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자체로 영감을 주는 그들


화상 전화 등 기업용 협업 기기를 만드는 회사 폴리콤이 낸 변화하는 업무의 세계 디지털 백서에 따르면 세계 직장인 3분의 2가 원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를 채용, 유지하기 쉽고, 노동자 입장에서는 워라밸(직장 생활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유지)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을 텐데요.


음, 그런데…정말 그럴까요?


물론 장점이 많은 근무 형태지만, 직접 하는 사람들만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고민거리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구성원 8명이 전부 원격근무를 하고 있는 디지털 사업부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원격근무를 ‘시간이든 공간이든 마냥 원하는 대로 일하는 업무형태’로 이해했는데,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디지털 사업부가 마침 함께할 UI/UX 기획자를 채용하고 있어서, 관련된 내용까지 현 기획자 및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 세 분과 심층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부서장 키튼님()과, 형우()님, 훈()님입니다. ‘일하는 방식 자체로 사회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슬로워커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요즘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시나요? ^^


(이 분들이 전부 원격으로 일하신다구요! 요청에 따라 스티커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키. 2016년 슬로워크와 UFOfactory가 합병하면서 총인원이 60명을 넘는 회사가 됐는데, 소속된 한 분 한 분이 능력있는 개인이기 때문에 그들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챙겨야할 것 같아요.

훈. 잘 지냅니다. 보통 10월에서 12월 중순까지 업무가 고돼서 울면서 일하는데, 올해는 다행히 안그래서요.


형. 입찰에 성공한 프로젝트의 착수 보고회가 있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3개월된 차우차우를 입양해서 이 아이에게 힐링받고 있어요. 밥 주면서 “산초~”(이름이 산초!)하면 쪼르르 오거든요. 그게 그렇게 좋아요.


Q. 세 분 다 업무에 대한 고민을 살짝 말씀해주셨는데 슬로워크의 기획자 또는 PM이 하는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형. 어려운 질문이네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연관해서 생각해보자면 중재와 소통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시 고객사의 5개 팀, 그리고 슬로워크 팀장님과 개발인원, 마지막으로 외주인원까지 최대 17명과 소통했어요.


Q. 17명이요?


형. 네. 게다가 팀마다 결정권이 퍼져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PM으로서는 예산과 투입일수를 조정하고, 일정을 맞추고, 중간중간 산출물을 제출하면서 프로젝트를 병렬적으로 관리해야만 했습니다.


Q. 훈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훈. 맞아요. PM은 (형우님이 말씀하신) 복잡한 상황에서도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축구로 치면 감독처럼요. 근데 저는 '슬로워크의 기획자 또는 PM’이라 조금 다른 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희 원격근무 하니까요.


Q. 오 그렇습니다. 슬로워크 디지털 사업부는 국내에서 추세가 되기 전부터 원격근무를 하고 계셨으니 인사이트있는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훈. 저희 팀에게 원격근무가 합리적인 이유는 의사결정 구조가 민주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말지 여부를 8명이 다 모여서 결정하거든요. 탑다운이 아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소통할 경우 회의로 하루를 다 보낼 가능성이 크죠. 이런 것이 외부에서 보기에 새롭게 느껴질 것 같아요.  


형. 네. 저는 그렇게 원격근무하는 것이 좋아서 슬로워크에 입사했지만, 어떤 분은 이것 때문에 지원하지 않기도 해요. 부담스러워서요. 실제로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획회의를 할 때 다같이 디자인 시안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야한다면 대면이 낫겠죠.


훈. 그만큼 원격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면 구성원 각자가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하는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나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는 보통 한 가지 측면만 보여주는 경향이 커서 그것만 보고 ‘아, 원격근무하면 좋겠다'고 결정해버리거든요. 그러면 한계가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원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체득하고 싶어서 제가 개인적으로 했던 실험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계속 돌면서 원격으로 일해보는 것이었어요.


Q. 네?


훈. 원격근무가 도대체 뭘까, 그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하면서요.


(매일 아침 부서원이 모두 모이는 스탠드업 미팅 캡처 화면입니다)


Q. 아~^^ 그런데 듣고보니 문득 슬로워크는 애초에 왜 원격근무를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키. 저와 훈님은 UFOfactory 시절부터 원격근무를 했어요. 슬로워크와 합병한 뒤에도 자연스럽게 그 업무 형태를 이어왔죠. 저는 정시 출퇴근을 하는 것보다 언제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생산성이 높거든요. 다만 이게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원격근무하기 어려울 거예요. 단적으로 과거에 이것 때문에 퇴사한 분도 있었죠.


훈. 음, ‘왜 출퇴근을 해야하지?’를 먼저 고민하다보면 원격근무하기 시작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 9시간 동안 특정 장소(예를 들면 사무실)에 모여있는 것, 즉 출근은 각자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보니 원격근무를 하게 됐고요. 그러니 지금은! 원격이 기본, 출근이 선택인 팀이 된 것이죠.


