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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시민참여, 당신은 올바르게 하고 있나요?

언제부터 '참여'라는 단어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참여'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많은 곳에서 참여라는 말을 자주 들으니 저도 모르게 익숙해진것 같습니다. 


길을 걷다가 '설문지 작성해 주시면 선물을 드립니다. 참여하고 가세요~' 라는 말이나

TV 쇼 프로에서 '시청자의 제보와 참여를 기다립니다.' 는 글귀에는 매일 노출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공공기관이든 사기업이든 시민과 소비자 (여기에서는 이해관계자라고 표현하겠습니다.)의 참여의 키워드를 경쟁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여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정부에서 하는 설문조사에 시민을 참여시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시민 참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브랜드 이벤트에 소비자가 응모하기를 클릭하면 그것은 기업사회책임에서 이해관계자 참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론은 복잡한 사회현상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게하는 렌즈라고 합니다.

참여라는 키워드를 두고 나타나는 이 현상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시민참여의 사다리' 이론으로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출처: Arnstein, Sherry R. "A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Vol. 35, No. 4, July 1969, pp. 216-224


아른스타인은 시민참여의 사다리 모형을 통해서 주민참여의 수준을 크게 비참여, 명목참여, 시민권력의 수준 세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1단계 Manipulation (조작)과 2단계 Therapy (치료)는 둘 다 참여로 볼수 없습니다. 이 수준의 목표는 대상을 치료, 계몽하거나 교육시키는 데 있습니다. 이미 내부에서 만들어진 계획이 최선이며, 여론을 통해 이를 지지받는 것이 목적입니다.


3단계 informing (정보전달)은 가장 일반적인 참여의 시작단계로, 보통은 정보의 주고받음이 아닌 한방향의 정보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4단계 consultation (의견조사)도 가장 쉽게 시작하는 참여의 수준으로 인식 조사 설문이나 공청회, 의견 수렴 등등이 포함됩니다. 아른스타인은 이것을 쇼윈도우 옷입히기 의식이라고 표현했다고 하네요. 보여주기식 참여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5단계 Placation (달래기)는 예를 들면 '윗분들이' 생각할 때 우려스러운 것들을 골라서 협력하는 것입니다. 몇몇 문제 소지들을 선택해서 관련있는 시민단체나 주민대표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식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6단계 Partnership (공동협력)의 단계에서 권력은 시민과 권력소유자간의 협상에 의해 재분배됩니다. 연합 위원회등을 통해 계획 및 의사결정 책임이 공평하게 공유됩니다.


7단계 Delegated Power (권한 위임)은 시민이 실질적이고 우선적인 의사결정권을 갖는 수준입니다. 공공이 그들 자신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을 스스로 검증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8단계 Citizen Control (시민 통제) 계획, 정책 결정 그리고 정책의 실행과 관리의 모든관리에 시민이 직접 통제권을 가집니다. 


참여의 사다리 이론을 통해 참여를 8단계로 나누어 보니 이제 무엇이 참여이고, 무엇이 말로만 참여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보여드린 트위터 '참여' 캡쳐 이미지를 가지고 참여의 사다리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한번 분석해 보겠습니다.


 


소아마비 예방후원 캠페인에 참여를 하면 상품을 주는 내용입니다. 롯데월드가 소아마비라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관계자에게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참여를 선택했습니다. 사다리 이론에서는 3단계 정보전달정도 인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자의 RT라는 참여내용이 롯데월드에 다시 피드백되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죠. 



CGV의 참여이벤트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참여는 1단계 조작 또는 2단계 계몽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참여의 수준으로 볼 수 없군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동물보호 사업에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시가 진행하는 여러 사업을 소개하는 방식이네요. 구체적인 방법은 확인할 수 없으나, 이 트위터 포스트만으로 볼 때에는 한방향 정보전달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3단계 정보전달 수준의 참여이네요.



서울시 페이스북에서 또다른 사례입니다. 일자리 참출이라는 사회문제에 시민들의 참여를 받고있습니다. 아마 5단계 달래기 수준의 참여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해서 아이디어만을 받아 진행하는 것을 넘어 시민연합 위원회등을 만들어 의사결정권을 공유하고 공동으로 계획하고 진행한다면 6단계 공동협력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위의 사례들은 랜덤으로 찾은 결과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해당 조직이 다른 케이스에서는 다른 수준의 참여를 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회책임, 그리고 사회공헌 등의 주제와 동시에 참여라는 키워드가 사회와 소통하는 열쇠가 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주체가 이해관계자와의 진정한 참여를 시도하고 있는지 참여의 사다리를 놓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온라인에서 '참여하기 (클릭)' 단어 사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이해관계자 참여하기'의 사례들이 경쟁적으로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By Kate 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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