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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

차도르를 쓴 펑크족과 치어리더, 두 이란 여성의 이야기



훌륭한 그래픽노블과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도 소개되었던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를 아시나요?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의 어느 가정에서 무남독녀로 태어난 마르잔 사트라피 작가 자신이 이슬람 혁명과
이란-이라크 전쟁이 있었던 혼돈의 시기를 이란 안팎에서 겪으며 성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슬림 여성들 또한 자유와 권리를 누렸던 1969년 태어난 마르잔은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으로 이란 여성들이
사회적, 종교적으로 억압받게 된 이후 홀로 오스트리아로 떠나 살게 되는데요,
이 곳에서도 문화적, 정신적인 이방인으로서 방황하다가 결국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후에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 겸 동화작가로 활동하게 된 마르잔 사트라피는
유태인 학살에 대한 아트 슈피겔만의 그래픽 노블 <쥐>를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게 만들어진 <페르세폴리스>의 한 이슬람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무슬림 여성들이 겪고 있는 억압뿐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 이전의 이슬람 사회의 모습,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서구 사회의 무조건적인 편견 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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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또 다른 이란 여성이 로드 무비 형식의 다큐멘터리에 중동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단, 이번에는 아주 유쾌하고 즐거운 버전으로요.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Finding Bibi>!

알자지라 방송보다는 MTV를 즐겨보고 학교의 치어리더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란계 미국인 소녀 비타 하이다리안은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를 찾기 위해 미국 내 다른 도시들을 비롯해
이스라엘, 인도, 두바이, 런던,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이 다큐멘터리를 찍었는데요,

여기에는 이란 난민이었던 비타의 부모님과 가족들이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 비극적인 이야기와
텍사스에서 보낸 어린시절, 적응하고자 애썼던 이야기들 또한 담겨있다고 합니다.




여느 20대 미국 여성과 다름없는 옷차림으로 텍사스 시내를 다녔을 때와
부르카로 온몸을 가리고 다닐때 사람들이 지극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 흥미롭네요.

재치 넘치면서도 분명한 메세지가 담긴 영상을 통해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여성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고 싶었다는 비타 하이다리안의 이야기,
아직 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국내에서도 꼭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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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가지 더!

LA의 R&R 갤러리에서 <Before the Chador>라는 타이틀로 '이슬람 혁명 이전의 이란'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이란 사회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의 흑백 사진들이
참 아름다워 보이면서도, 이후 이 사진 속의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생각하면 씁쓸해지기도 하네요.

누구 못지않게 자유롭고 있는 그대로도 아름다웠던 이 사진 속 여성들이, 
이제 검은 부르카와 차도르로 얼굴과 몸을 가려야 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 교육받으며
살고 있는 여성들의 과거 모습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사진출처 | http://flavorwire.com)

by 살쾡이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