Q. 새로운 시각입니다! 그럼 원격근무의 장점을 콕 짚어주시겠어요?


형. 저는 사실 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슬로워크에 합류했어요. 유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습니다. 낮에도 반려견과 함께 있을 수 있고, 집중이 안되는 시간에는 잠깐 차나 커피를 마셨다가 이어가면 되니까요. 만족합니다.


키. 근본적인 변화를 언급하고 싶어요. 과거에는 회사가 정시출퇴근이나 사무실 근무를 제시하고 노동자는 받아들이는 형태였다면, 요즘은 노동자가 본인의 생체 리듬에 맞춰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듭니다. 원격근무 덕분에 노동자에게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죠. 출퇴근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본인에게 맞다면 원격근무를 하는 것이 좋겠죠. 만약 사무실 근무, 정시출퇴근 해도 괜찮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지금 저희 구성원들은 대부분 원격근무, 유연근무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해외 원격근무 도전기 - 태국 코사무이 편을 참고해주세요!^^)


Q. 결국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 생산성 도구가 좋아져서겠죠?


형. 그런 이유도 있죠. 예를 들어 구글 Meet으로 화상 회의하면서 의견을 듣고 구글 드라이브나 컨플루언스로 회의록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생산성 도구들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쓸수록 편리하게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요.  


훈. 생산성 도구는 그만큼 좋아졌으니 이제 잘 써야할텐데요. 그러려면 내부 소통방식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까? 어디까지 공유할까? 무엇을 어떤 생산성 도구를 사용해서 공유할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같이 답을 찾아야죠.


키. 생산성 도구가 절대 만능이 아니라고 봐요. 슬랙을 써도 업무 처리가 늦을 수 있고 지라를 써도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때가 있죠. 결국 환경과 태도가 많은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 업무 형태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분과 일하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구성원 중 한 분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데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신 뒤 낮에 집에서 원격근무를 합니다. 아이가 하원하면 또 보다가 재우고 이어서 일하고요.


(디지털 사업부가 개발중인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트러스트 알고리즘. 자연어처리/딥러닝 기술로 뉴스 평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디지털 사업부가 제작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 포털. 50+ 세대를 위한 정책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 정보 제공 웹사이트입니다)


Q. UI/UX 기획자를 채용하는 공고에도 ‘원격근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이라는 항목을 넣으셨죠. 그 외에 입사 지원하실 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형.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해서 서로 동기부여하고 결과물을 내기 위해 같이 달려가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주도적으로 일하시는 분이죠. 결과물이 업무여도 좋고, 개인의 토이 프로젝트여도 좋아요. 저희 팀은 워크숍에서 토이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할만큼 장려합니다. 저도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디자인해보고 설문 사이트도 만들어봤어요. 결과적으로 이게 팀에서 수행하는 PM 업무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각 직군의 언어를 이해하니까 전보다는 조율하기가 쉬워져서요.


키.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일하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혼자 책임질 필요가 없는데 무리하다가 팀과 회사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협업,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훈. 저희 팀에 불만을 가지고 이를 고쳐 풀고 싶어하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또 팀을 안 싫어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분이요... ^^;


(디지털 사업부는 지금 UI/UX 기획자 채용중!)


Q. 마지막으로 슬로워크의 디지털 사업부를 어떤 팀으로 만들어가고 싶으신가요?


키. 팀원이 지치지 않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멘토가 돼줄 수 있는 기획자, PM이 있으니 많이 지원해주세요^^


형. 자율적으로 일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요. 개인의 업무 능숙도도 중요하지만 서로 동기부여할 수 있는 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훈. 다들 지속가능한 팀을 만들자고 이야기합니다. 즉 ‘일을 굉장히 잘하’는 것보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이후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지?’라며 열어두는 팀을 지향하죠. 그래서 저도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인터뷰, 정리 | 오렌지랩 테크니컬라이터 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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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슬로워크 IF팀의 Ben이 블로그에 발행했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2018년을 시작하면서 IF팀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했습니다. 바로 팀 전체가 떠나는 해외 원격근무인데요, 지역은 조금은 생소한 태국의 휴양지 ‘코사무이’입니다.


알려진대로 슬로워크에는 원격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저와 다른 팀원들 역시, 업무 성격에 따라 필요하면 집이나 카페에서 작업을 종종 하는 편입니다.


