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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벌, 지키려는 사람

사라져가는 벌을 보호하는 방법


만약에 세상에서 벌들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그 후 약 4년 정도나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꿀벌이 없어지면 수분 작용도 없어지고, 식물이 사라지고, 뒤이어 모든 동물이 사라지고, 인간도 사라질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꿀벌은 식물이 열매를 맺을 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곤충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꿀벌이 떼로 사라지는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살충제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핸드폰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벌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게 만들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렇듯 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과학계에서는 벌의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혹은 CCD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꿀을 따러 벌집을 나간 꿀벌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않아 무리를 이루는 벌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군집 붕괴 현상'은 과일, 야채 등 벌을 통한 수분으로 열매를 맺는 농작물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종말에 대한 공포로 전해져옵니다. 



2006년,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된 벌의 '군집 붕괴 현상'은 2011년 경북 문경과 칠곡 농가서도 나타났었고, 미국에서는 2012년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꿀벌의 31%가 사라졌습니다. 

 

 

2011.10 경북 문경에서 꿀벌 집단폐사를 부른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피해를 본 한봉농가들이

벌통을 불에 태우고 있다.



살충제도, 바이러스도, 지구 온난화도, 전자파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라져가는 벌들......

유명한 양봉가 데니스 반엥겔스도프Dennis vanEngelsdorp는 TED 강연을 통해 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와 왜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지. 마지막으로 사라져 가는 벌이 다시 우리가 사는 공간에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데니스의 말에 따르면 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우리의 삶이 자연과 단절되어있고 자연과 인간이 연결돼있다는 것을 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를 NDD-natural deficit disorder, 자연결핍장애 라고 부르는데요. 그는 간단한 방법들로 자연과 연결점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먼저 잔디 대신 목초지를 가꾸는 일입니다.

2~30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잔디밭이 많지 않았습니다. 귀족들의 특권이었기 때문이죠.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너도나도 상류사회로 나아가려는 현대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유롭게 자라는 목초지보다 골프장, 개인 정원 등을 가꾸며 벌들이 다양한 식물과 만나는 기회를 앗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잔디를 키우며 사용하는 엄청난 양의 농약과 살충제, 그리고 그 잔디를 일정한 길이로 유지하기 위해 돌리는 잔디깎이 모터의 열기는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고, 벌이 옮기는 꽃가루를 살충제 범벅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잔디밭 대신 다양한 생물이 자랄 수 있는 목초지는 벌을 비롯해 다양한 곤충들도 불러와 자연과 인간이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목초만 필요하다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목초지는커녕 잔디밭도 가까이하기 어려운 도심에서는 화분에 다양한 종류의 꽃과 풀을 심어 도시에 사는 벌들이 꿀을 찾아 헤매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말합니다. 또한, 단순히 개별적인 가드닝에서 도심 속 공동체를 이뤄 목초지를 가꾸거나 벌을 키우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에 힘입어 2-3년 전부터 도시 양봉이 런던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은행, 갤러리 등 다양한 기관 옥상에서 벌을 키우는 뉴스를 볼 수 있는데요, 그 중 한 곳이 바로 테이트 모던 미술관(Tate Modern)입니다.

 

 

테이트 모던 옥상에서 기르는 벌을 관리하는 London honey company의 대표 스티브 밴보우(Steve Benbow)씨는 현재 6개의 벌통을 관리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늘려갈 생각이라 합니다. 더 많은 벌이 더 많은 꿀을 생산하면 거기서 나오는 꿀을 갤러리 숍에서 판매할 예정이라 하는데요. 이 밖에도 런던의 국립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노무라 은행(Nomura Bank) 등 많은 곳에서 벌을 기르고 있습니다. 



데니스씨가 강연에서 강조한 벌과 우리 삶의, 그리고 자연과의 연속성은 점점 이기적이고 물질만능주의적으로 변해가는 도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보다 먼저 벌과 도시의 관계를 재구성 해나가는 영국의 사례를 보며 한국의 가장 큰 도시, 서울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벌과 도시 그리고 녹지가 맺는 관계가 이뤄질지 기대됩니다.  


도심 속 양봉가가 되기 힘들다면, 목초지를. 목초지를 가꾸기 힘들다면 화분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잊고지내던 자연과의 교감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한주가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삶 속에 자연에서 날아온 작은 벌 한 마리를 발견하기를 기대합니다.


| 참조 |

http://www.ted.com/talks/lang/ko/dennis_vanengelsdorp_a_plea_for_bees.html

http://spitalfieldslife.com/2010/05/17/steve-benbow-beekeeper-at-tate-modern/

http://www.wired.co.uk/news/archive/2013-04/22/national-gallery-bees

http://localsegye.com/articles/view.asp?aid=20110425001159&cid=6101030000000

http://www.dankitwood.com/portfolio/feature/urban-beekeeping-on-east-london-rooftops/


by. 사슴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