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면서 한 편으로 긴장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슬로워크라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어땠을까요? 3개월간의 관찰과 기록, 느낀 점을 공유합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질문하는 내용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살면서 정말 많이 듣게 되는 질문들이기도 하죠.

“전공이 어떻게 되나요?”, “어떤 회사에 다니나요?”, “무슨 일 하나요?”,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시간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저는 이런 질문들에 유독 불편함을 느껴왔습니다. 전공을 살려 이른바 학과에서 제공하는 ‘추천 진로(경찰공무원)'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고 세상에 궁금한 것이 많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8년이 넘게 걸렸으며, 많은 사람이 ‘새로운 일’이라고 느끼는 일을 경험하면서 “너무 어려서 힘들 것 같다”는 의견을 듣기도 했습니다. 불편함의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대화 속에 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지요.
그렇게 지난 몇년 간 저는 보통의 주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친구'로 인식되어 갔습니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하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그런 회사들이 모두 ‘OOO크'라는 이름을 가진건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슬로워크의 일원이 되고 ‘그 친구 신기하게 디자인 회사에 다닌다더라’는 사실만으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할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데요. 그것은 제 개인의 도전과제와 제가 참여한 조직에의 기대가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슬로워크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업 후 3년, 5년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가 성장하며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커다란 산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로서 계속해서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지 못하지만) 위대한 일입니다. 물론 영리와 비영리를 떠나 조직은 언제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고 규모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지만, 생존에 관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인지하고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지난 4월부터 슬로워크의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슬로워크는 작년 모든 구성원과 함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정립했고, 현재는 회사를 한 마디로 소개할 때 ‘조직과 사회의 변화를 돕는 디자인솔루션 회사'라고 전합니다. 아이덴티티 재정립 과정에 제가 참여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미션과 비전은 슬로워크가 바라보는 미래를 공감하는 누구나 가슴 뛰게 하는 내용이라 생각했습니다. 10년 넘게 생존해오고 있는 슬로워크가 고민과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것, 현재 진행형인 조직의 변화와 성장에 참여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변화의 한 갈래로 올해 ‘여러 디자인솔루션에 관한 지식과 정보 등을 통합하고 새로운 사업역량을 위해 연구개발’이라는 색다른 미션을 가진 ‘시너지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시너지팀 소속으로 지난 3개월 동안 팀의 구성원 각자의 전문분야와 경험, 관점을 토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방법론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슬로워크가 기존에 진행하지 않았던 조직 아이덴티티 및 사업전략, 지속가능성 등을 다루는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너지가 날 것 같으면, 시너지팀으로"



신입 슬로워커에게 가장 놀랍고도 기대되는 일은 바로 IT솔루션 회사인 UFO팩토리와의 합병 발표입니다.

합병에 대한 놀라움과 기대, 그리고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며 저 자신이 디자인 회사에서 첫발을 내딛고 무언가 시도한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사실과 생각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 디자인이 더 이상 부가가치를 더하는 역할이 아닌,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에 필요한 사고와 방법론이라는 측면이 부각됨. 이에 따라 글로벌 컨설팅, 테크 기업들과의 디자인 회사들의 인수합병이 계속해서 발생함. 다시 말해 디자인적 사고와 접근방식은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으로 민간영역을 비롯한 공공영역에서도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

  • 사회혁신의 관점에서 ‘사회문제의 환경과 맥락을 고려하고 이해관계자 중심의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디자인적 접근방식’이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과 실제적인 변화의 존재

  • 기술혁신이라는 바탕 속에 디자인은 변화하고, 무엇보다 기술혁신은 사회혁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의 에치오 만치니가 제시한 ‘디자인적 방식에 대한 지도'는 위에서 제시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기를 추천합니다.


