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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물 다 만드셨어요? 검수해야죠 😊
그런 경험 해보신 적 있나요? 인상과 매너가 엄청나게 말끔하고 좋은 분을 봤는데, 그분의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에서 치명적인 맞춤법 실수를 본 일이요. 비슷하게 엄청 아름다운 웹사이트나 브로슈어를 봤는데, 거기에 쓰인 한국어가 적당히 옳지 않아서 언짢았던 적은 없으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잘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보다 이런 것에 조금 예민한 편이에요.
같은 말이지만 페이지마다 다르게 표현되거나(아래는 공감의 예시입니다.)
띄어쓰기 될 리 없는 (주로 고유) 명사가 띄어쓰기 되는 일이요.
사람마다 한국어가 언짢게 다가오는 부분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교정/교열은 전문 영역이라, 신뢰성이나 전문성이 매우 크게 요구되는 제작물을 작업할 때에는 조직 내외부에서 담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검수의 개념이라면 조금 다릅니다. 꼭 콘텐츠에 관련된 직군이 아니어도 교정/교열을 포함해서 퀄리티를 위한 검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죠. 이 때문에 슬로워크는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에서 QA(Quality Assurance)를 위한 채널을 운영하여 상호 검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기'를 목적으로 하는 제 나름의 검수 방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드려볼까 합니다. 텍스트가 많고 제작 후 수정이 어려운 특성을 보이는 책자 위주이지만, 웹 환경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맞춤법 검사는 다들 잘 활용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beta)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개인/학생 용도만 무료) 쓰시면 됩니다. 적절히 반영하시면 되고요. 아, 간혹 정확한 띄어쓰기가 궁금하신 경우를 위해 한 가지 팁 알려드릴게요.
찐 띄어쓰기를 알고 싶으면
표준국어대사전을 활용하세요
지난주 / 다음주
지난 주 / 다음 주
어떻게 띄어 쓰는 게 맞을까요? 💁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표준국어대사전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표준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맞춤법 검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긴 합니다.) 스마트폰에서는 국립국어원의 정식 라이센싱이 된 더 좋은 국어사전 LITE(앱스토어)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구글플레이)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저는 주로 앱을 씁니다. 붙여 쓴 단어를 검색해서 결과와 뜻이 나오면 붙여 쓰는 게 맞고요, 그렇지 않으면 띄어 쓰는 게 맞습니다. 반드시 붙여 쓰는 단어는 사전상에서 [단어-단어], 이렇게 하이픈으로 연결되어 표기됩니다. 그럼 두 단어를 한번 검색해 볼까요?
표준어가 뭐냐 물으신다면,
지난주(O) / 다음주(X)
지난 주(X) / 다음 주(O)
이렇게 되겠습니다. 💁
그럼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는 검수를 위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제게는 이런 컨닝페이퍼 같은 것이 있어요. 일종의 체크리스트인데요. 우선 간단히 훑어만 봐주세요.
최종 납품 전 체크리스트
최종 점검 직전
- 표지 면에 철자, 날짜 등 오자나 오류가 없는지 다시 확인했는가?
- 제목, 부제는 정확한가?
- 번호 체계의 순서가 맞는가?
- 저작권 페이지는 확인했는가? (정보의 정확성)
- 쪽표제에 오자는 없는가?
- 간기면(도비라)에 오자는 없는가?
- 본문의 제목, 쪽표제, 페이지 번호 등이 목차와 일치하는지 확인했는가?
- 원고에서 디자인에 얹힐 때 복붙을 하느라 누락한 사항은 없는가? (시리즈, 소식지 등의 경우)최종 점검 시
- '나'의 수정 요청사항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했는가?
- '나'의 수정 요청사항이 제대로 수정되었는지 확인했는가?
- '나' 외(검수자2, 검수자3 등)의 수정 요청사항에 상충 지점을 해결하여 반영했는가?
- '나' 외의 수정 요청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했는가?
- 수정으로 인해 다른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는지(특히 줄 끝) 확인했는가?
*주요 출처: 열린책들 편집매뉴얼 2017, 교정/교열 교육, 다양한 실패 경험...
보시다시피 [최종 점검 직전] 시와 [최종 점검] 시, 이렇게 두 가지가 있어요. 최종 과정만 다루지 않는 이유는, 사람의 일인지라 최종안에 반영되더라도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글자가 많이 들어가는 책자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위험성을 절감합니다. 어쨌든 메인 검수는 [최종 점검 직전]에 있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어요. 위 내용을 조금씩 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최종 점검 직전
표지 면에 철자, 날짜 등 오자나 오류가 없는지 다시 확인했는가?
책 표지에 오류가 생기면 95% 이상이 재인쇄감입니다. 본문을 세 번 검토한다면 표지, 뒤표지는 그 두 배 이상 봐주세요. 기관명, 제목, 문구, 이슈 넘버, 날짜 정보 등이 틀리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제목, 부제는 정확한가?
