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고 있나요? 사촌 형제나 다를 바 없이 가까운 이웃이라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들어본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특히 아파트는 주택보다 폐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이웃사촌을 만들기가 더 어려운데요. 하지만 아파트의 구조가 이웃 간의 소통을 유도한다면 어떨까요? 덴마크에 지어진 두 주거복합건물은 '이웃과 소통하는 아파트' 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8house | BIG Architects
덴마크 건축 사무실 BIG이 만든 공동주택 8house는 말 그대로 8자 모양의 주거복합 아파트입니다. 주민아파트는 건물 상단에, 사무실 등의 상업시설은 아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 주거복합 아파트와는 다른 점이 없습니다. 이 건물의 특별함은 다름 아닌 건물 안과 밖을 감싸는 보행 경사로입니다.
8house에는 1층에서 꼭대기 층인 10층까지 이어지는 경사로가 있습니다. 이 길을 통해 주민들은 산책을 하듯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자신의 집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이웃과의 대화 반경은 옆집, 아랫집 정도인데요. 8house에서는 보행자 통로로 인해 소통 범위가 1층에서 10층까지, 건물 전체로 넓어집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수직형의 형태가 아닌, 수평적인 형태로 동선이 이어지게 만들어 주민들 간의 교류 공간을 넓힌 것입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아파트이면서도 덴마크의 전통적인 주택처럼 집마다 작은 마당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파트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며 화단을 가꾸는 이웃들과 인사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겠죠?
VM house | BIG + JDS Architects
VM house는 덴마크에 위치한 V,M자 모양의 2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아파트입니다. 이 아파트의 V,M자 건물 모양은 단순히 독특한 외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능적인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형태라고 합니다. VM house는 1인 가정이 거주하는 싱글하우스를 건물의 양 끝에 배치하고 큰 평수의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패밀리 하우스는 건물의 꺾여있는 부분에 배치했습니다. 비교적 한적한 삶을 즐기는 1인 가정을 고려하고, 자녀가 있는 가족들은 더 많은 가구들과 소통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VM house에는 고슴도치를 연상하게 하는 돌출형 발코니가 있는데요, 이 발코니는 이웃들과의 소통을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기존 아파트의 발코니는 한 방향의 전망만 보이고, 이웃과 말을 주고받기도 어려웠는데요. 돌출형 발코니에서는 사방의 전망을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채광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발코니에서 옆집은 물론 위, 아래의 이웃과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VM house에서 발코니는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는 개인적인 공간이자 건너편 이웃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입니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를 벗어나, 특이한 구조로 이웃과의 교류를 만드는 건축가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주거공간이 단순히 편하게 쉬기 위한 장소를 넘어, 공동체적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네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진 오늘, 이 건물들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by 부엉이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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