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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나비효과와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

 

어제(1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나비효과 편을 보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 앨 고어가 세계 시민사회에 경종을 울린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떠올린 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 사람들은 진실을 원하지만, 때로는 진실에 눈감는다. 특히 그 진실이 자신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되어 있을 때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문제는 이제 지구촌 사람들이 피해갈 수 없는 21세기 가장 큰 이슈이자, 화두다.

 

 

지구온난화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불편한 진실이 입소문을 타고 널리 알려진 이후, 지구온난화 문제는 자신의 삶과 먼 거리에 있던, 감추고 싶었던 문제를 안방까지 파고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은 걸음마 상태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이 상영된 이후 영국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회의적인 발언을 하는 단체들이 많아졌다. 아니 사실 오래전부터(80년대) 지구온난화의 위험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과학자그룹과 비영리단체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이산화탄소가 아니며, 지구온난화로 공포를 조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핵심 논조다. 이들은 보수 세력과 기업들의 지원금으로 지구온난화 정보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담배산업이 성장하면서 세계 메이저 담배회사들이 담배가 건강에 해롭지 않고 폐암과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허위광고정책을 썼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구온난화를 부인하는 세력들은 지구가 따뜻해짐으로써 더 좋은 결과가 일어나지 않겠는냐, 라고 반문한다. 추운 지방이 따뜻해짐으로써 열대과일나무도 심을 수 있고,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억지주장을 편다.

 

책임 있는 과학자들의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새로운 보고에 따르면 엑슨 모빌이 담배산업의 정보공작과 동일한 수법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숨기고 관련 활동을 저지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엑슨 모빌은 1998년부터 2005년 동안 약 1천6백만 달러를 들여 43개의 대표 단체를 구성하여 대중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방해했다. 엑슨 모빌은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아니라는 허위정보를 퍼뜨려 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미국 부시 행정부에 접근하여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연방 정책과 정부 내 정보교환에 훼방을 놓았다.

 

이 밖에도 엑슨 모빌은 지구 온난화 해결 반대자들로 구성된 조직에 자금지원을 해왔다. 이 들 중에서 천체물리학자 Sallie Baliunas는 엑슨 모빌이 지원하는 9개의 반 지구온난화 해결 조직에 몸담고 있으며, 그녀는 2003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수천 년간 기후에 급격한 변동이 없었다고 주장해 13명의 과학자들로부터 반박과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과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엑슨 모빌은 지속적으로 반 지구 온난화 해결 조직에 자금을 공급하여 이와 같은 논문 발표를 늘렸다. 엑슨 모빌은 이와 같은 정보공작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저지하려는 목적을 "건강한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포장하였다. 또한 엑슨 모빌은 부시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에게 지구 온난화 해결을 위한 자금 조성에 반대해달라고 설득해왔다. 이렇듯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문제는 그 어떤 논리로도 반박할 수 없는 지구촌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다.

 

 

무한도전은 나비효과는?

 

 

 

 

무한도전은 예능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나비효과 편은 예능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예능 다큐멘터리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불편한 진실이 진실을 위한 보고서였다면, 무한도전 나비효과는 지구온난화의 상징적인 공간이 몰디브와 북극을 선택했다.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나비 날개 짓), 해수면이 높아져 아름다운 몰디브의 섬이 시나브로 사라진다는 발상은 발상을 넘어 현실이기도 하다. 무한도전 제작팀은 한 건물(세트장)에 몰디브 리조트와 북극 얼음호텔을 등장시켜, 일상에서 지구온난화나 환경문제에 무관하게 생활할 경우 나비 날개 짓이 되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간명하게 보여 주었다. 너무 더워서 에어콘을 틀면, 북극호텔을 녹을 수밖에 없는 현실.

 

나비효과는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생각해낸 원리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 이론. 훗날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영화 나비효과도 설정만 다를 뿐 생각과 사건 하나가 변화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나비효과. 실시간으로 나비효과를 가장 잘 표현해 낸 무한도전.

 

 

바라보는 논점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제국적 시각에서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 아바타를 감독한 제임슨 카메론 감독이 말이 떠오른다. 지구촌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숲에 댐이 건설되는 것을 원주민과 함께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했던 제임슨 카메론은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라도 말했다. 자기가 뿌리내려 살고 있는 일상의 삶속에서 환경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뜻. 그런 의미에서 무한도전 나비효과 편은 안방의 환경운동의 중요성을 깨우쳐 주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물을 틀어 놓고 양치질을 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서로의 날개 짓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