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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블랙기업'은 되지 말자! 슬로워크의 수습평가제도 이야기

만화가 윤태호 씨의 유명한 웹툰 '미생'을 기억하시나요? 작년 말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는데요. 정규직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주인공 장그래의 모습과 그럼에도 결국 정규직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작품의 결말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처: 드라마 미생 페이스북 페이지)


그런데 오늘날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은 만화나 드라마에서 장그래가 겪는 어려움보다 더욱 냉혹할 때가 많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올 해 초에 국내의 한 소셜커머스 업체가 11명의 신입사원을 부당하게 해고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수습 기간인 2주 내내 신입사원들에게 14시간의 노동을 시키고는 2주가 지나자 실무능력평가에서 모두 탈락시켜 해고를 해버렸는데요, 이로 인해 회사는 사회적으로 공분을 사고 거센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사실 수습사원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평가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게다가 많은 회사가 명확한 평가의 기준이나 절차를 수습사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있어, 공정한 평가는 고사하고 영문도 모른 채 '불합격' 통보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듯 직원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의 노동문제를 다루는 국내의 한 단체는 '블랙기업'을 고발하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출처: 국민TV뉴스)


이 단체는 '블랙기업 체크리스트'를 개발해 공개하고 있는데요. 아래의 표와 같이 체크리스트는 4개 분야 10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고, 각 지표들은 노동인권 측면에서 핵심적인 주제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랙기업 체크리스트


 분류

항목 

고용불안정 

 정규직 희망고문: 정규직 전환이라는 거짓 약속 

 인턴·실습·수습 채용의 무제한적 남용  

 근로계약 자체의 무질서함

장시간 노동 

 야근·주말근무 등 초과근무 강요(과도한 업무) 

 시간 외 수당 미지급·과소지급 

 휴식·휴가제도 사용의 제한

직장 내 괴롭힘 

 비인격적 대우·폭언(인격권 침해) 

 실적 관리를 위한 압박과 비난(경영전략)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의도적 배제 

 폐쇄적 소통구조

 의견개진·문제제기 차단(발언 금지) 

                    (출처: 청년유니온)


또한, 별도의 웹사이트를 통해 블랙기업 사례에 대해 신고를 받고 상담을 제공하는 '블랙기업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랙기업 신고센터


                    (출처: blackcorp.kr)


그런데 이런 사회적 이슈와 문제점들을 접할 때,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보다 정작 슬로워크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슬로워크는 이런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까?



그리고 답은 노(No). 부당한 고용과 처우 문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슬로워크도 신입 직원을 채용하고 수습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그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었습니다. 특히, 신입 직원에 대해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두면서도 당사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동의할 만한 수습평가의 절차나 기준이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슬로워크도 블랙기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겠죠? 


그래서 슬로워크의 CSO(최고지속가능성 책임자)인 장수하늘소 발자국이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수습평가제도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2달간의 고민과 내부 협의 끝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 중심의 수습평가제도가 수립되었고, 벌써 2명의 수습 구성원들이 이 평가제도의 결과로 정식 슬로워커가 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슬로워크의 수습평가제도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먼저 슬로워크 수습평가제도의 공식 목적은 크게 3가지로 정해졌습니다. 

1) 전반적인 업무 적합성 평가를 통해 공정하게 채용 확정 여부를 결정한다.

2) 수습 기간의 모습과 성과에 대한 동료 평가를 통해 스스로 되돌아볼 기회를 마련한다.

3) 수습 기간의 경험과 느낀 점을 토대로 회사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들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의 실행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1) 평가는 결과 자체보다는 개인의 성장과 동기부여에 초점을 맞춘다. 

   - 수습평가제도는 기본적으로 대상 직원의 채용 확정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  

   - 그러나 단순히 평가 결과의 전달보다는 개인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전달해주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받도록 하는 것에 더 근본적인 목적을 둔다.  


2) 평가의 방식은 다면평가로 진행한다. 

   - 조직도상의 상급자뿐 아니라 나와 가깝게 일을 했던 동료들의 경험과 시각을 전달해 주는 것에 중점을 둔다.

   - 따라서, 경험과 사실에 기반한 평가를 위해 평가자 선정에 주의를 기울인다.


3) 회사도 개인이 회사를 경험하고 느낀 부분에 대해 경청한다.  

   - 슬로워크는 회사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신입직원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며, 슬로워크는 그러한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한다.



이렇게 단순한 평가를 넘어선 가치와 접근법들을 담으려다 보니 설문과 인터뷰도 여러 번 있고 전체 수습평가 프로세스가 조금은 복잡한데요. 요약하자면 회사와 신입직원이 '소통'을 통해 수습기간을 함께 마무리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 결과를 전달할 때도 '합격,' '통과'와 같은 회사 기준의 일방적인 용어보다는 '어울리거나 꼭 알맞다'라는 의미를 지닌 '적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가의 영역은 슬로워크가 지향하는 가치와 조직문화를 고려해서 3가지 영역으로 구분했습니다. 첫 번째로 인성 영역에서는 사람 됨됨이를, 두 번째로 태도 영역에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세를, 마지막으로 역량 영역에서는 일하는 실력을 평가합니다. 


슬로워크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기업이다 보니 미리부터 신경 썼어야 하는데 아직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블랙기업이 될 때까지 방치해서는 안 되겠죠. 수습평가제도를 시작으로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고민을 해볼 예정입니다. 열정페이, 청년실업, 스펙쌓기, 비정규직과 같은 우리 시대의 사회문제들을 한 조직 안에서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하다 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블랙기업은 안녕!



장수하늘소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