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주의 오스틴에는 Black Star Co-op이라는 술집이 있습니다. 작은 규모이지만 자체적으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양조시설도 갖추어져 있는 제법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는 이 술집에는 미국에 있는 다른 술집들과 차별화되는 점을 하나 찾을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팁을 받지 않는 문화입니다.
미국에선 대도시의 술집에서 일하는 바텐더는 대도시의 밀집된 인구로 인해 팁만으로도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지만, 외곽지역의 바텐더는 낮은 인구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어 팁으로 충당되는 수입이 적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도시 바텐더에겐 유리한 팁 문화가 외곽지역의 바텐더에겐 불규칙한 수입을 가져다주는 구조가 되어 버린 경우라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실행된 소규모 양조장 겸 레스토랑 겸 술집인 Black Star Co-op는 개인이 시작한 사업이지만 협동조합의 형태로 전환되어 운영됩니다. 근로자 조합이 형성되어 있으며 시간당 최저 임금 16달러를 보장합니다. 또한, 협동조합은 건강보험과 보너스도 보장해줍니다. 근로자 조합에는 조합원의 투표로 뽑힌 소통관이 있어 경영진과 함께 사업 운영과 협동조합의 체계 등을 조율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1년간의 수습기간을 마치게 되면 단순한 바텐더의 업무만이 아닌 관리자의 역할도 맡게 되는데요. 회계, 재무, 고용 등의 권한이 주어져 주인 의식을 갖고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불규칙한 수입을 조장하는 팁을 받는 행위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종종 메뉴에 팁을 슬쩍 넣어 주는 손님에겐 정중히 돌려주거나, 주인을 찾지 못하는 팁은 모아두어 근로자 회의를 할 때 마시는 커피나 도넛값을 충당하는 때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17명의 근로자가 조합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이 중 5명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팁을 받았을 때는, 손님의 취향이나 주머니 사정, 불규칙한 근무시간, 날씨에 따라 손님이 적고 많은 경우에 따라 바텐더의 수입이 들쑥날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정적으로 보장된 최저 임금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조합원들도 안정적인 수입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고 합니다. 팁을 통해 많은 수입을 욕심부리는 것보단 필요한 만큼의 수입을 원하는 그들의 의지가 안정적인 최저임금보장을 가능케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Black Star Co-op은 다른 술집과 레스토랑과 비교했을 때 가격 면에서도 매우 경쟁력이 있는데요, 이렇게 수익의 많은 부분을 직원의 급여와 복리후생에 투자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설립자인 Jeff Young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로,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창업 투자자이며 사업 설립자인 자신이 챙기는 것이 아니라, 다시 Black Star Co-op 조합원을 위해 투자하거나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기부 등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소규모 비지니스들의 주인들이 수입의 많은 부분을 개인이 가져가는 모습과 참 대조적이지요. 맥주 제조법을 배우고 가게와 양조시설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한 Jeff Young씨 입장에서는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그것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게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로는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기에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
Jeff Young씨와 같이 계급보다는 구성원으로서의 각자의 역할과 존중하는 의지가 Black Star Co-op와 같은 특별한 사례를 성공시킨 원동력이 아닐까요?
디자인계의 협동조합 Inkahoots
디자인계에도 협동조합과 매우 흡사한 회사가 있습니다. 호주의 Inkahoots 회사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Inkahoots는 슬로워크와 비슷하게 공익과 사회의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대변하는 회사입니다. 1990년 공익 포스터를 제작하는 그룹으로 시작한 Inkahoots는, 1994년 디자인 전공자인 Jason Grant가 합류하면서 디자인 컨설팅 회사로 발돋움 합니다.
Jason씨는 국제시각디자인협회에서 발표한 5페이지 분량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선언합니다.
"디자인은 경쟁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의되며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떠한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정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 사이에서, 맥도날드와 케이에프씨 사이에서, 또는 셸과 모빌 사이에서 말이다. 이러한 결정항목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생리이다.
