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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Design

[인터뷰] 디자인 교육 운동, 디자인학교

왼쪽부터 윤여경, 이지원 선생, 이우녕 선생님


디자인학교라는 곳을 들어보셨나요? 너무 직접적인 이름이라 디자인을 가르치는 모든 학교를 통칭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요. 요즘 디자인 관련 분야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어 디자인 전공생이나 디자이너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곳이죠. 디자인학교는 온라인으로 디자인 관련 다양한 강의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을 통해 디자이너의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곳입니다. 슬로워크와는 파트너십을 통해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죠. 대학교의 현직 디자인전공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 되었는데요. 현직 교수가 왜 학교 밖에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는 걸까요? 여러가지 궁금증을 가지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디자인학교 운영진(윤여경, 이지원)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그 내용을 공유합니다.



인터뷰이 소개


윤여경 선생님(이하, 윤)

현 경향신문 아트디렉터

대표강의: 디자인잡담, 디자인 역사읽기


이지원 선생님(이하, 이)

현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대표강의: 시각디자인 개론, 타입디자인




두 선생님은 현재 대학교에서 디자인학과의 교수로 계신데요. 학교 밖에 ‘디자인학교'를 설립한 이유가 무엇이죠?


이: 교육은 어떤 가르침을 통해서 소양과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주 중요한 역할이죠. 디자인 교육이라 함은 디자이너로서의 소양과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지요. 이는 기술을 전수하거나 지식을 알려주는 활동보다 더 넓은 개념이에요.


세상에는 여러 교육기관이 있고, 그들은 성격에 따라 여러 그룹으로 나눌 수 있어요. 학원은 특수한 목적으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곳이죠. 학교는 학원과 다르잖아요. 학교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활동은 학원의 그것보다 복합적입니다. 저는 그것이 교육과 훈련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학교는 인품과 소양을 길러주는 곳이에요. 단순한 지식이나 기술의 전달과는 달라요.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대학의 역할, 즉, 대학의 개념이자 존재이유죠.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요즘 대학을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대학 교육이 여러가지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서 변질되는 상황이 대학을 대학답지 못하게 만들고 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그 안에서 학생과 교사가 열심히 노력해서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시스템 자체가 이미 학원화 된 상태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의 본질인 교육을 잃고 자멸하는

학교의 밖에서 그 역할을 찾고자 했다.

‘디자인학교’는

디자인 교육의 진정성을 찾고자 하는 시작이다.



윤: 이제 꼭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를 배우고자 할 때 대학이 답인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미 정보 기술력이 워낙 발전한 상황에서 대학에 가야 뭘 배울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인터넷의 수많은 매체를 통해 어떤 콘텐츠라도 정말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그런 교육은 이제 대학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죠. 대학은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갖고 있는 본연의 특색을 버리고 학원화 되어가고 있는데, 그 방향이 누구나 대학등록금을 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향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디자인교육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죠.


그러다 ‘대학이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 디자인 교육을 학교 밖에서 온라인으로 해보자 라는’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교육채널이 다변화되면 대학도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대학의 밖에서 그런 움직임들이 생기면 대학이 위기감을 느끼고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이: 둘 중에 하나예요. 극복하지 못하고 싹 망해버리든지 자정을 통해 대학 본연의 모습을 다시 찾든지요. 그것이 우리가 디자인학교를 설립한 주요동기인 것이죠.



디자인학교_강의1.png

시각디자인개론을 강의하고 있는 이지원 선생님




현재 디자인 관련 교육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비슷한 것 아닌가요?


이: 다른 기초 학문,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경우는 이미 대학 밖에서 배울 수 있는 여건이 많이 갖추어져 있어요. 저술도 워낙 많고,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엄청나게 많이 있잖아요. 하지만 디자인 교육은 지금까지 스튜디오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죠. 그 시대에는 그것이 유효하기도 했고요. 이제 더 이상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요즘은 디노마드, 디자이너스 아카데미 등의 사설 교육기관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헤럴드에서도 준비 중에 있고요. 교육기관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디자인학교가 그 많은 것들 중에 하나를 추가해야 하는 이유가 없거든요.