슬로워크의 복지 제도 중에는 ‘안식월’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만 2년 근무시마다 30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지는데요, IF팀의 리더인 키튼의 순서가 마침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키튼의 가족은 안식월에 맞춰 여행을 떠나고, 팀원인 저를 포함한 2인은 원격근무라는 명목 하에 함께 코사무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코사무이는 제주도의 1/8 정도 면적의 섬인데요, 해변에 이런 식당 겸 카페가 많이 있어서 자주 이용했습니다. 이런 자리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물론 바다를 앞에 두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동시에 단점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각자 가보고 싶은 해변과 카페에 따로 가서 일해보고, 괜찮은 곳이 있으면 공유해서 같이 만나기도 하며 지냈습니다. 물론 그냥 노는 날도 있었고요.

태국은 이미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찾는 나라이기도 한데요, 저렴한 물가와 높은 인터넷 보급률이 크게 한 몫 한다는 걸 직접 체감했습니다. 이 작은 섬 안에도 카페는 백퍼센트, 일반 밥집에서마저 자주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신사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심카드도 한국의 요금에 비하면 굉장히 저렴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1주일에 3~4회 정도는 정기미팅에 참여해야 했는데, 구글 행아웃이 예상보다 훨씬 쾌적한 사용성을 제공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정전이 있긴 했는데, 옆동네로 가면 또 괜찮아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30도씨 이상 차이 나는 서울의 가혹한 날씨를 생각하면 그 무엇도 여기선 불편하지 않습니다.

저는 팀과 떨어져서 방콕에 며칠 머무르기도 했습니다. 노마드들이 실제로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여서 그런지 역시 힙플레이스들이 참 많은 곳이었습니다. 다양한 컨셉의 코워킹 플레이스들이 있고, 무엇보다 예쁜 카페가 정말 많습니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카페들도 대체로 크고 여유있었고요. 태국 물가에 비하면 비싼 곳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또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잘 먹고 다녀도 밥 한끼와 커피 한두잔을 모두 만원 내외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원격근무자로서 느낀 태국/방콕의 특징을 조금 더 나열해보면 이렇습니다.

  • 걷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골목골목까지 차와 바이크가 다녀서 소음과 교통체증이 심한 편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코사무이에서는 바이크를 렌트해서 타고 다녔고, 방콕에서는 무서워서 택시와 전철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 음식이 맛있습니다. 알려진데로 길거리 음식이 많이 발달해 있으며 가격도 아주 저렴합니다. 취향이 작용하겠지만, 혼자서 간편히 사먹는 외식 메뉴만 보자면 한국보다 태국이 더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

  • 어딜 가나 백인들이 참 많습니다. 관광이든 뭐든 그걸 주도하는 건 결국 백인인가 하는 잡념이 잠깐들었습니다.

  • 사람들이 느긋합니다. 제가 한국인이라 어쩔수 없이 그렇게 느끼는 걸수도 있겠지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유있고 친절해서 저도 덩달아 부드러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이번 코사무이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며 나온 의견 중 하나는, 의외로 팀 친목을 위한 시간으로 더 의미있지 않았나 싶었다는 거였는데요. 제가 입사한 12월 이후로 아직 회식 한번 하지 않았을 정도로 공적인 관계를 다지던 팀원들은, 태국까지 와서야 처음으로 같이 술도 마실 수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저희가 2018년 3월 현재 새로운 팀원을 뽑고 있습니다(네 본론입니다). 더 멋지고 재밌는 다음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실 분을 모십니다. 내년에는 어느 지역으로 가야할 지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분이라면 더 좋고요, 아니어도 물론 좋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채용공고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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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보기 발리에서 한 달 동안 원격근무하기_(1) 발리로 떠나기까지


발리 생활, 어떤 것이 필요한가

한 달 동안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며 원격근무를 한 곳 중 발리의 우붓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낮은 건물들과 넓게 펼쳐진 논밭. 꽤 번화하다고 하지만 2차선이 전부인 도로. 한국과 비교하면 불편한 것이 많은데도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따뜻한 날씨와 눈을 돌리면 언제나 푸른 자연이 곁에 있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발리, 그중에서 우붓 생활을 하려면 실제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하나하나 살펴보려 합니다.


항공권


발리 원격근무를 가기 전 제가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항공권입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항공권은 예약하는 시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데요. 발리는 1~3월이 우기라 가격이 조금 저렴한 편입니다. 건기와 비교했을 때 바다도 깨끗하지 않고, 비바람이 몰아치기도 합니다. 여행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날씨죠. 그래서 보다 저렴한 티켓을 구하려면 우기를 노리는 것도 추천합니다. 사람도 적고 티켓도, 물가도 적당합니다.



