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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Slowalk

조직 내 여성 인권, 한 발 더 내딛기로 했습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은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성과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젠더 평등을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구글링 해보세요. :-)

#세계여성의날 #internationalwomensday #beboldforchange



‘여성 인권'. 말의 개념과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사회에서는 그 뜻이나 의미에 관한 공감대조차 잘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직 내에서의 여성 인권은 더욱 그렇습니다. 슬로워크는 다른 기업과 뭐가 좀 다른가? 잘 모르겠습니다. 차별이 없는 회사를 표명하지만, 어느새 회사의 의사결정은 주로 남성 리더들이 하고 있고, 여성 구성원의 출산 및 육아휴직이 생기기 전까지 경력 단절에 관한 고민은 거의 해 본 적도 없습니다.


합병 등 이슈로 많은 변화가 있는 2017년의 슬로워크는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가 현재 어느 지점에 있는지, 어떤 이슈들이 있고 실천지향적으로 노력해볼 만한 부분들은 무엇인지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슬로워크와 UFOfactory는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사회적경제 및 비영리 영역에서 독보적인 고객경험을 제공하며,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좋은 일자리 기반을 구축해 나가기 위해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이슈1. 슬로워크는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가요?

최근, 슬로워크의 동종업계라고 볼 수 있는 디자인/테크업계에서 이슈가 된 사건들이 있습니다. 조직 내 성폭력 사건과 이후의 잘못된 대처로 피해자는 일터와 일상, 그리고 생계유지의 의지마저 잃었습니다. 특정 기업의 작업물에 관해 어떤 발언을 한 이후 매장될 뻔한 사회초년생의 경우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벤처 역시 사내에서 일어난 성폭력에 부적절하게 대응하여 공분을 샀습니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게 유독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건 우연일까요?


여성을 타겟으로 한 직접적인 폭력이나 폭력의 가능성은 여성에게 가장 큰 위협이며 슬로워크도 예외는 아닙니다. 조직은 이러한 일들을 사전에 철저히 방지하고, 만에 하나 일어나는 경우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슬로워크는 이에 관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이슈2. 슬로워크에도 유리천장이 존재하나요? 어떻게 극복할 건가요?


500대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 2.3% (OECD, 2014)

1~3급 고위공무원 중 여성 비율 4.5% (인사혁신처, 2014)


슬로워크는 어떨까요? 2017년 3월 8일 기준으로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팀리더: 현재 슬로워크는 17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팀은 수평적인 구조로 일하며, 팀마다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되어 있습니다. 팀리더는 이러한 단위의 리더(팀장)를 의미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비교하기에는 인원 규모와 특성상 차이가 있지만, 위 데이터를 봤을 때 ‘슬로워크에도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경계하고 여성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 이슈에 나름의 인식이 있는 조직이어도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그나마 낫다’라는 상대적 관점이 아닌, 제로베이스에서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합병하기 전의 UFOfactory에서는 일찍이 경력단절 여성과 유연근무와 원격근무를 조건으로 함께 일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후 임원이 된 구성원인데요, 합병 슬로워크는 여성 이슈에 관해서도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배우고 적용할 것입니다.



이슈3. 사내 여성 인권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것이 ‘유별난’ 일인가요?

여성이라면 일반적으로 겪었을 또다른 경험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조직 내에서 성폭력 사례에 문제제기를 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공론화하고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할 때 느껴지는 불편한 시선들. 마치 “남들은 다 ‘고분고분' 잘 지내는데, 왜 쟤만 저렇게 난리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과 분위기는 글로벌 기업이라도 예외가 없습니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여기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사내에서 여성 인권 이슈를 다루는 것이 유별난 일인가?


대답 대신 유엔에서 제정한 이니셔티브 하나를 소개합니다. 바로 슬로워크가 회원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ited Nations Global Compact, UNGC)가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함께 만든 ‘여성역량강화원칙(Women’s Empowerment Principles)’입니다.


<여성역량강화원칙>

WOMEN’S EMPOWERMENT PRINCIPLES


평등이 기업 경쟁력이다

EQUALITY MEANS BUSINESS


1. 양성평등을 위한 고위급 기업 리더십을 구축한다.