문제 해결과 의미생산

편의상 두 차원으로 나뉘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두 차원을 모두 고려해야 하고, 상황에 맞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디자인을 논의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특히, ‘문제 해결'이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이상적인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에 관한 것이라는 허버트 사이먼의 정의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보편적 디자인과 전문적 디자인

다음은 저자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누구나 디자인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모두 디자인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극히 일부만 전문 디자이너가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정의할 수 있다. 비전문가들이 인간의 본능적 디자인 능력을 활용하는 보편적 디자인(diffuse design), 전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훈련받고 디자인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수행하는 전문적 디자인(expert design)이라는 양극단 사이에는 디자인 활동의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중략) 디자인 전문가들은 문제를 분석하고, 초기 디자인 콘셉트부터 최종 결과물을 생산해내는 디자인 과정 전반에 그 도구들을 활용한다."

*문제 해결과 의미생산, 보편적 디자인과 전문적 디자인에 대한 의미와 구분에 관한 전제는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디자인적 방식에 대한 지도 (출처: 모두가 디자인하는 시대(에치오 만치니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슬로워크는 정말로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슬로워크는 블로그를 통해 조직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해왔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원격근무/안식월 제도, mrslo 슬랙봇에 관한 관심과 궁금증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3개월간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업무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담아두고,

순간의 느낀 점을 잊지 않기 위해서 자주 기록에 남기고 있습니다.



  • 원격근무

    • 공식적인 규정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 재택근무가 가능한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슬로워크의 원격근무 제도에 새롭게 적응하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시너지팀에서 원격근무를 잘 사용하는 편이기에 집중도가 높은 외부 공간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잦아지곤 합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집에서 일할 경우 반려 고양이가 키보드 위에 자꾸 앉는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팀별로 원격근무 사용빈도가 차이가 큰데 한 식구가 될 UFO팩토리가 대부분의 구성원이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니 그 비결과 적용에 관한 의견을 구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 2015년 메르스 예방을 위해 전격적으로 전 구성원이 재택근무를 시행한 곳이 있습니다. 솔직한 인터뷰 내용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조직이 있다면 참고하세요. 바로 가기

  • 안식월 제도

    • 슬로워커들이 정말로 편하게 안식월을 사용하고 있을까요? 6월엔 시너지팀의 한 동료도 안식월을 떠납니다. 수 개월 전까지 일정을 조율하고 공유하는 원칙이 있어 팀원으로서 부담이 적었고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슬로워크의 여성 동료로 최초로 출산휴가와 안식월을 함께 떠나는 사례가 있었는데, 슬로워크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그녀가 보내는 휴가가, 그리고 함께했던 동료들이 앞으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생각했습니다. ‘보통의 일’임에도 ‘보통 회사’에 다니고 있는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 슬랙봇, mrslo

    • 슬로워크에 입사하면 폭풍 안내가 이어집니다. 아이덴티티와 인사와 지출에 관한 규정, 업무 메신저 사용법 등인데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안 나기 마련입니다. 담당자에게 매번 문의하기 어렵고 가끔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정보를 파악하고 있을 때 mrslo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편입니다. 간단한 궁금증은 빠르고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전하고 싶은 슬로워커 한 줄 기록


  • 슬로워크 블로그는 모든 구성원이 작성합니다. 정말로 진짜로 놀라운 사실입니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놀라고 있습니다.

  • 매일 출근길에 20분을 걷습니다. 서촌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 슬로워커가 종종 외부에서 강의를 진행합니다. 언젠가 한 자리에서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 슬로라이브러리를 종종 이용합니다. 디자이너가 아닌 제게 디자인 관련 서적은 큰 도움이 됩니다.

  • 대표인 의균님은 신입사원에게 정말로 책을 한다발 선물합니다. 머리와 가슴에 크게 남습니다.



마침 ‘사고 싶은 책'을 기록해 둔 덕분에 열심히 골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신입사원은 양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고 싶습니까?

제 명함에는 ‘기획자'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기획의 의미와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기획 혹은 기획자의 의미와 역할은 언제나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특별히 슬로워크의 기획자에게는 슬로워크의 미션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관찰하고 기록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디자이너와 개발자와 그리고 또 다른 우리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며 배우고 민감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획자가 아닌 또 다른 표현을 명함에 담게 되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시너지팀 기획자 선임연구원 한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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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lo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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