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회를 맞이한 [아시아미래포럼]은 세계의 번영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 찾기라는 취지를 가진 포럼입니다. 올해는 “새로운 균형, 새로운 아시아: 신뢰와 협동의 경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꾸민 행사였는데요. 경제 전환기에 놓인 중국을 필두로 국가, 지역, 계층 간 심화되는 불균형 속에서 현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미래를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새로운 균형’을 위해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책임과 행동이 어떤 것이 있을지 다양한 연사와 토론자의 강연을 듣고 왔는데요. 포럼 내용 중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지역 협력”에 대한 일본, 싱가포르의 발표 사례를 공유합니다.
일본은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로 콤팩트 시티(Compact City)를 이야기 했습니다. 1960년대 전쟁 이후 도심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화가 진행되고 자동차가 발달하며 도시 외곽으로 흩어져 살게 되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게 됩니다. 중심 도시에 사람이 줄어들어 도시는 황폐해져 가고, 빈집이 늘어 범죄에 악용되는 등 도시문제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안된 것이 콤팩트 시티입니다.
콤팩트시티는 자동차로 이동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을 다시 중심 시가지로 모이도록 도심부를 압축, 활성화한 도시인데요. 걸어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를 압축적으로 구성하고,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이 도시를 생활하는데 더 편리한 환경친화적 도시입니다.
콤팩트시티 이외에도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마치츠쿠리(まちづくり, 마을 만들기) 운동을 1960년대부터 지속해왔습니다. 전쟁 전후 마을 재건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에 필요한 시설과 활동을 만들기 위해 자치회를 여는 등 지역주민 주도로 펼친 마을 자치 활동입니다.
포럼에서는 마치츠쿠리의 예로 교토의 폰토초(先斗町) 지역의 사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폰토초는 오래전부터 게이샤 유흥가로 유명한 곳입니다. 최근들어 새로 생긴 음식점과 카페 등이 늘면서 길가에 큰 광고판들이 늘어나 기존 경관을 해친다는 위기감에 폰토초 마치츠쿠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마치츠쿠리 회의에 참가한 주민들은 상점의 가판 정비 등 오랜 지역 경관을 다시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요. 불규칙하게 길거리에 늘어섰던 기존 옥외 광고물을 없애거나 작은 크기로 변경하는 등 작은 일부터 큰일까지 시민의 참여와 노력으로 마을을 가꿔나간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이지만 경제, 삶의 질, 지속발전 가능한 환경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는 도시입니다. 이를 지지하고 있는 기반은 바로 “시스템”인데요. 장기적인 도시계획과 다양한 도시 지배구조를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구 도심 지역인 탬파인즈(Tampines) 시범개발을 사례로 싱가포르 도시 개발에 주민 참여가 얼마나 활발한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템파인즈는 25만 명이 살고있는 오래된 지역입니다. 지역이 오래된 만큼 녹지와 교통시설이 부족한 점을 문제로 꼽을 수 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함께 워크숍을 꾸미고, 다양한 논의를 통해 교통과 녹지가 부족한 템파인즈의 청사진을 그려보고, 그 계획을 실현해가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에선 다양한 도시정책에 시민이 참가하여 목소리를 내는 Bottom up 방식의 시민 참여형 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강연을 들으며 작년 여름, 인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경기장 보물찾기” 프로젝트가 떠올랐습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시민의 빚으로 남겨진 경기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시민들이 모여 워크숍을 진행하고 직접 그 활용 방안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였는데요. 실제 정책에 시민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을 느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한국에서 주민 참여형 마을 만들기 사업은 쉽지 않습니다. 시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이 첫째로 어렵고, 둘째로 그 의견을 들어주는 정부 역시 귀를 닫거나 벌여놓은 일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가 늘어가고 있고, 시민들도 하나둘 자신들이 마을을 가꾸고 도시를 바꾸는 힘을 가졌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의 조성을 위해선 물리적인 개발 만으론 충분치 않다. 지역 주민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지역 관리 방안이 보다 중요한 성공 열쇳말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일본 간사이 지방 사례 초록 중
아시아 미래포럼에서는 이 밖에도 다양한 도시의 이야기가 오가고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등 아시아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세션들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개발을 넘어 부의 재분배를 통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시기가 왔습니다. 위기에 놓인 세계와 아시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지식인의 탁상 토론에서 나아가 모두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는데요. 그 답은 결국 시민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출처 아시아미래포럼, 한겨레신문, NDSL, Town Heritage Society of Niigata
by. 사슴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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