson traders tockens')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를 통해 이웃 간에 따스한 정을 주고받았지요.
현대에 도시에서도 이런 따스한 풍경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지역화폐’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지요.
지역화폐 운동은 1983년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이 '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는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는데요, 지역 내에서의 경제 환경을 도모해
지역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특정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체계를 가리킵니다.
대학생인 옆집 언니는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고,
미용실을 하는 아이의 엄마는 선생님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주는 훈훈한 풍경.
마음 맞는 이들끼리 서로의 용역을 살 수 있는 이 현대판 품앗이는
국내총생산(GDP) 같은 통계에 잡히지는 않지만 엄연한 경제활동이지요.
해당 지역과 공동체에서 회원들끼리 통용되는 지역화폐와 현금을 적절히 섞어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정감 있고 합리적인 대안 화폐 시스템입니다.
또한 지역화폐는 경제적인 운동일 뿐 아니라,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취지로 확산되고 있는 환경을 생각한 녹색운동이기도 하구요^^
현재 영국은 400개 이상, 프랑스는 250개, 미국과 일본은 약 200개 등 세계적으로
2,500여 개의 지역화폐 제도가 있으며 점점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지역 화폐 운동을 활발히 시행하는 사례가 있어 소개해보려 합니다.
‘두루’로 두루두루 행복한 마을. 대전 한밭레츠
대전시 대덕구 법1동의 한밭레츠 (www.tjlets.or.kr)는 1999년 활동을 시작한 지역화폐 운동 조직으로
580여 가구의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의 지역화폐 조직이라 할 수 있지요.
한밭레츠는 ‘두루’라는 한밭레츠만의 화폐단위를 사용하는데요,
‘널리’ 또는 ‘두루두루’라는 뜻이 담긴 순우리말인 ‘두루’는 회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원화와 등가원칙을 적용해 1천두루= 1천원에 해당하는 값으로 정해졌습니다.
한밭레츠 회원이면 누구나 두루로 거래할 수 있고,
모든 가맹점의 거래는 30% 이상 두루를 쓰도록 되어 있다고 하네요.
한밭레츠에서는 집수리·농사일·외국어·컴퓨터 교육·자동차 정비 같은 전문기술과 함께 편지쓰기·친구 되기·
아이돌보기와 같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과 서비스를 품앗이 품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한의원 2곳과 의원 4곳, 치과, 동물병원, 약국, 채식식당, 건강학교, 카페, 포구사, 목공예점,
컴퓨터수리점, 자전거포, 유아용품점, 학원, 인쇄소 등의 가맹점이 있어
두루 거래를 활발하게 만드는 매개체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지요.
마음을 열고 이웃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면,
간단한 가입절차를 거쳐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2. 자원봉사 활동도 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송파품앗이
(사진 출처: 중앙일보 ⓒ김춘식 기자)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송파구민회관 2층의 송파구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지역화폐 운동인 송파품앗이 (www.songpavc.or.kr)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99년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시작된 송파 품앗이의 회원 자격은 18세 이상의 송파구와
인접 지역 주민이며, 품앗이 센터에 거래할 물품과 서비스를 신고함으로써 거래를 시작합니다.
거래가 끝난 뒤에는 품앗이 센터에 거래 내역을 통보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센터는 회원의 거래 내력을 정기 소식지에 실어 모든 회원에게 알린다고 하네요.
송파품앗이에서는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하기 위해
SM(송파 머니)을 단위로 하는 가상의 화폐를 사용합니다.
SM의 가치는 현금과 동일하며, 현금과 혼합해 사용할 수도 있는데, 거래내역은
자원봉사센터에 보고하고 거래자들은 각자의 통장에 +또는 -로 SM 거래액을 기록합니다.
서비스나 물건을 제공한 사람은 +로 저축을, 제공을 받은 사람은 -로 빚을 지게 되는 시스템이지요.
거래 품목도 자동차 수리, 학습 지도, 피부관리, 미용, 컴퓨터 교육과 수리,
피아노·미술 레슨, 사진 촬영, 버스 대여, 수지침 등으로 다양한 송파품앗이에서는 99년 이후
1767건의 거래가 이루어져, 현금 2432만원, 4550만 SM 등 모두 6982만원어치가 거래되었다고 하네요^^
그 밖에도 송파품앗이는 초청강연, 이웃돕기 바자회, 오카리나 공연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며 건강히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경남 함안 녹색대학의 녹색화폐 ‘사랑’
지역과 괴리된 ‘섬’으로 전락한 대학을 지양하고 생명체로서의 대학을 만들자는
90년대 중반의 대안대학 운동 속에 잉태된 녹색대학 (http://www.green.ac.kr/)은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며 녹색문화학, 녹색살림학, 생명농업학, 생태건축학, 등
독특한 분야의 전공수업으로 유명하지요.
이러한 녹색대학의 가장 특별한 시도는 대안화폐운동이라 할 수 있는데요,
녹색대학은 야생화사업단, 천연염색염료 사업단, 생태마을사업단, 건강식품사업단 등으로
구성된 그린네트워크의 배후 지원을 받아 지역화폐(녹색화폐)를 통용시키고 있습니다.
은행도, 이자도 없는 이 녹색화폐의 액면가는 일반화폐와 1대1로 교환되며
‘사랑(SA)’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요,
녹색대학이 조폐공사에 의뢰해 액면가 30억원 어치의 녹색화폐 20만장을 인쇄하였고,
이 돈은 실제로 위조방지 처리까지 돼 있다고 하네요.
교수와 교직원은 급여의 25%를 녹색화폐로 받고, 학생들은 등록금의 25%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녹색화폐로 낼 수 있으며, 녹색화폐는 학교 주변에서
이미 음식 값으로 치러질 정도로 지역화폐로 싹을 틔우고 있습니다.
특히 체인형태의 유기농 녹색가게인 신시 (http://www.shinsi.com/)는
그린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전국 55개의 매장에서 녹색화폐를 통용한다고 하네요.
각 가게에 설치된 중고 생활용품 교환 코너에 물건을 가져다주면 녹색화폐를 받을 수 있고,
그 녹색화폐로 유기농산물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꼭 돈이 아니어도, 내가 가진 물품으로, 기술과 서비스로,
서로 도우며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방법.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요?
서울시에서도 올해 8월 쯤 품앗이 화폐인 S(Seoul)-머니(가칭)를 시범 도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요, 더 많은 도시의 사람들이 품앗이 화폐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고 긍정적이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남을 돕고 그 대가로 남의 도움을 받아 서로 돕는 나눔의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 맞게 제도적인 준비와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품을 나눠 서로 돕는 지역 화폐 제도가 건강히 뿌리 내려
더 정감 있고 더 살 맛 나는 도시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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