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dea

패키지,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도 알아요!

물건을 고를 때 패키지를 얼마나 참조하시나요? 저는 슈퍼에서 과자나 햄, 음료수를 살때 성분표를 한번씩 읽어보고 구입하곤 하는데요. 실제 먹고 마시는 내용물보다 더 꼼꼼히 살펴보곤 합니다. 하지만 성분표를 일일이 읽어보자니 쇼핑시간은 끝없이 길어지고, 몸은 지쳐가 결국엔 눈에 보이는데로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합니다. 이렇게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도 쉽게 물건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1. 어느부위에서 왔니? - 고기 패키지 

안심, 등심, 양지, 채끝살. 

듣기만 해도 붉은 살과 콕콕 박힌 지방의 마블링이 떠오르고 뒤이어 입 안에 군침이 도는 소고기 부위입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나뉜 고기가 소의 어느부위에 있는지 아시나요?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 Fauna에서 지역 상점 Corella를 위해 리뉴얼한 고기 패키지를 보면 등심, 안심 등 우리가 먹는 고기가 소, 돼지, 닭의 어떤 부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패키지 스티커에 소, 닭, 돼지의 일러스트를 간단히 그려넣고 그 위에 판매하는 고기의 부위를 표시해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느 부위인지 알려줍니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라벨을 보고 고기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앞쪽에 보여드린 사진 속의 소와 크기와 모양이 조금 다른데요, 덩치가 큰 소의 등심과 돼지의 등심입니다. 이렇듯 일러스트의 크기, 색의 변화를 통해 고기에 관한 세부적인 정보를 주기도 합니다. 


이 치즈 역시 글을 모르는 아이가 봐도, 스페인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보아도 한눈에 '양 젖으로 만든 치즈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2. 크게크게 한눈에 - 샌드위치 패키지 


가끔 편의점에 들러 샌드위치를 집어들면 기대했던 맛과 전혀 다른 맛을 느낄때가 종종 있습니다. 메인 재료 이외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재료들로 가득한 샌드위치가 대부분이죠. 


스웨덴의 디자인 스튜디오 BVD가 7-Eleven을 위해 디자인한 샌드위치 패키지는 좀 다릅니다.






BVD의 샌드위치 패키지는 샌드위치와 잘 어우러지는 어두운 갈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컬러로 재료명을 크게 적었습니다. 정독하지 않아도 내가 먹을 샌드위치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식단조절을 할 때 유용한 정보들을 강조해 영양성분표도 크게, 열량도 크게 적어놓았습니다.





왼쪽은 통밀빵, 치즈, 햄, 샐러드가 든 간단한 샌드위치이고 오른쪽은 흰빵, 치즈, 샐러드만 든 샌드위치네요. 각각의 재료와 영양성분을 보고 원하는 구성을 고르면 됩니다. 





바게트빵, 닭고기, 베이컨, 야채, 커리요거트소스가 들어있는 샌드위치입니다. 위의 샌드위치보다 훨씬 푸짐한 구성이 눈에 띕니다. 단어를 모르더라도 줄글이 긴 샌드위치를 고르면 푸짐한 점심을, 짧은 샌드위치를 고르면 간단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답니다. 



3. 눈으로 맛보는 와인-와인패키지


와인을 고르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와인은 기후에 따라 같은 양조장에서도 다른 맛과 향을 내는 와인이 나와 그 맛을 가늠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포도의 종류나 생산국가, 혹은 판매직원의 프로모션을 통해 와인을 구입하곤 합니다. 와인 코르크를 따기 전 까지 내 입에 맞는 와인을 잘 고른걸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병을 열어보는 재미로 와인을 나누는지도 모릅니다. 


와인과 복불복 게임! 이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조합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할까요? Uproot에서는 와인 라벨을 통해 와인의 맛과 향이 어떨지 소비자에게 미리 예상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바로 컬러바를 이용한 인포그래픽입니다. 


                      



이 와인은 쇼비뇽블랑(2011) 입니다. 와인 병 중앙에 보이는 라벨을 살펴볼까요? 초록, 라임, 레몬과 같이 시트러스 계열의 컬러칩을 사용해 산듯한 와인임을 알려줍니다. 다가오는 봄과 여름 밤에 참 잘 어울리는 와인일것 같습니다.



                 


위에 보여드린 쇼비뇽블랑과 대비가 돋보이는 어둡고 중후한 보디의 그르나슈(2012) 입니다. 보라색과 붉은색, 크림컬러와 오렌지색으로 무겁고 단단한 와인일것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베리류와 바닐라의 조화가 예상되는 맛입니다. 깊고 긴 겨울 밤 따스한 방 한켠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을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인포그래픽은 잡지나 포스터같이 인쇄매체에 쓰인다는 막연한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기, 와인, 샌드위치 등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 삶과 밀접한 곳에서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포그래픽이 아닐까 싶습니다. 꼼꼼히 읽어보지 않아도,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게 물건을 설명하는 패키지 디자인.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출처 : Corella, Fauna, BVD, Uproot wines



by 사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