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말이지만, 기술은 쓰는 사람의 몫입니다. 우리 사회가 기술의 진보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고나서야 그 기술이 비로소 빛을 봅니다. 올바르지 못하게 받아들인다면, 기술은 사장되거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디선가 올바르지 못한 나름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3D 프린터는 어떨까요? 이 새로운 기술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 글은, 기술적인 전문성이나 사회과학적인 전문성이 부족한 개인의 견해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이며,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은 했으나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친환경 3D 프린터를 표방하는, EKOCYCLE Cube



올해도 시작과 함께 수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올해의 새로운 기술" 따위의 제목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었고, 3D 프린터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3D 프린터는 소비 사회의 새로운 장을 열어줄 도구로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증기 기관의 발명만큼의 기대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팔릴만한 기술이 나오면 그 기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집니다.(여기서 "팔릴만한"이라는 것은, 실제로 그 기술이 팔릴만한지와는 별개로, 그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팔릴만하다는 뜻입니다.) 기술에 대한 찬사가 쌓이면, 신화가 됩니다.


3D 프린터의 신화는, 생산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manufacturing")입니다. 생산의 민주화를 문장으로 표현하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직접 만들어 쓴다." 정도가 될 것입니다. 얼마나 "반"소비적인 문장인가요? 아마 이런 느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3D 프린터에 파괴적인 힘을 기대하고 있는듯 합니다.


개인들이 생산 도구를 소유한다는 것은, 생산과 판매를 독점하는 소수의 권력이 개인들에게 나누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10여 년동안 미디어가 발전한 과정(소수의 미디어가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독점하지 않고, 개인이 모두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모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진 것. 즉, 소수의 미디어의 권력이 개인들에게 나누어진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이런 기대 속에서, 3D 프린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먼저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의견은, 3D 프린터의 보급을 통해, 생산 수단이 개인들에게 나누어지면서, 유통 과정이 필요 없어진다는 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이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이 필요 없어지고, 따라서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이 없어집니다.


반대로, 3D 프린터 자체가 소모하는 에너지가 생각하면 결코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3D 프린터와 기존 생산기계(공작/사출 기계)와의 전력 소비량 비교


위 표는 UC버클리 기계공학 학부생들의 조사 결과입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3D 프린터가 꼭 기존 공작/사출기계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낮은 것은 아니고, 3D 프린터 방식에 따라, 또는 얼마나 생산 방법이나 재료들이 공유되느냐에 따라 전력 소비량이 더 높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들은, 결국 친환경적인 소재의 개발과 친환경적인 생산 도구(예를 들면, 3D 프린팅 노하우, 쓰레기 배출량이 적은 도면 등)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하기 위한 시도도 있습니다. 3D 프린터 생산 업체인 3D systems에서, 이른바 친환경 3D 프린터를 표방하는 제품인 "EKOCYCLE Cube"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코카콜라, 유명 뮤지션인 will.i.am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EKOCYCLE Cube은 PET병을 재활용하여 만든 플라스틱 소재를 프린팅 재료로 사용합니다. EKOCYCLE과 도면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PET병을 재활용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바람직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소비라는 행위 자체를 놓고 보면 3D 프린터가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습니다. 3D 프린터가 아무리 생산 과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 한들, 3D 프린터의 보급은 개인이 생산 도구를 직접 소유할 수 있게 하고, "소비"만큼이나 "생산"이 쉽고 간편한 행위가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우리들이 "과소비"를 하듯, 개인의 "과생산"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1. 3D 프린터의 소재와 생산 기술에 대한 개발이 이루어져,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기술적 지원과 생산 기술의 공유가 이루어질 것

  2. 그것을 사용하는 개인들이,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생산의 수단으로 3D 프린터를 다룰 것. 즉, 쓸데없는 "과생산"을 하지 말 것


이 두 가지 정도가, 앞으로 3D 프린터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가 준비하고 고민해야하는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은 3D 프린터가 사회,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어떤 준비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출처: ekocycle.com, cubify.comfastcoexist.com, mtu.edu, sustainabilityworkshop.autodesk.com



by 낙타 발자국




Posted by slow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