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빌딩은 그냥 지나치곤 하는 도시의 배경정도로만 생각되곤 합니다.
미국 알래스카의 제 2의 도시인 페어뱅크스시의 중심부에는
10년 넘게 이용되지 않고 버려져있는 폴라리스라는 빌딩이 있습니다.
사실 이 빌딩은 1950년대에 세워질 당시에 도시의 가장 큰 빌딩이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의 랜드마크와 같았는데요.
마치 우리나라의 63빌딩과 비슷한 면이 많았던 빌딩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사업상의 이유로 건물은 폐쇄되었고 방치되었습니다.
한 때 사랑받았던 폴라리스 빌딩은 사람들의 머리속에만 남게 되었죠.
그리고 그마저도 잊혀져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 빌딩의 관련된 기억을 상시키시고 이 곳을 우리의 필요와 꿈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candy chang>
알래스카 디자인 포럼은 캔디 창이라는 디자이너와 함께
이 버려진 건물을 이용해서 좀 더 도시의 교류를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 결과 이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의 이름을
Looking for love again(다시 사랑할 방법을 찾아요)이라 정했습니다.
한때 사랑받았던 이 건물을 다시 사랑할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의도를 전달하면서도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름같습니다.
그들은 프로젝트시작과 동시에 "Looking for love again"이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는
현수막을 직접 제작하여 건물의 벽면에 크게 걸었습니다.
이것 만으로도 휑하게 버려져있던 콘크리트 벽면이 멋지게 재탄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빌딩의 표면에 칠판을 하나 설치합니다.
이 칠판은 두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한 면은 '기억'에 관한 것을 쓰는 부분이고
한 면은 '희망'에 관한 것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폴라리스 빌딩에 관한 것이어야 했습니다.
횡단보도 앞 건물 모퉁이에 설치된 이 칠판에 하나 두개 이야기들이 써내려져 갑니다.
그 내용중에는 바에서 마셨던 맥주에 관한 이야기도 있네요^^
사람들은 지금까지 빌딩을 잊고 지나쳤지만
칠판 하나를 통해 지나간 자신들의 멋진 과거를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그 과거를 공유하는 순간 그 도시의 사람들은 함께 삶을 살아온 친구가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오프라인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추억과 의견을 올렸습니다.
한 시민은 이 건물을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장소를 내어주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멋진 의견을 내기도 했네요.
이렇게 모인 의견들은 알래스카 연방정부의 전문가들에게 전달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민들을 위해 이 빌딩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하네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시내의 경제가 활성되었을 뿐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건물과 얽힌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앞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제안하면서 자연스럽게 시민들을 하나로 이어주었기 때문이죠.
또한 이러한 간단한 설치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의견을 받음으로써
멋진 도시설계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도시를 위해 계획한 프로젝트라 하니.
더욱 멋져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버려진 빌딩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건물을 다시 리모델링 하거나 공원이나 관공서의 구조나 서비스에 변화를 줄 때,
이런 프로젝트를 벤치마킹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지 출처 : http://lookingforloveagain.org/
by 두루미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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