윤: 그들보다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우리가 할 일은 대학에서 해야 하지만 못하고 있는 것, 인격과 소양의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지식 전달은 다른 곳에서 많이 해주실 수 있겠죠. 그런 다양성이 공존할 때 제대로 된 교육 생태계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디자인 사회에서 디자이너들이 ‘우리에게도 이런 교육도 있고 커뮤니티도 있구나’ 하는  집단지성의 형성, 그런 쪽을 담당하고자 하는 것이죠. 취업이나 기술 관련 교육은 우리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이너의 인격과 소양이라 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의미하며, 이를 키우고자 합니다.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 만드는

디자이너의 커뮤니티, 지속적인 소통의 장

이를 통해

디자이너로서의 소양과 자질을 키우는 것이

디자인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이다.



다른 온라인 사설 교육기관과 ‘디자인학교'의 다른 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 예전부터 디자인 관련 사설 교육기관은 많았어요. 그 형태가 점점 진화해서 세련되어지고 있죠. 필드에서 필요한 기술을 전수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선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까지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져 있어요. 유명한 디자이너를 초빙해 특강을 마련하기도 하면서 풍부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디자인학교는 포트폴리오, 취업, 기술 전수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디자이너가 어떤 자질과 생각을 가져야 올바른 것인지, 결과물과 방법론에 중심을 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갖추어야 할 디자이너의 소양에 중점을 두고 있죠. 물론 다른 디자인 사설 교육기관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그런 것들이 충족될 순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 지식 전달 중심의 수업이 대부분이다 보니 주어진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기술과 지식을 전달해야 하고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멘토링은 불가능 하죠. 디자인학교와 다른 사설 교육기관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 디자인학교는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판단하기에 자질과 능력, 교육에 대한 생각 등 다방면으로 평가했을 때 좋은 선생이라고 생각이 들면 학교의 선생, 멘토가 되고 커리큘럼이나 수업의 주제 등에 제한 두지는 않아요. 어떻게 하면 디자인학교의 학생들과 많은 만남을 만들어줄까 하는 고민을 먼저 하죠. 온라인으로 학교를 오픈을 한 이유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온라인을 통해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해 주고 그 관계를 오프라인에서도 유지하기 위해 소풍, 디자인 캠프 등의 만남의 자리, 커뮤니티를 계속 확대해 가고 있는 거에요.



디자인학교_캠프1.png

2015 디자인 캠프




말씀을 듣다 보니 디자인학교는 무너진 학교의 교육을 학교 밖에서 어떤 행동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하나의 교육 운동처럼 보이는데요. 맞나요?


윤: 네. 일종의 운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디자인학교는 말씀하신대로 디자인 교육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교육 운동이라 할 수도 있지만, 문화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회의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할 때, 어떤 한 분야만의 변화로는 한계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야는 서로 작고 큰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주고 있죠. 어떤 한 엘리트 집단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도 없는 것이에요. 서로 얽혀있는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관점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문제를 제시하고 소통하며 문제의 해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학교는 일단 교육 분야, 더 좁게 우리의 분야인 디자인 교육에서의 문제점을 느끼고 이곳에 일단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에 만들게 된 플랫폼 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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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캠프에서 강의 중인 정연두 선생님



디자인학교의 커리큘럼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윤: 디자인학교에는 커리큘럼에 대한 특별한 가이드가 없습니다. 예전의 교육이 그랬죠 누군가의 15강 수업이 있으면 커리큘럼을 보고 수업을 선택하고 일방적으로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 받고, 정해진 주제에 갇혀서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따르는 방식이었죠. 하지만 우리가 제시하는 방식은 탈 커리큘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제시하는 너무 많은 한계를 둔다고 생각해요.



디자인학교에는 커리큘럼이 없다.

사람이 커리큘럼이다.



