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공식 엠블럼이 발표되었습니다. 기존의 올림픽 엠블럼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모양으로 선보였는데요, '평창'의 ㅍ과 ㅊ을 형상화하고, 올림픽 오륜기의 색상과 오방색(오행의 각 기운과 직결된 청, 적, 황, 백, 흑의 다섯 가지 기본색)을 활용해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사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엠블럼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간 올림픽 유치신청을 할 때마다 각각 다른 엠블럼을 만들어서 선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올림픽 개최를 5년 앞둔 이 시점에 공식 엠블럼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내년에 개최되는 소치 동계올림픽도 개최 5년 전인 2009년에 공식 엠블럼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2년 10월에는 조직위원회에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대회 엠블렘(로고)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전이었는데요, 대상 상금이 500만원이고 접수기간이 10일에 불과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결국 조직위원회는 "전문가 심사결과 올림픽 엠블럼 수준을 충족하는 작품이 없다"며 대상 없이 최우수상 이하만 발표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2012 런던올림픽 엠블럼은 40만 파운드(약 7억 원)에 제작되었고, 2014 소치올림픽 엠블럼 예산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는 "런던올림픽의 엠블럼 디자인 예산보다는 적게 사용했다"고만 밝혔고, 디자인은 인터브랜드에서 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계적인 이벤트인 올림픽 엠블럼을 단 몇 주만에 500만원의 상금을 걸고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엠블렘 개발 용역과는 별도로 왜 공모전을 진행했던 것일까요?
공모전과는 별개로, 엠블럼 개발용역을 수주한 광고대행사에서는 조직위원회의 주문대로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해서 모두 10점의 엠블럼을 조직위원회에 제시했다고 합니다. 조직위원장인 김진선은 "다른 것들은 일반적인 디자인이었는데 하나가 눈에 띄었다. 독특했다. 모티브 자체가 특이했다"며 "하지만 그 디자인을 쓰는 것이 다소 모험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평창의 ㅍ과 ㅊ을 형상화한 하종주 디자이너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올림픽 엠블럼은 한국 디자인이 전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데요, 그 제작 과정이 좀 더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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