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초 제주도를 들렀다 우연히 마주한 작은 책방입니다. 소심한 책방이 자리한 종달리는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작게 보이는 작은 마을인데요.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장소가 아니여서 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훌륭한 공간입니다.
책방은 작은 집을 개조해 블럭을 짜 맞추듯 책을 고를 수 있는 공간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누었습니다. 책꽃이에 책을 가득 채우지 않고 사이 사이 공백과 여백을 흐르게 만든 공간이 인상적인데요. 가득 꽂힌 책이 주는 부담 보다는 드문 드문 놓인 책 사이를 거닐며 느긋이 책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여유가 가득한 책방입니다.
소심한 책방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책방 구석에 놓인 쇼파들이 혼자 여행온 제 발걸음을 붙잡아 주어 참 좋았습니다. 책을 고를 때 많은 사람과 부딪히며 서로가 서로의 독서를 가로막는 대형서점과 다르게, 나 혼자 오롯이 시간과 공간을 누린다는 뿌듯함이 넘실거리던 시간이었습니다.
책방 주인이 직접 읽고 싶은 책, 좋았던 책을 위주로 만든 판매리스트에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립 출판물들과 고전, 다양한 소품, 음반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읽고싶었던 책을 골라봤는데요. 집에 돌아가는 날 의외의 장소에서 만난 일상적 책이라 그런지 읽을 때 마다 소심한 책방과 제주의 아침이 떠오르곤 합니다.
소심한 책방의 본점격인 수상한 소금밭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을 때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동화책이 있었습니다. 소심한 책방에서 파는지 여쭤봤더니 "연남동에 책방 피노키오 아시죠? 거기에서 샀어요"하는 답변을 듣고 찾아오게 된 책방 피노키오 입니다. 소심한 책방이 다양한 출판물을 다룬다면, 책방 피노키오는 "그림이 있는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방입니다.
연남동의 한켠에 자리한지 벌써 1년. 곧 북촌에도 두 번째 집을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소심한 책방이 나만을 위한 책방이라고 한다면, 나란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책방 피노키오는 마치 열차 대합실 같아 보입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꿈같은 그림책이 가득한데요. 블로그를 찾아가면 다양한 책을 직접 소개해주는 페이지가 있어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림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해외 원서 그림책과 국내 그림책, 일러스트 작가의 전시, 그림을 다루는 독립출판물 등 "그림이 담긴 책"이 가득한 책방 피노키오. 종이 가득 펼쳐지는 그림과 소소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따뜻함이 담긴 책들. 힘내라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힘이 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책방입니다.
책방 피노키오를 두리번거리다 "연남동 노랭이 골목 엽서"를 사려하니 "엽서는 옆집에서 사세요"하고 말씀하신 덕에 알게된 헬로 인디북스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책방 피노키오 바로 옆에 자리한 또 다른 책방입니다.
이번주에 오픈해서 정리해나가고 있는데요, 옆집 책방 피노키오에서 "동화책"을 판매하고 있다면, 헬로 인디북스는 "독립출판물"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작은 책방입니다.
막 이사온 터라 정리가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나중엔 맥주마시며 책을 읽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헬로 인디북스는 다양한 주제를 담은 독립잡지와 소품. 사진과 일상을 담은 엽서. 그림. 젊은이들이 사는 삶, 그들의 시선과 이야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책방 주인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신변잡기를 나누는 등 책을 다루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게 큰 장점입니다.
각기 둘러본 작은 책방들 어떠셨나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점점 커져가는 동안, 작은 골목에 자리한 책방은 주인의 취향과 콘셉트에 따라 각기 다른 책과 소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작은만큼 대형서점 처럼 온 세상의 책을 다 들여다놓을 순 없지만, 그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책들이 있는 작은 책방. 골목에 숨겨놓은 나만의 서재. 이것이 작은 책방의 매력이 아닐까요?
by 사슴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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