일반적으로 떠나기 한 두 달 전에 예약하면 적당한 가격에 표를 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항공사에서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나라를 경유해 발리로 떠나는 표를 판매하는데요. 한 번에 여러 나라를 다녀오는 방법으로 스탑오버가 가능한 표를 구매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숙소

발리의 큰 매력 중 하나로 저렴한 물가를 들 수 있습니다. 현지식은 2,000원 정도부터 시작하고 과일주스는 1,000원에서 2,000원 정도. 꾸따보단 우붓이, 우붓에서도 고급 레스토랑으로 갈수록 가격이 비싸집니다. 숙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룻밤 6,000원에 아침까지 주는 도미토리부터 숲속에 있는 방갈로까지 종류도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1. 도미토리

하루 6,000원 정도인 도미토리. 아침도 줍니다.


우붓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도미토리의 식당. 초반엔 이곳에서 대부분의 업무를 보며 하루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메뉴도 5가지 정도가 있는데다, 종업원도 친절해 떠나기 싫었던 숙소


도미토리의 장점은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혼자 원격근무를 떠난 일정이 길어서 같이 밥을 먹거나 여행을 다닐 친구를 구하는데는 도미토리만한 만남의 장소가 없습니다! 게다가 숙소 가격도 저렴하고 현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정착하기 전 잠시 머무를 곳으로 추천합니다. 단 대부분 배낭여행자라 일주일에 몇 번씩 옆 침대 친구가 새로 나타나고 사라져 매번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2. 호텔

하룻밤 묵었던 호텔. 가격만큼 낮은 퀄리티입니다.


발리는 호텔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저렴하면 그만큼 시설이 좋지 않은데요. 가격을 움직이는 가장 큰 조건은 바로 에어컨의 유무입니다. 우기라도 에어컨이 필요한 날씨가 이어지기에 더위를 많이 타는 분이라면 꼭 에어컨이 있는 방을 구하길 추천합니다.


에어컨만큼 필수적인 수영장! 발리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숙소입니다. 풀숲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곳이 제가 혼자 쓴 건물입니다. (물론 에어컨은 없었습니다)



도미토리와 비교하면 훨씬 양도 많고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조식! 아침을 먹고 일을 하다 수영을 하는 기분이란.. 이 모든것이 하룻 밤 1만 5천 원 정도!


에어컨이 없는 방은 1만 원 정도부터 시작하고 에어컨이 있는 방은 2-3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두 배 차이가 나지만 다른 나라 숙소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저렴합니다(물론, 하룻밤에 백만 원 넘는 숙소도 있습니다).


3. 장기렌트

제가 목표로 했던 숙소가 바로 장기렌트입니다. 전 방 구하는 시기를 놓쳐 결국 도미토리와 호텔을 오가는 생활을 했는데요. 다시 발리를 간다면 가장 먼저 장기렌트부터 할 겁니다! 장기렌트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제가 주로 지냈던 우붓에서는 페이스북 그룹 [Ubud, Bali - Housing & Rental]에서 장기 렌트에 대한 정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전 소심했기 때문에 그룹에 올라온 정보를 탐색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위치, 예산 등 정보를 그룹 게시판에 올리면 해당 매물(?)을 가진 사람들이 연락해옵니다. 한 달에 40-50만 원 정도면 에어컨 + 수영장이 있는 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




USIM

해외 원격근무의 핵심은 인터넷(!)입니다. 대부분 숙소에서 WIFI를 쓸 수 있지만, 한국처럼 빠르지 않습니다. 이럴 땐 휴대폰 테더링을 추천합니다.


1. 공항

가격도 저렴하고 속도도 빠른 발리의 USIM! 어디서 어떻게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먼저 공항을 살펴보겠습니다. 공항에서 USIM 파는 사람들은 출구를 나가자 마자 찾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없이 낯선 땅을 나서는 것이 조금 불편하겠지만 일단 패스…하고 시내에서 구매하시길 추천합니다. 공항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가격의 두 배 정도를 받기 때문입니다(그렇게 뻥튀기한 가격도 한국보다는 저렴합니다). 하지만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인터넷이 필요하다!” 하는 분들은 공항에서 구매하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시내에 나가면 또 다른 바가지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2. 시내

시내의 다양한 곳에서 USIM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호기롭게 공항을 패스하고 시내에 나와 번듯해 보이는 곳에서 첫 바가지를 당했습니다. 데이터만 되는 3G USIM 2GB를 Rp 200,000 한화로 1만 7천 원에 구매한것이지요. 예전엔 한국도 3G도 빠르다며 기쁘게 사용했지만 4G에 익숙해진 문명인에겐 3G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차라리 내가 인터넷을 안 쓰고 말지…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성격 테스트랄까요?