콘텐츠 제목과 부제는 마지막까지 변경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런데 본문에서 변경하면 목차 페이지나 표지 페이지에도 변경이 생길 수 있으니, 해당 문구가 들어가는 모든 페이지를 살펴봐야 해요.
번호 체계의 순서가 맞는가?
너무 당연한 말이죠? 4 챕터가 3 챕터가 되지 않도록, 마찬가지로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꼭 체크해주세요. 번호를 안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작권 관련 표기는 확인했는가?
이미지나 인용문 등이 삽입될 때, 완전한 저작권 free가 아니라면 출처나 카피라이트를 표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일단 자료를 모아만 두자, 했다가 그냥 발행해 버리면 곤란할 수 있어요. 저작권과 관련된 요소들은 시각적으로도 튀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그리고 마지막에도 한 번씩 체크해주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이 때 출처는 (기사 등이 아닌) 원출처여야 합니다.
쪽표제에 오자는 없는가?
쪽표제는 페이지 번호 옆에 보통 적혀있고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제작물 또는 챕터 정보가 담긴 부분이에요. 글자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고 신경 쓰지 않으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은근한 주범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를 보면 전체 콘텐츠가 얼마나 구성진지(?)도 알 수 있더라고요.
간기면(도비라)에 오자는 없는가?
새로운 챕터를 열기 전 페이지인 간기면도 시각적으로 주목도가 높기 때문에 좀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요소가 별거 없다고 '맞지, 맞지' 하고 지나치다간 "희안한 이야기" 같은 말을 그냥 지나칠지도 몰라요.
본문의 제목, 쪽표제, 페이지 번호 등이 목차와 일치하는지 확인했는가?
이건 다 아시죠?
원고를 디자인에 얹힐 때 복붙을 하느라 누락한 사항은 없는가?
시리즈물의 경우, 이전 호와 이번 호에서 다른 내용이 단순 데이터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그럴 때 디자인이 동일한 나머지 특정 데이터나 요소를 변경하지 않거나 누락할 수도 있죠. 그런 부분은 정말 티가 잘 나지 않아서 꼼꼼하게 작업하고 검수할 필요가 있어요.
최종 점검 시
'나'의 수정 요청사항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했는가?
수정사항이 많아지는 경우, 그것을 반영하는 디자이너나 개발자 또한 인간인지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수정사항이 적으면 제일 좋고, 많더라도 반영하는 분들이 두 번 일하지 않도록 최대한 정확하게 수정사항을 요청하는 게 중요해요.
'나'의 수정 요청사항이 제대로 수정되었는지 확인했는가?
이거 정말 중요해요. 요청한 수정사항이 반영되지 않았거나 다르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해야 해요. 저는 때로 반영이 되지 않았어도 아주 티 나지 않는 것이고 시간 여유가 아주 없으면 넘어가기도 했는데요. 치명적인 수정사항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씩 더 확인해주는 것은 필수입니다.
'나' 외(검수자2, 검수자3 등)의 수정 요청사항에 상충 지점을 해결하여 반영했는가?
때로 나와 다른 검수자의 수정 요청사항이 부딪힐 수 있어요. 그때 무턱대고 둘 다 반영하기는 어렵고 헷갈려요. 다른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이때는 명확히 한 명이 논의의 주도권을 갖고, 반영할 최종 검수 내용을 정해야 해요.
'나' 외의 수정 요청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확인했는가?
직무와 관계없이 제작물의 책임자라면 다른 검수자들의 수정사항도 하나하나 확인하고, 수정 반영이 잘 되었는지 확인해주세요. 때로 제3자는 맥락상 적절하지 않은 수정을 요청할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필터링도 해주세요.
수정으로 인해 다른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는지(특히 줄 끝) 확인했는가?
수정하려다가 새로운 오류를 만들 수도 있어요. 글자 수가 달라지는 경우, 글줄 끝이나 문단의 변화가 생길 수도 있어요. 한 줄에 한 글자만 나오고 줄바꿈이 생기거나, 문단의 한 줄만 어색하게 있고 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는 등의 어색함은 주로 이런 수정에서 나옵니다. 이 부분을 같이 보며 수정 반영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검수자는 수정이 반영된 내용을 확인할 때 전반적인 레이아웃도 같이 보면 불상사를 줄일 수 있어요.
사실 이 내용이 특별히 신선하지는 않을 거예요. ‘이렇게 윤리책처럼 당연한 것을?’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수를 할 때, 위 항목을 하나씩 따져보지 않으면 은근히 지나치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검수할 일이 생기면 위 요약본을 최소한의 체크리스트로 활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빠르고 자연스러운 페이지 전환도, 아름다운 레이아웃과 디자인, 알찬 내용도 중요하지만요. 검수에도 시간을 조금만 투자하면 우리 작업물을 더 완벽에 가깝게, 아름다움의 빛이 바래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제작물과 그 제작물을 만든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덤이고요. :-)
글, 이미지 | 슬로워크 콘텐츠팀장 오수희
이미지 편집 | 슬로워크 책임 디자이너 길우
편집 | 슬로워크 브랜드 라이터 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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