예를 들어, 이미지읽기 강의를 맡고 계신 정연두 선생님이 정말 좋은 선생님인데 지금 올라와 있는 8강이 정연두 선생님의 완결이 아니잖나요.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강의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강의료를 지불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 디자인학교에 와서 이 정도는 얘기해주면 좋겠다 라는 자기 컨텐츠를 온라인 상에 맛보기로 꺼내 놓고  ‘자,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합시다.’라고 하는 거죠. 한정된 강의나 커리큘럼을 통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소양과 인격, 자질 등을 길러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학교의 수강생이라 함은 디자인학교라는 커뮤니티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온라인 수업을 통해 일단 어떤 커넥션이 이루어지고 소풍이나 캠프를 통해서 더 긴밀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그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같이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온라인 수업은 그 중 아주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죠.




소풍과 디자인 캠프는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진행되나요?


윤: 소풍이라는 것은 디자인학교를 통해 만나는 모든 모임을 말합니다. 특별한 목적을 갖고 만날 수도, 목적 없이 만날 수도 있어요. 디자인학교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 멘토가 함께 만나는 모든 것을 칭하는 말이에요. 때로는 그저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하러 모일 수도 있고, 토론을 하러 모일 수도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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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캠프1기와 선생님들




디자인 캠프는 소풍 중 하나입니다. 좋은 선생님, 멘토들을 모시고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배우는 장을 만든 것이죠. 이를 통해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선생과 제자로 구분되지도 않고, 선배와 후배로 구분되는 커뮤니티가 아니에요. 그저 디자인 분야에 조금 더 넓은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다각도에서 문제를 보는 중립적인 태도이다.

다양한 만남을 통해

다양한 관점의 생각을 많이 접하는 것

그 시작이 소풍과 디자인 캠프이다.




런 만남의 장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윤: 우리의 목표는 학연, 지연 등의 관계에서 자유롭고 오직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매개로 묶이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겁니다. 소풍이나 캠프를 통해 만나는 모두는 서로가 선생이 될 수도 있고 제자가 될 수도 있어요. 내가 아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더 단단히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만남의 장을 만들고 다양한 시각을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서의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편향된 생각에서 벗어나 다각도에서 문제를 판단할 수 있는 중립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디자인계를 바라보면 그 중립성을 많이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한 트렌드나 여론에서 부각되는 디자이너에 대한 맹목적인 찬양이 주를 이루고 있죠. 그것을 자신만의 필터 없이 좋은 디자인의 관점으로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현상이 디자인 전반의 중립성, 객관성을 잃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요인은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선생들도 마찬가지에요. 그래서 캠프를 통해 꼭 선생님의 생각을 듣는 것이 아니라 참가한 수강생도 자신의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길 바래요. 이를 위해 실제로 작은 미니바를 캠프에 조성할 계획이 있고 최대한 편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캠프 1기가 작년에 진행 되었고 2기가 준비 중에 있습니다. 멘토로는 성재혁, 정연두, 오디너리피플, 김기조, 배달의 민족의 김봉진, 한명수님이 섭외되어있는 상태에요.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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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디자인캠프 포스터(디자인: 박철희)




온라인 디자인학교에 개설 되어있는 강의 중에 3가지를 추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미지읽기_정연두

정연두 선생님은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었던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계신 분입니다. 국내 뿐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죠. 제2의 백남준이라고 불려지고 계신 분이죠. 하지만 국내 디자인 분야에 그만큼 알려져 있지 않아요. 궁금하지 않나요?


디자인과 인간심리_이우녕

모든 분야가 그렇든 인간의 심리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지만 디자인은 특히 보편적 관점이 중요하죠. 그러려면 인지과학, 심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수업은 국내에서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 있죠.


디자인cc_이지원, 강구룡

디자이너들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잘 말하지 않죠. 서로의 작업물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 수업은 참여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선정된 작품의 크리틱을 통해 좋은 디자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너무 무겁지 않고 가볍게 농담도 던지며 진행되는 재밌는 수업이에요.



마지막으로, 디자인학교의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요?


윤: 현재는 온라인 강의와 소풍, 캠프 등의 일부의 장만 마련되어 있는 상태인데, 디자인 교육이나 커뮤니티의 장을 좀 더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입니다.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디자인을 판단하는 기준을 높일 수 있는 장도 마련하여 사회의 전체적인 미적 수준을 높이고 싶어요. 사회 전체의 디자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높아져야 디자이너의 바른 환경이 조성될테고, 그래야 바른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질 것이라 생각해요.





 


by 고라니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