3G가 가장 답답했을 때는 해변에 있다가 당장 파일을 보내야 하는데 인터넷이 아예 안 잡히던 순간입니다. 옆에 앉아있는 현지 비치 보이(서핑을 가르쳐주는 현지인을 “비치 보이”라고 부릅니다)들은 youtube로 영상도 보는데 왜 나는! 이런 제가 절박해 보였는지 이후 한 비치 보이의 도움을 받아 USIM을 새로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개받은 가게에선 4G, 12GB를 Rp 250,000 정도로 구매했습니다. 12GB! 한 달 내내 작업하는데 문제없는 인터넷 양과 속도! 이렇게 돈을 써가며 현지 물가를 체험하는 건 저만 겪을 테니 여러분은 꽃길만 걸으세요!


TIP

4G(3G는 사용하기 어려운 속도입니다) 4GB 데이터 기준으로 Rp 100,000 안팎이면 적당히 바가지 없이 구매한 가격이니 적당히 흥정하시면 됩니다. 혹시 현지인들과 전화통화 할 일이 있으시다면(비치 보이에게 서핑을 배운다거나…) 데이터+전화가 가능한 USIM를 사면 더 좋습니다!



교통수단

발리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토바이, 택시가 발달했습니다. 저는 저를 믿지 못해 모두가 빌리는 오토바이는 그냥 패스하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봤습니다.


1. 길거리 오토바이


그냥 걷기만 해도 수많은 현지인이 숨쉬듯 내뱉은 말이 “헬로~ 뜨랜스포트? 모또바이크?”입니다. 처음엔 ‘뭐야….무섭게’ 했는데 나중엔 저도 급해지니 이들과도 가격흥정을 하고 오토바이에 [아저씨-제 키 반만 한 캐리어-저] 이렇게 셋이 아슬아슬하게 이동하기도 하다 보니 대강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가까운 거리는 대강 협상해서 10분 거리 기준 Rp 20-50,000 정도 안에서 목적지를 협상하고 이동합니다. 오토바이 이동은 10~30분 이내의 거리만 추천합니다.  


2. 택시

Pic credit: IndonesianIndustry.com


발리에선 우버를 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엄청 늦게 오거나 현지 택시기사들한테 엄청난 제지를 당하기 때문에 우버를 부를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드물다는 점입니다. 대신 발리에선 Blue Bird라는 택시회사가 그나마 미터기대로 운행해준다고 유명한 회사입니다. 그래서 너도나도 가짜 Blue Bird 표시를 하고 운전을 하지요.


공항-꾸따시내 실제 거리는 10분 정도이고 가격은 50,000-70,000입니다. 하지만, 아시잖아요. 저희 지금 발리에요…. 처음에 발리에 갔을 때는 일부러 출발 층으로 올라가 방금 손님이 내린 “Blue Bird”택시를 타서 꾸따 시내까지 Rp 60,000를 냈습니다. “나는 현명한 여행자~” 혼자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태국여행을 갔다 다시 발리에 왔을 땐 내리자마자 일부러! 공항에서 운영하는 “Blue Bird” 택시를 찾아가 탔습니다. 평소에 “Blue Bird”는 믿을 수 있어! 라는 신념이 낯선 땅에서 저를 보호해줬습니다. 가격은 Rp 150,000… Blue Bird도 믿을게 못 되는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크고 친절한 택시였습니다….


TIP

공항-우붓간 택시는 Rp 300,000~350,000이고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낮에 혼자 우붓까지 저렴하게 가는 팁은 꾸따 시내에 있는 Perama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는 것입니다. 시간에 맞춰 여행사에 가면 꾸따에서 우붓까지 Rp 60,000에 갈 수 있습니다





코워킹스페이스


1. Hubud


제가 머물렀던 코워킹스페이스는 우붓의 Hubud 입니다. Hubud를 광고해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발리 물가에 비하면 비싼 이용가격과 에어컨이 없는! 치명적 단점 때문이죠.


매주 새로운 디지털노마드를 맞이하는 new member orientation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네트워킹과 자체 프로그램으로 다른 코워킹스페이스와 차별점을 두고 현재 치앙마이에도 코워킹스페이스를 준비하는 등 동남아 쪽에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본인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거나 서비스가 출시 임박이신 분은 Hubud의 네트워킹이 도움 될 것 같습니다.


큰 선풍기 2대를 나눠쓰는 hubud 2층


위에도 말했듯이 Hubud의 가장 큰 단점은 더위입니다. 그래도 1층은 조금 시원한 편인지만 너도나도 현지와 전화 중이라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2층은 조용하지요. 하지만 바로 천장이라 1층과 비교하면 덥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안 올라오죠 ㅎㅎ. 바로 논밭이 내다보이는 테라스는 시원하고 나름 조용합니다! 멋집니다! 개미를 조심하세요!


2. Outpost


우붓엔 또 다른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데요 바로 Outpost입니다.

몽키포레스트를 지나 한참 걸어다가 보면 몇몇 건물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입니다.


Hubud이 대나무로 만들어져 아늑하다면, Outpost는 하얗고 좀 더 탁 트여있습니다.


