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그 동네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작은 가게가 있죠. 작은 가게는 물건을 사고파는 일을 넘어서 그 동네만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슬로워크가 있는 서촌 역시 곳곳에 작은 가게들이 모여 이 동네만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주변에 공사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동네의 문화를 만들어온 작은 가게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슬로워크와 같은 골목에 있는 헌책방 가가린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가린은 2009년에 문을 열어 7년간 서촌 골목에 자리해 왔습니다. 연회비 2만 원, 또는 평생 회비 5만 원을 내면 팔고 싶은 책의 가격을 스스로 책정하여 판매할 수 있는 책방입니다.    



언제든지 지나가다 들러 책을 구경하고, 문 앞에 무가지들을 담아 놓은 카트에서 재밌는 인쇄물을 골라 가져가는 재미도 있었죠. 동네의 작은 가게는 이처럼 부담 없는 이웃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가가린의 소식은 안타깝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촌뿐만 아닌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미 프렌차이즈로 뒤덮여 본래의 색을 잃은 많은 동네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이웃과도 같은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은 늘 그 자리에 있는 서촌의 작은 가게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커피공방

수많은 프렌차이즈 카페들 속에서 7년 동안 통인동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매년 노동절과 멤버스데이에는 무료로 커피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행사와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빌려주는 소소한 배려도 있습니다. 여름에는 사장님 부모님이 직접 키운 수박으로 만든 수박주스가 인기메뉴입니다.      


뽀빠이화원

3대째 운영 중이며, 주인아저씨의 따님이 미인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네요. 이를 증명하듯 가게 문에 꽃집아가씨의 연락처와 SNS 주소도 적혀있습니다. 따님이 개발한 미니꽃다발이 베스트셀러라고 합니다



청하식당

30년이 넘은 서촌 토박이 백반집입니다. 트랜디한 식당들 속에서 집밥이 먹고 싶을 때 들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식으로 나오는 요구르트 또한 정감 있고요. 단 카드결제 시 눈칫밥을 좀 먹어야 합니다.  



효자베이커리

대형 베이커리에 밀리지 않고 30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입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콘브레드이며, 많이 사면 서비스로 빵을 몇 개 더 얹어준다고 하네요. 건너편 효자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하와이카레

문을 연 지 겨우 일 년이 넘었지만, 어느 가게보다도 동네 가게같은 느낌입니다. 주인의 집이 통의동이어서 그런지 지나가는 어르신께 인사드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밥과 카레소스가 리필이 된다는 것. 



디미

오픈한지는 7년 정도 되었으며, 디자인을 전공한 두 명의 주인이 독학으로 요리를 배워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입니다. 저녁이 되면 옆 가게인 라바에서도 맥주와 함께 디미의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동네 작은 가게들의 공통점은 정감 가는 분위기와 주변 가게들이 서로 교류하며 함께 살아간다는 점입니다. 매일 서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으로서 작은 가게들이 모여 만드는 재미있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가린은 어제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잘가, 가가린.



by 산비둘기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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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