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파트 방송이 들렸습니다. 그 내용은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니 베란다, 화장실, 세탁실, 복도, 화단, 주차장 등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굉장히 구체적인 장소들을 언급한 '경고 방송'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웃집의 담배 냄새가 창문을 타고 들어와 화가 난 어느 주민의 신고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방송을 듣고는 흡연자이신 아버지는 밖에서도 제대로 못 피는데 내 집에서도 내 맘대로 못 피면 '도데체 어디서 피라는 이야기'냐며 우울해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문득 간접흡연 피해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요새 흡연자들은 정말 갈 곳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대부분 금연인데 반해, 과 몇 년 전만 해도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몇 십년 전에는 실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거의 모든 장소에서 흡연이 가능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흡연자들은 자유로웠습니다. 심지어는 운행 중인 비행기 안에서도 흡연이 가능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모습 (사진출처 In-flight service in the 1950s )




하지만 오늘날의 흡연자들은 공공장소에서도, 심지어는 아파트나 사무실에서도 불편하게 담배 피울 곳을 찾아다니고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과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사람들을 변화시킨 열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 답 중 하나는 물론 강력한 법안 또는 벌금일 것입니다. 하지만 강제적인 수단을 배제하고도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을 알게 된다면 아마도 우리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학적 증거

세계적으로 흡연을 금지하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20세기 초반에도 반(反) 담배 감정이 존재하여, 흡연 비판론자들은 1904년 독일 최초의 반 담배 단체인 "비흡연자 보호를 위한 독인일 담배 반대자 협회(Deutscher Tabakgegnerverein zum Schutze der Nichtraucher)"를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1939년까지는 담배 소비량이 증가하며, 반 담배 운동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1930년대 미국에서는 흡연금지법을 만들어 시행하였지만 법안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였습니다.



나치의 금연 포스터 (사진출처http://www.godemn.com)



하지만 흡연의 위험을 밝혀낸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1930년대 독일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크게 진행되었습니다. 이 당시 독일은 담배와 폐암의 관계를 처음 증명했으며 '간접 흡연(Passivrauchen)'이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흡연 여성의 모유에는 니코틴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여 사회적으로 많은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그 결과 1930년대 말부터 제2차 세계 대전 초반까지 독일의 흡연율이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이 온전히 과학적 연구 결과의 힘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흡연과 건강에 대한 연구가 없던 이전에 비해 확실한 과학적 증거가 나오게 되면서 많은 영향을 줬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쉽고, 재밌게, 그리고 대중적으로

George Mason 대학 기후변화 커뮤니케이션 센터의 Edward Maibach 교수에 의하면, 사람들의 움직임을 변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는 단순한 메시지를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부터 계속해서 듣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은 의사, 정치인, 유명인사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등 다양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신뢰할 만한'사람인 유명인이 전하는 쉬운 이야기가 엄숙하고 형식적인 공익성 짙은 것들보다는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2011 금연 광고 (보건복지부)


사진출처 TobaccoFreeCa.com


사진출처 TobaccoFreeCa.com


 

첫 번째의 공익광고와 두 번째, 세 번째의 유머가 있는 광고 중 어떤 것이 더 친근하게 다가올까요?


인기 있는 소설가들이 전하는 메시지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소설가 스티븐 킹은 니코틴 중독자였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편소설 <금연주식회사>를 발간했고, 일본의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수필집에서 자신의 금연이야기를 다루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식 금연법이 유명해졌습니다.


스스로와의 전쟁

누군가의 습관을 바꾸는 일은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 중에도 습관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것들이 많을 것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일, 건강을 회복하는 일. 작게는 매일 늦잠 자는 버릇을 고치는 일까지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빠르게 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뤄낸 결과는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들이 항상 좋은 방법이며 금연에 무조건 성공하는 방법들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그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 어떤 좋은 변화를 이룰 수 있는지, 또 그 변화를 주기 위해서 어떤 수단을 사용하여야 하는 지를 곰곰이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담배 값이 인상되어도 세금 걷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시고 폐가 썩어가는 모습이 나오는 공익광고를 보시고도 다 거짓말이라고 하시며, 오늘도 쿨하게 담배를 입에 무십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저와 아버지의 담배와의 전쟁이 아버지 스스로와의 전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저녁에는 이 영상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grist

by 수달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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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