나름 번화가에 있는 Hubud보다 외곽에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있습니다. 바로 1층은 에어컨이 있고, 수영장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수영장!! 단, 에어컨이 있는 1층은 집중 업무구역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회의를 하거나 수다를 떠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회의가 있다면 2층에 올라가서 하시면 됩니다.


이밖에도 몇몇 코워킹스페이스가 있는데요, 전부 가보진 못했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단, 코워킹스페이스가 그렇게 저렴하진 않습니다. 대부분 한 달 사용 가능한 멤버십을 제공하지만 Hubud의 경우 기본 멤버쉽이 30시간에 60달러, Outpost는 25시간에 45달러로 인터넷에 로그인 한 시간을 카운트해서 계산한다고 해도 비싼 편입니다. 하루 이용권도 15달러 정도라 카페 이용이 더 저렴합니다.


역시 일하기엔 카페가 최고죠!



제가 원격근무를 했던 1월, 저희 팀의 다른 분들도 원격근무를 유독 많이 했던 한 달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발리 원격근무 이후에 제가 없어서 불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모두 “딱히… 별로…” “좀 조용하긴 했죠”라는 반응뿐 다른 부정적인 피드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팀원이 원격근무를 즐겨 하고 있어 다 같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더 나은 원격회의를 위해 새로 장비도 구매하고, 다양한 업무를 논의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공간의 한계를 넘어 회의를 잘할 수 있을지 팀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어떤 분은 제게 발리에서 일을 하니 일의 효율이 더 좋았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녁에 친구들과 어울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기 위해 낮에 집중해서 일했으니 한국보다 업무 효율이 좋았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장소를 바꾼다고 업무 효율이 좋아진다면 매번 이사 다니는 학생이 성적이 제일 높아야 하지 않을까요? 원격근무는 업무 효율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또 하나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익숙한 것과 멀어져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 사람, 언어, 음식, 음악, 목소리, 온도, 냄새, 습도, 빛과 함께 40일 가까이 생활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여행을 해왔지만 이제야 사람들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익숙함에서 멀어져 새로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간. 새로운 것을 겪고 낭만 속에 살아갈 수 있는 시간. 단순한 여행을 넘어 원격근무는 다른 곳에서 저의 삶과 일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을 한 달 동안 쉬지 않았다면 쉬이 지치거나 질렸을 여행지에서 낮엔 이방인인 듯 현지인인 듯 일을 하고, 밤에는 하루하루 익숙해져 가는 거리를 걷거나 낯선 냄새와 함께 잠드는 나날은 원격근무가 아니면 못 누릴 사치입니다.




모두가 할 수 없지만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원격근무. 다음은 또 어디로 떠날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날 예정입니다. 어디선가 스티비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는 랩탑 앞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본다면, 그건 원격근무 중인 스티비팀 멤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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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워크에서는 원격근무가 가능합니다. 스티비팀은 그 어느 팀보다 원격근무를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리 약속된 회의에 문제없이 참여하고, 지정된 날짜 안에 스프린트를 완료한다면 어디든 본인의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곳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어 한 달이라는 장기간 원격근무를 발리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이지만 여행이 아닌, 매일 하는 일이지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다가올 나의 일. 하루나 이틀 정도 원격근무를 하는 것은 일상이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원격근무를 했던 직원은 거의 없었는데요. 동료들의 우려도 있었고 저 또한 외국에 나가 팀원들에게 피해 주지 않고 업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장기 원격근무가 꼭 필요했나


우리는 매일 같은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음식을 먹으며 생활을 합니다. 만나는 사람도 거의 항상 같습니다. 고정된 사람들과 밥을 먹고 술을 마십니다.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이 이어지는 뉴스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되기 일쑤. 그마저도 모두가 비슷한 이야기, 비슷한 생각을 강요하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질문은 가득했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선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뭘까. 익숙한 곳을 떠나면 해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이런 제게 원격근무는 한 가닥 희망이었습니다. 이것이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발리에서 원격근무를 하게 된 진짜 이유입니다.   



왜 발리인가


발리로 원격근무지를 정하게 된 건 굉장히 즉흥적이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해 발리로 떠난 블로거들의 생활기를 찾아본 후 “그래, 여기가 내가 떠날 곳이구나!”하고 바로 느낄 수 있었는데요.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 무엇보다 생활비가 한국에서 지내는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한 달 동안 발리에서 원격근무를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서울 종로, 월세 포함한 한 달 생활비 100만 원

발리 한 달 생활비 100만 원


이런 수영장이 있는 호텔에서 묵는데 하루 15,000원이면 충분합니다.


발리로 떠나는 준비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이틀 치 숙소만 예약했고, 심지어 우기라는 말에 다양한 두께의 긴 소매 옷은 어찌나 많이 챙겼는지… 별 필요 없는 물건들과 이렇다 할 준비 없이, 2017년 새해가 되던 때에 모두의 걱정을 뒤로하고 발리로 떠났습니다.   



