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수도인 서울에 많은 것이 집중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인구, 경제, 교통, 심지어 문화조차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인 동시에 무궁한 가능성을 가진 도전입니다. 요즘에는 일부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지역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슬로워크의 뭐든지 스튜디오에서는 부산에서 런칭한 브랜드, ‘수수솔솔’의 여현진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수수솔솔은 올 7월 부산을 기반으로 시작된 브랜드로, 휴식과 관련된 아이템을 기획,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역성을 살린 콘텐츠의 개발이 강점


수수솔솔 네이밍이 특이한데요, 만들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바람이 솔솔 분다, 잠이 솔솔 온다, 밥 짓는 냄새가 솔솔 등 ‘솔솔'이라는 단어는 기분 좋은 여러 순간을 떠오르게 하는 주문 같았어요. 그것에 ‘수수’하게 살고 싶은 제 삶의 방향을 담아 수수, 솔솔 두 단어를 붙여봤더니 왠지 기분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목욕 후 기분이 ‘수수솔솔’ 그런 느낌이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음절 모두 시옷(ㅅ)이  들어가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크게 의미를 두지 않은 한글이라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1인 기업으로서 디자인에서부터 상품 제작까지, 모두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혼자라는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 비율이 미묘하게도, 아직은 장점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곧 지옥을 맛볼지도 몰라요(웃음). 꼭,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 고집이 있어서 혼자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직은 좋더라고요. 냉철한 피드백을 주는 지인들이 있어서 완곡 조절은 가능했습니다. 내 작업을 잘 아는 사람, 아예 모르는 사람, 두 타입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수솔솔에서 직접 제작한 제품을 몇 가지 소개해주세요.

헤엄치는 자세로 한 번에 입을 수 있는 면 가운은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수수솔솔 여름 대표 아이템입니다. 샤워 후 물기가 남아있는 몸에 옷을 걸치는 건 의외로 불편하기 때문에, 넉넉하지만 여성스러운 원피스 가운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어요. 모든 장착 테스트는 엄마에게 부탁했습니다. 엄마가 편하다고 느끼면 누구에게나 편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한 줄 평은 ‘날개를 단 것 같다’.


부산에서, 그것도 욕실 용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두 볼처럼 잘 익은 오늘도 수수솔솔’이라는 브랜드의 메인 카피처럼 ‘잘 익었다, 하루 열심히 살았다’ 하는 위안을 주는 시간, 하루의 즐거움도 서글픔도 피곤함도, 모든 것을 멈추고 마무리하는 순간이 목욕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이 내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그 시간이 저 또한 좋았습니다. 그래서 리빙 아이템의 일부가 아닌, 매일의 목욕을 위한, 목욕의 편안함이 더해질 제품들을 특화해서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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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솔솔의 베이스가 된 부산은 저의 고향이기도 하고, 목욕탕이 많은 지역이에요. 온천장이라는 동네도 있고요. (웃음) 또 광안리, 해운대, 송정, 송도 바닷가가 가까이 있죠. 많은 이들에게 휴양의 느낌이 드는 부산에서 언젠가 목욕, 휴식과 관련 있는 작업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을 했었습니다. 무궁무진한 콘텐츠 작업이 가능한 부산이라는 지역 특성이 저를 설레게 하죠.



예정된 콘텐츠 작업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지역의 생산자들과 함께 부산을 닮은 재료들로 목욕 용품들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가깝고 풍부한 지역 특산품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수수솔솔.부산’으로 불릴 제품 라인업도 꾸준히 나올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동네 목욕탕의 기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공간이 주는 기억이나 익숙함들은 위안이 되는 목욕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저의 바람과도 닿아 있기도 하고요. 지극히 일상적인 장면들은 수수솔솔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온라인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제품 제작을 위해서는 발품을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시작하기에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이메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일들은 큰 제약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미팅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요. 부산이라서 힘들었다기보다 상품을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막막했어요. 작업 공장이 있더라도 밀집되어있거나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 실 작업이 가능한 공장을 찾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어찌 되었건 발품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건 그 어디든 똑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렇다면 지역 내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 것 같아요.

부산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력보다는 내공이 두터운 장인들이 많습니다. 직접 제품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부산에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대부분 의리있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하다 보니 아직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어렵더라고요. 오프라인 매장 입점을 진행하면서 비슷하게 브랜드를 꾸려나가는 분들을 만날 수가 있었어요. 가까이서 많은 도움과 조언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관계이니 만큼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야겠다는 것보다는 천천히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알아야 진정한 친구들이 생기는 것처럼요.




아직은 온라인 기반이라 지역적인 제약은 많이 없을 것 같은데, 오프라인 판매 전략이 있을까요?

제품이 좀 더 다양해지면 플리마켓에도 선을 보일까 합니다. 부산에도 다양한 마켓이 있거든요! 핫하고 트렌디한 마켓도 좋지만 좀 이상하지만 엉뚱한 장소에서도 수수솔솔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아직은 유연하고 작은 브랜드라 오프라인 별 타깃에 맞는 기획상품들도 이벤트로 소개하면 더 좋겠죠? 목욕은 누구나에게 일상이니까, 남녀노소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준비하려고 합니다.


끝으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려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발견하고, 주문하고, 관심을 표할 수 있잖아요. 지역이라 '불편함'이 아닌 '이곳'이라 새롭고 독특해질 수 있다는 기대로 내가 애착이 가는 장소에서 브랜드를 만들면 원하는 브랜드로 만들어가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이 곳을 아는 만큼 특별한, 이곳만의 아이디어가 또 생기기도 하니까요. 브랜드를 노출할만한 다양한 협업은 항상 긍정적으로 열어 두면서요.


이제는 여행을 가서 관광지만 찍어가는 시대와 감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산에 와서 한 번쯤 들르고 싶은, 부산을 닮은 목욕 브랜드가 있다면 찾는 수고로움을 감수하더라도 들러줄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해요. 어디서든 각자의 색깔을 내면 지역에 상관없이 멋진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저에게 부산은 그랬고, 누구든 그런 곳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꼭 서울이 아니라도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오래 했던 여현진 대표는, 오히려 지역에서의 비즈니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세상에서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네요. 지역에서의 사업을 구상 중인 예비창업자 분들, 건투를 빕니다.




작성: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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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