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식사 도중 잠깐 자리를 비워야 할 때, 포크와 나이프의 위치를 알고 계신가요? 포크와 나이프를 대각선 방향으로 서로 교차시키면(X자 모양)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포크와 나이프를 직각으로 교차시키면 어떤 뜻일까요? 폴란드에서는 이를 가리켜 '베리 굿 매너'라고 한다는데요, 오늘은 색다른 기부캠페인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Very Good Manners Project)'를 소개합니다.
폴란드 적십자는 2001년부터 매년 결식아동을 위한 모금캠페인을 진행해왔습니다. 계속된 모금에도 4명 중 1명의 아이는 여전히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지 못했습니다. 대부분의 모금은 1년에 한두 번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폴란드 적십자는 지속가능하면서도 확산적인 캠페인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제일기획 폴란드지사에서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테이블 매너를 활용한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를 제안하였고 2013년 4개 레스토랑의 도움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기부방법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식사를 잠시 중단했을 때는 포트와 나이프를 대각선으로 교차시키고, 식사를 마쳤을 때는 대각선으로 나란히 놓는데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습니다. 포크와 나이프로 적십자 마크(+모양)를 만들면 폴란드 화폐로 5PLN(한화 약 1,760원)를 계산서에 추가시키는 것입니다. 테이블 매너도 지키면서 기부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베리 굿 매너'라고 한다네요.
계산서에 추가된 5PLN은 폴란드 적십자에 한 달 이내에 기부되어 결식아동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하는 데 쓰입니다. 처음엔 4곳의 레스토랑에서 시작했지만 시작한 지 1주일도 채 안 돼서 30여 개의 레스토랑이 동참했고 캠페인의 효과로 모금액도 65%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보이테크 코발리크(Wojtek Kowalik)는 일 년에 한두 번 하고 마는 기부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게 참여하는 기부문화를 만들기 위해 음식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밥은 매일 먹으니 기부가 생활 속에 녹아들기에 음식보다 좋은 소재는 없었던 거죠. 그의 파트너인 마치에크 코지나(Maciek Kozina)는 계좌이체나 앱을 통한 기부, SNS 참여와 같이 여러 단계를 거쳐 기부하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킨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포크와 나이프만으로 웨이터와 소통하는 직접적인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라고 하네요.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폴란드 주요 언론과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120여 차례나 소개되었습니다. 이는 약 500만 명의 폴란드인에게 전파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파급력을 지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기부하기까지의 번거로운 절차를 없앤 데 있습니다. 간단한 테이블 매너만으로도 한 아이가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거죠.
간단하고 재밌는 테이블 매너가 만든 새로운 기부문화, 베리 굿 매너 프로젝트. 여러분의 베리 굿 매너는 무엇인가요? :-)
출처 : BDBMANIERY, Bardzo Dobre Maniery 페이스북, FASTCOMPANY, 제일기획
by 펭귄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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