장기 원격근무를 떠나기 전 고려할 것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슬랙에서 만나요

일단 팀의 일정과 소통에 무리가 없도록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마침 팀에선 업무 진행방식을 새롭게 바꾸었는데요. 필요한 업무가 있을 때마다 일을 요청하던 기존 방식에서 매주 1회 스프린트로 업무를 공유하는 방법으로 변경했습니다.


방법은 이랬습니다. 매주 1회 화요일 오전, JIRA 기록한 스프린트 목록을 통해 지난 업무 진행 과정을 공유하고, 새로 필요한 업무는 무엇인지 2-3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일정을 조절했습니다. JIRA를 통해 업무를 세분화하고 일정을 세우니 업무 관리가 수월해졌습니다. 또 매주 전체 팀원들과 업무를 공유하니 장기간 팀원들과 떨어져 있어도 팀 전체 일정을 따라가는 데에 전혀 무리가 없었습니다.


JIRA를 활용한 스프린트 보드. 각자 어떤 업무를 해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쉽습니다.


실제 업무는 어떻게 하는가?


발리는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립니다. 시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 장점인데요. 발리 시간으로 9시, 한국 시간으로 10시부터 슬랙을 통해 업무를 공유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 시간 내에는 언제나 연락할 수 있도록 인터넷과 슬랙을 대기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해변,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진짜 일을 하는 곳은 어디인가?


전기와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것이 디지털노마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루는 아침에 서핑을 하고 바닷가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고, 종일 호텔과 수영장을 오가며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느 곳이건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업무가 가능합니다. 발리에 가서 가장 신경 쓴 것도 인터넷 환경을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인터넷이 잘 되는지, 잘 안된다면 휴대폰 데이터로 인터넷을 연결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겨 다녔습니다.



이렇게 발리 생활에 익숙해진 이후엔 오전 7-8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으며 일을 시작하고 점심엔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여행자들 혹은 디지털 노마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발리에서의 일과였습니다.



원격근무를 통해 알아낸 다양한 원격 회의 방법: 행아웃, 슬랙콜, 스크린히어로


원격근무를 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 중 하나가 언제나 팀과 연결고리를 놓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팀 회의가 두 시간가량 이어지는 동안 인터넷 버퍼링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팀원 모두가 접근하기 편한 앱이 어떤 것인지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때 활용한 대표적인 앱 세 가지를 공유합니다.


행아웃

가장 대표적인 화상채팅 앱입니다. 구글 계정만 있으면 누구든 초대해 화상, 음성, 텍스트로 회의를 할 수 있습니다. 원격근무를 한다면 누구나 행아웃을 이용할 텐데요. 아쉽게도 세팅을 잘못했는지 상대방 목소리는 들리고, 제 목소리는 전송되지 않아 발리에 있는 동안 행아웃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슬랙콜

슬로워크에서는 기본 메신저로 슬랙(Slack)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행아웃이 안 되는 상황에서 “한번 써볼까?”하고 사용해본 슬랙콜은 다른 메신저와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뛰어났습니다. 일단 모두가 슬랙을 사용하고 있어 메신저에서 팀원을 추가해 전화를 걸기만 하면 끝.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슬랙콜은 7-8명이 모여 슬로워크 블로그 기획회의를 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했습니다(회의 때마다 슬랙콜 뒤로 들려오는 새소리에 모두 경탄을 금치 못했지요).  



스크린히어로

스크린히어로는 다른 팀 동료에게 추천받은 앱입니다. 팀원들을 초청하면 초청한 사람의 모니터 화면을 바로 옆에서 보듯 원격으로 조정하며 음성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이 한 번에 마우스를 움직이면 서로 엉키기도 하지만 화면을 공유해 회의할 때 마치 한 공간에서 이야기하는 듯 회의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격근무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원격근무 이전에 팀 내 업무 공유 프로세스를 견고히 해놓은 덕분에 팀원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팀 전체가 이번 주에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어떤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장기간 원격근무를 했지만, 한국에 돌아와 업무에 복귀했을 때도 팀원들과 소통하는데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실제 생활은 이런 업무적인 준비 과정보다 훨씬 대충대충 즉흥적으로 일어났고, 비일상적이고 비논리적인 일이 가득했습니다. 마치 언제 비가 내리고 또 언제 그칠지 모르는 1월의 발리 날씨처럼 말이죠. 두 번째 발리 원격근무 리포트에서는 이런 즉흥적인 발리 생활에 대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일하고, 먹고, 이동하고 잠자기 위해 어떤 것을 살펴봐야 하는지 다루어보겠습니다.


