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디자이너의 노력은 언제나 치열합니다. 정해진 작업 시간 안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요. 이런 과정을 수행하기 위한 몇 가지 요소가 있는데 그중 폰트(서체)의 선택은 가장 대표적인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폰트 하나가 작업의 전반적인 느낌을 결정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텍스트 위주의 작업일 경우 가독성까지 고려한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기 때문에 폰트의 선택은 디자이너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문제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CC BY-SA 2.0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런 폰트와 관련된 어떤 이슈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 인데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일부 법무법인에서 개인별, 업체별로 디자인 작업에 쓰인 폰트를 조사한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뉴스에서 보도 1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이들은 '법파라치' 입니다. 폰트와 저작권법을 연결해 패키지 구매나 합의금을 요구합니다. 법무법인 소속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반인들은 저작권법 위반의 가능성과 합의금 혹은 제품 구매 종용에 일단 두려움부터 든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개인 프리랜서, 기관에서 폰트 패키지 구매나 합의금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2
이들의 활동은 지난 2012년 저작권법이 확대 개정되어 '비친고죄' 원칙이 강화된 이후 좀더 많아 졌습니다. 3 비친고죄 원칙이 강화되면서 저작권자가 아닌 제3자가 저작권 위반 혐의를 수사기관에 고발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여파로 저작권 분야 법적 분쟁이 증가하고 일반인을 상대로한 고소를 남발하는 부작용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제한할수 있는 개정법을 추진했지만 그마저도 현재는 거의 백지상태입니다. 4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저작물은 폰트 파일 그 자체입니다. 즉, 폰트 파일을 이용한 2차 저작물은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일부 법무법인에서 제기하는 폰트 저작권 위반 사례는 주로 온라인에 올린 포트폴리오 인데 이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실제 판례도 있습니다.
"폰트도안은 일부 창작성이 포함되어 있고 문자의 실용성에 부수하여 미감을 불러일으킬수 있는 점은 인정되나, 그 미적 요소 내지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분리, 독립되어 별도의 감상의 대상이 될 정도의 독자적 존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중략)"
(서울고등법원 1994.4.6 선고 93구25075판결)
폰트 자체가 디자인으로 등록된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폰트가 들어있는 이미지 작업물을 가지고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폰트 도안 자체의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펜으로 글씨를 쓰고 있는데, 어떤 사람의 펜글씨가 우연히도 다른 사람이 창작한 글씨체와 동일하면 펜글씨를 쓰는 것 자체가 저작권침해가 되어버려서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 자체의 사용에 대한 심각한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글씨체 자체에는 저작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며, 앞으로도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폰트를 사용할 때 저작권 외에 한 가지 더 눈여겨 봐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폰트 제작사에서 배포하는 "약관" 이지요. 이 약관에 따라 폰트의 사용범위가 정해집니다. 폰트 사용 범위는 대게 CI/BI, 인쇄물, 온라인, 영상, 임베이딩으로 나누어지며, 인쇄물 -> 온라인 -> 영상 -> CI/BI 및 임베이딩 순서로 라이센스 비용이 증가합니다. 약관으로 정해진 사용범위 외의 용도로 쓰기 위해선 제조사와 별도 협의가 필요합니다. 이외에도 인쇄부수나 홈페이지 노출정도, 폰트를 사용하는 기업 규모에 따라 라이센스 비용이 차등 적용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복잡합니다. 간단한 개인작업 하나 하려고 하는데 라이센스 때문에 섣불리 진행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프로젝트 비용에 비해 폰트 라이센스 비용이 높을 수도 있습니다. 매번, 모든 폰트마다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해야 할까요? 저작권 이슈에서 자유로운 폰트는 없을까요? 서체의 라이센스 범위를 알고 사용하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다행히도 이미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던진 분이 계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목이나 그림을 클릭하면 구글시트 표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공유를 허락해주신 블로터넷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출처 블로터닷넷, 안상욱 기자, CC BY-NC-ND
기술의 변화와 그것들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는 이미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작물 보호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이용에 대한 권리까지 보장해줄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더 많은 서체 사용자가 라이센스 범위를 잘 확인하고, 공식적인 구매절차를 이용해 사용하시기를 바랍니다. 서체 하나 하나에는 많은 수고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by 누렁이발자국
- KBS, 무료서체 웬 저작권? 법무법인 "합의금 내라" 횡포, https://youtu.be/8a49c1jJa5M [본문으로]
- 조선닷컴, "신고 당할래, 제품 살래" 내용증명 폭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13/2014111300146.html [본문으로]
- 세계일보, "법파차리 '먹잇감' 전락...,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4/02/10/20140210005323.html [본문으로]
- 디지털타임즈, "저작권법 개정안 사실상 폐기",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502040210093174900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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