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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도 인포그래픽을 만들었다?




인포그래픽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인포그래픽(Infographics)이라는 용어는 Information과 Graphics의 합성어입니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정보의 시각화라는 뜻으로 196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용어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인포그래픽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초의 인포그래픽은 무엇일까요?



라스코벽화(기원전 1만 7천년 ~ 1만 5천년)



기원전 1만 7천년에서 1만 5천년 사이에 그려진 라스코 동굴 벽화를 최초의 인포그래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벽화는 소 사냥의 정보-어디서, 몇 마리를, 어떻게 잡았는지-를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대량의 정보보다 한 장의 그림이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는데요, 정보의 정리와 기록은 인류가 만들어진 이후 끊임없이 발전해 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포그래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우리에게 익숙한 인포그래픽의 모양을 갖춘 고전 인포그래픽들을 소개합니다.



윌리엄 플레이페어 William Playfair | 그래프(1786년)



스코틀랜드의 기술자이자 경제학자인 윌리엄 플레이페어는 그의 책 ‘경제와 정치의 지도’에서 18세기 영국의 무역과 부채의 변화를 여러 가지 그래프를 사용하여 통계 데이터를 표현했습니다. 이 책에서 최초로 발표된 그래프가 44개나 되어, 그는 데이터 시각화의 선구자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정⋅재계 주요 인사들은 사소한 부분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다. 이런 도표들이 성가시고 피곤하게 세부 사항을 점검하는 수고를 덜어 주고 정보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잘 정리된 그래프는 시간과 수고를 덜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팅게일 Florence Nightingale | 폴라그래프(1858년)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이 인포그래픽을 만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나이팅게일은 병실 위생의 중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이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나이팅게일은 크림전쟁에서 전투로 인해 죽은 사람보다 열악한 위생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이용하여 중첩 막대 그래프와 원  그래프를 합한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모양이 장미 같다고 해서 장미 그래프라고도 불립니다. 파란 부분이 전염병 사망자, 빨간 부분이 전투 사망자, 검정 부분이 기타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입니다. 한눈에 전염병 사망자의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샤를 조셉 미나르 Charles Joseph Minard | 나폴레옹의 행군(1869년)



인포그래픽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보셨을 표입니다. 최고의 통계 그래픽이라고 찬사를 받는 이 그래프는 프랑스의 도시 공학자 샤를 조셉 미나르가 만들었습니다.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진격 및 후퇴 과정을 군사의 수, 이동 경로, 기온 하락 등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왼쪽의 출발 지점에서 422,000명이었던 군사가 이동 경로 마다 줄어 다시 돌아왔을 때 10,000명이 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샤를 조셉 미나르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위험성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로 이 인포그래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토 노이라트 Otto Neurath | 동물은 얼마나 오래 사나?(1930년)



오토 노이라트는 아이소타이프(ISOTYPE)의 창시자로 유명합니다. 아이소타이프는 정보를 언어나 교육수준에 상관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한 것인데요. 오토 노이라트는 그의 아이소타이프와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일관된 규칙’이라는 인포그래픽 방법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규칙을 잘 지키고 필요한 경우에만 변칙을 가해 읽는 이의 혼란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입니다. <동물은 얼마나 오래 사나?>라는 인포그래픽은 동물들을 단순화시켜 표현하고 포유류, 조류, 파충류 등의 동물군을 색상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수명에 따라 차례대로 배치함으로써 어떤 동물이 오래 사는지도 바로 파악할 수 있죠. 모든 요소에 같은 규칙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김정호 | 대동여지도(1861년)



우리나라의 고전 인포그래픽으로 이 지도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대동여지도는 김정호가 1861년에 제작한 한반도의 지도, 지도첩입니다. 보물 1581호이며, 근대적 측량이 이루어지기 전 제작된 지도 중 가장 정확한 지도입니다. 대동여지도는 범례의 중요성을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이 지도는 총 22개의 기호를 사용하여 관아, 성, 온천, 길 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배를 이용할 수 있는 선은 쌍선, 배가 다닐 수 없는 곳은 단선으로 그리는 등 보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호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로는 10리마다 점을 찍어 실제 거리를 알 수 있게 하였는데, 산악지대는 10리의 간격을 좁게 표시했습니다. 이렇게 규칙을 적용하여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려 했다는 점 또한 놀랍습니다. 거기다 한양과 경복궁의 지도, 전국 8도의 인구 등 통계자료까지 첨부되어있다고 하니, 정말로 섬세한 인포그래픽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1395년)



국보 제228호인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태조 4년에 만들어진 이 지도는 천문도, 즉 별자리를 기록한 지도입니다. 큰 원에는 282개의 별자리가 있고, 가운데의 주극원에는 1년 내내 항상 보이는 별을 그렸습니다. 위에 보이는 작은 원에는 24절기 별로 새벽 정남 쪽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를 새겼습니다. 해와 달에 대한 설명, 그리고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만들게 된 경위와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습니다.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를 구역으로 구분하여 하나의 표로 나타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중국의 천문도는 모든 별의 크기가 동일하게 그려진 데 비해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별의 밝기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윌리엄 플레이페어, 나이팅게일, 오토 노이라트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인포그래픽을 선택했습니다. ‘시각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8세기에도 지금도 인포그래픽은 정보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매력적인 시각 도구로서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처 | 인포그래픽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힘,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인포그래픽


작성자: 디자인솔루션본부 디자이너 김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