2편 보기:  발리에서 한 달 동안 원격근무하기_(2)실제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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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발달은 기업과 조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슬랙(Slack), 트렐로(Trello), 행아웃(Hangouts) 등 다양한 협업툴은 효율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 처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협업 툴을 다방면으로 활용 중인 슬로워크는 최근 원격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슬로워크의 원격근무는 복지제도가 아닌 ‘문화'입니다. 원격근무를 논의한 결과, 제도로 도입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나가는 원격근무가 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택근무가 아닌 원격근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도 업무 공간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슬로워크의 원격근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원격근무 시작 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슬로워커들은 간단한 준비를 합니다.


1. 온라인 공지: 캘린더에 원격근무 내용을 공유합니다.


2. 오프라인 공지: 자리에 원격근무 걸이를 걸어둡니다.


3. 사무실 전화기를 본인 휴대 전화로 착신 전환합니다.


(2번과 3번은 옆자리 동료가 대신 해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간단한 준비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원격근무에 돌입할 수 있게 됩니다. 슬로워크에서는 업무용 메신저로 '슬랙'을 사용합니다. 작업용 파일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고, 슬로워크에서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트렐로, 구글드라이브) 등과 연동가능한 슬랙은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게 합니다. 팀 회의나 꼭 얼굴을 마주해야 할 상황에는 영상통화 서비스를 지원하는 '행아웃'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 함께 읽기 : 업무용 메신저 슬랙(Slack), 슬로워크는 이렇게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원격근무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슬로워커들은 원격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슬로워커들의 원격근무 체험담을 모아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 좋았던 점 ]

1.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회사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거리에서 살고 있다. 하루에 2시간을 버스 안에서 낭비하는 셈이다. 원격 근무를 하면 하루 2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수면 보충, 책 읽기 등)할 수 있다.

2. 더 편안한 자세로 일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해도, 사무실에서 일할 때는 경직된다. 집에서 일할 때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좀 더 편안한 자세와 복장으로 일할 수 있다.

3.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지만,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유용하다. 최근에 많이 아팠다. 하지만, 마감 일이 빠듯한 프로젝트 진행 중에 있었다. 하지만 원격 근무 덕분에 집에서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업무 처리를 할 수 있었다.

4.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 좋다. 8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정하고 스스로 실험해 보았다. 10시 출근을 8시로 앞당겨서 5시 퇴근을 했더니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5.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점심시간이 아니어도 배고플 때 빨리 먹을 수도 있고, 점심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다. (최근 원격근무중 점심으로 농심 '짜왕'을 먹었는데, 조리시간 10분, 식사시간 5분이 걸렸다.)

6. 업무 집중도가 높다. 업무 진행 중 갑작스러운 미팅 혹은 클라이언트 대응 등으로 작업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격 근무를 하면, 흐름의 끊김 없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다. 

7. 기타 (점심 식사비와 차비가 들지 않는다. / 출근 시간의 압박이 강하게 느껴지는 월요병이 극복되었다. / 음악이나 라디오를 크게 틀 수 있다. / 택배를 직접 받을 수 있다.)


[ 불편한 점 ]

1.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슬랙으로 실시간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없었지만, 불가피하게 대면해야 할 상황에서는 불편함이 있었다. 행아웃 회의는 생각보다 방해 요소(소음, 끊김)가 많다.

2.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출근 시간, 점심 시간, 퇴근 시간’의 경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맞추어 스케줄 관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원격 근무를 하게 될 경우 이런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3. 업무 환경은 회사가 더 좋다. 고사양 컴퓨터, 복합기, 각종 소프트웨어 그리고 에어컨 등의 장비들이 갖춰져 있는 사무실만큼 업무하기에 좋은 환경이 없다.

4. 너무 집중이 잘 되어서 정말 ‘일’만 하게 된다. 출퇴근 시간을 아낀다는 점은 좋지만, 그 시간에도 일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회사에 있으면 동료들과 대화도 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혼자 일하다 보니 점심시간 외에는 딱히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한 가지를 파고들다가 계획했던 시간을 지나치기도 한다.

5. 기타 (움직임이 적어져서 비만의 위험이 생긴다. / 퇴근 시간이 끝나면 바로 집이라서 왠지 모를 허탈감이 있다. / 외롭다.)



위의 내용을 통해 원격근무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격근무를 시작한 후 슬로워크 구성원들의 업무만족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구성원들 개개인이 스스로의 업무 스타일을 파악하고, 원격근무를 잘 활용한다면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는 좋은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무실에 상주하는 시간이 효율적인 업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슬로워커들은 ‘원격근무’를 시작한 후 꼭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아도 스스로 가장 편안한 장소에서 능률이 오른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는데요, 조직과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슬로워크의 원격근무는 앞으로 계속됩니다.



by. 고슴도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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