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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림체를 둘러싼 논란, 죽 한번 정리했습니다.

굴림체는 한국의 컴퓨터 환경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글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윈도우95부터 한글 윈도우에 기본 글꼴로 탑재되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1주일 사이에 이 굴림체를 바탕으로 한 두 개의 프로젝트가 등장했는데요, 한번 보실까요?


1. 굴림계획 (링크)


"우리는 굴림체의 수호자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폰트도 두려워 하지 않으며 세상을 굴림체로 만들 것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굴림계획 웹사이트는 각종 이미지에 들어있는 글꼴을 굴림체로 바꿔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좌) 스티브잡스 전기 오리지널 표지 / (우) 굴림계획이 수정한 표지


(좌) 대법원 오리지널 아이덴티티 / (우) 굴림계획이 수정한 아이덴티티

 

이것의 모태가 된 것은 'Comic Sans Project' 인데요, 2011년 11월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굴림계획과 마찬가지로 각종 이미지에 들어있는 글꼴을 Comic Sans로 바꿔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좌) 샤넬 오리지널 아이덴티티 / (우) Comic Sans Project가 수정한 아이덴티티


(좌) NASA 오리지널 아이덴티티 / (우) Comic Sans Project가 수정한 아이덴티티



2. Gulimize (링크)


Gulimize는 웹사이트의 글자를 굴림체로 바꿔서 보여주는 크롬 확장프로그램입니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Gulimize를 설치하면 됩니다.

"그동안 폰트 산업은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한글 폰트 산업의 중심에는 언제나 굴림이 있었습니다. 다른 폰트를 두려워 하지 말고, 간단한 플러그인 설치로 굴림체의 정신을 계승하세요." 라고 소개합니다.

(Gulimize를 제작한 Premist님의 소개 트윗)


비슷하게 웹사이트의 글자를 Comic Sans로 바꿔서 보여주는 크롬 확장프로그램을 구글에서 내놓기도 했었는데요, 2011년 만우절에 "앞으로 크롬의 공식 글꼴로 Comic Sans를 사용하겠다."는 만우절 농담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http://www.google.com/landing/csfe/


현재는 구글에서 제작한 Comic Sans for Everyone은 다운로드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같은 기능을 하는 확장프로그램이 크롬 웹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네요. 



2011년 만우절에 구글은 Comic Sans를 가지고 장난을 하나 더 쳤는데요, 구글에 'Helvetica'라고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Comic Sans 글꼴로 보이게 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Softpedia)




3. Comic Sans를 둘러싼 논란


여기서 왜 Comic Sans를 다루는 프로젝트가 여럿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볼까요? 가장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2년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인 히그스 보손(Higgs boson) 또는 히그스(힉스) 입자와 거의 일치하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를 본 과학자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하는데요, 발표자료에 사용된 글꼴이 Comic Sans였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 The Verge)


이것을 보고 Comic Sans를 개발한 디자이너인 Vincent Connare도 발표자인 Brian Coxx 교수에게 트위터 멘션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Comic Sans 논란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Comic Sans는 이름 그대로 코믹한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글꼴인데 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느냐.'

Comic Sans 반대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은 중요하고 공식적인 문서에는 Times New Roman과 같은 글꼴을 사용하고, Comic Sans는 웃기거나 비공식적인 문서에 사용하자고 주장합니다.

Comic Sans Criminal이라는 웹사이트에서는 Comic Sans을 아래의 경우에만 사용하자고 주장합니다.



  • 독자가 11세 이하일 때
  • 만화를 그릴 때
  • 독자가 난독증이 있고 Comic Sans를 좋아한다고 정식으로 말했을 때


Comic Sans 또한 굴림체와 마찬가지로 윈도우95에 처음 탑재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Comic Sans의 탄생에 관해서는 The Story Behind Comic Sans를 참고하세요.)



4. 굴림체를 둘러싼 논란

굴림체는 Comic Sans와는 다른 이유로 논란이 되었는데요,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굴림체는 일본서체입니다."라는 글이 그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굴림체가 일본 모리사와의 '나루체'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요,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발간한 '한글글꼴용어사전'을 보면 "흔히 나루체라 불리는 굴림체는 1970년 일본의 나까무라가 개발한 나루체의 글자 성격을 한글에 응용한 글자체로서 여기에 그대로 나루체 한자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글꼴 디자인회사인 산돌커뮤니케이션의 웹사이트와 산돌커뮤니케이션 석금호 대표가 작성한 글을 보면 그것이 사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굴림계획'과 'Gulimize'는 굴림체가 일본 글꼴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굴림계획'과 'Gulimize'의 제작 의도에 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소개할 기회를 만들 예정입니다.


by 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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