미술작가는 개인의 생각과 비젼을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시장에 시각적으로 꾸며진 상품을 내놓는 일을 한다. 우리가 디자이너로서 기업이나 사회 기득권층에게 더 많은 힘과 부를 축적하도록 대중들을 유혹하는 대신 그들의 필요를 해결해 줄 수 있는데 디자인을 사용한다면 우리는 디자이너란 수식어 말고도 우리가 원하는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우리 일의 가치는 사회에 미치는 문화적, 사회적, 물리적, 지적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사실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통해 경제의 상품을 위한 유혹을 생산하는 공장이 아닌, 개척자로서의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다. 이를 실천함으로서 시각적 미학과 디자인 문화, 역사의 관계를 모험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우리의 역할은 시각적 문제의 해결사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질문과 답을 발견해가자."
이러한 가치를 가지고 상업적인 디자인회사에 비해 형편이 넉넉지 못한 비영리 단체들과 일하지만, 현재 20년째 운영되고 있으며 2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Inkahoots는 현재 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가치를 지키며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로 Jason씨는 공통된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창업자부터 말단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가 하나로 묶어져 있습니다. 모든 이의 노고를 똑같이 존중하며, 개인과 공동의 독창성을 중요시합니다. 이러한 의지는 모든 구성원의 월급을 똑같이 책정하는 방법으로 실행되어 왔습니다. 평균 디자이너 월급보다는 적지만, 금전적인 가치보다는 개인적 관심사이자 디자이너로서의 관심사에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공통된 의지가 있기에 20년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Black Star Co-op과 Inkahoots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바로 소유보단 공유가 우선시 되는 가치 실현인데요. 이 두 곳을 보며 사회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의 글이 떠오릅니다.
'이기주의란 나의 태도의 한 측면일 뿐만 아니라 나의 성격의 한 측면이기도 하다. 이기주의는 다음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 - 나는 나를 위한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공유가 아닌 점유만이 내게 즐거움을 준다; 소유가 나의 목표일진데 많이 소유하면 할수록 그만큼 나의 존재가 커지기 때문에, 나는 점점 더 탐욕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나는 모든 타인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 나의 고객들에 대해서 속임수를 쓰고 나의 경쟁자들을 파멸시키고자 하며 내가 고용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싶어한다. 나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에 나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다. 나는 나보다 더 많이 소유한 사람을 시기하지 않을 수 없고, 나보다 더 적게 소유한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누구나 자신을 그렇게 보이려고 하듯이, 친절하고 성실하며 분별 있고 미소 짓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 모든 감정을 몰아내야 한다'.
모두가 그렇지 않지만, 내 주머니 사정만을 챙기는 기업과 사회 기득권층의 모습도 생각이 나는데요. 돈은 분명히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모두를 평화롭게 하지는 않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더 많은 Inkahoots와 Black Star Co-op과 같은 가치가 세상에서 실행된다면,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자료출처: http://www.inkahoots.com.au, http://www.good.is/, http://www.blackstar.coop/
by 토종닭 발자국
공감하시면 아래 손가락 모양 클릭^^ -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Id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상을 작은 카페로 만들어주는 스카이데크 (3) | 2012.05.20 |
---|---|
과일과 채소, 똑똑하게 보관하는 방법! (0) | 2012.05.19 |
총알탄피에서 찾은 새로운 희망! (0) | 2012.05.18 |
밥상 위의 작은 변화를 꿈꾸다-Food for change (0) | 2012.05.17 |
동네 시장, 고향의 이야기를 판매하다 (0) | 2012.05.13 |
콩고로 날아가는 나비 (0) | 2012.05.12 |
해외의 수돗물 마시기 인식 개선 캠페인 (1) | 2012.05.09 |
어버이 날, 보청기로 소통의 희망을 선물하세요!! (0) | 2012.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