2. 직장 내에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한다.

3. 모든 여성과 남성 근로자에게 보건, 안전, 복지를 보장한다.

4. 여성을 위한 교육과 직업 훈련 및 전문인력 개발을 장려한다.

5. 여성역량강화를 위한 사업 개발, 공급망 및 마케팅 활용을 실행한다.

6. 지역사회의 이니셔티브와 정책을 통해 양성평등을 추진한다.

7. 양성평등 달성을 위한 과정을 측정하고 공시한다.


1. Establish high-level corporate leadership for gender equality

2. Treat all women and men fairly at work – respect and support human rights and nondiscrimination

3. Ensure the health, safety and well-being of all women and men workers

4. Promote education, training and professional development for women

5. Implement enterprise development, supply chain and marketing practices that empower women

6. Promote equality through community initiatives and advocacy

7. Measure and publicly report on progress to achieve gender equality


직장 내 여성 인권을 위한 적극적인 실천 노력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도 필수적으로 여기는 보편적인 이슈입니다. 차별과 이에 대한 관심이 보편적인데 차별을 해소하는 사내 여성 인권 노력을 유별나다고 바라보는 것 자체가 차별적 시선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슈4. 사내 여성 관련 이슈에 관해 누가 나서야 하나요?

슬로워크의 ‘여성고충위원회’는 2016년 5월에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CSO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위원회는 아마도 '여성 구성원의 요구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특별히 능동적으로 활동에 나서는 움직임이 없었던 이유로' 목적과 방향성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별다른 활동 없이 2017년을 맞이했습니다.


‘조직에서 여성의 권리를 어디까지 주장할 것인가. 여성이라면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문제들을 조직이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망설이던 한 구성원은 누군가의 메시지 한 통으로 용기를 얻었습니다.


“여러분, 이게 일입니다.”


그리고 지난 2월 넷째 주, 슬로워크 슬랙에 그 구성원이 이런 이야기를 올렸습니다.


[여성고충위원이 주세요]


저는 여성고충위원이 아닙니다. 누군가 믿고 일을 맡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성고충위원이 되고 위원회를 재정비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저는 도망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슬로워크에 어떤 여성 고충이 있나요?’, ‘여성고충위원회가 생길 정도면 문제가 심각하네요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성으로서 슬로워크에서 겪는 고충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슬로워크에 여성고충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는 구성원 절반이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성고충위원회의 일은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고충을 슬로워크가 당연시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여성이 도전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를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그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2. 저에게는 든든한 지지자가 있습니다.

저는 순간 주저하고 숨고 싶습니다(지금도요).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는 제게 든든한 지지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지지자는 제게 어떤(외모, 역할) 것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여성이라면 해야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요리) 자발적 의지와 상관없이 언젠가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습니다. 내가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 짓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할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여성 구성원이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발언하기를 원한다면 그들의 든든한 지지자가 돼야 합니다. 여성이 주저하는 이유를 함께 알아보기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3. 저도 몰라요'

여성문제에 대해서 얘기할 대부분의 사람은 몰라서 나서기가 주저된다고 말합니다. 저도 모릅니다. 여성고충'인지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저에게 쏟아지는 많은 질문에 항상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합니다. ‘명쾌한 말로 당신을 설득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이것은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이미 일어나고 있지만 모두가 쉽게 알지 못하는 일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여성고충위원회의 일은 구성원을 이해시키는 일이 아니라 과정을 계획하는 일입니다.


여성고충위원회에 대한 의문이나 오해를 해소하는 글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여성고충위원이 되고 싶거나, 되고 싶어도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거나, 위원은 아니지만 도움을 주고 싶은 , 여성고충위원회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있는 모두 제게 DM 주세요.


여성고충위원회는 임시 명칭입니다. 위원회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명칭과 활동 계획을 만들어 공유하겠습니다(참고로 남성도 여성고충위원이 있습니다! 대환영!).



용기있는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습니다.


이 글이 올라온지 1주일이 지난 3월 2일, 슬로워크 슬랙에 #committee_slowomen이라는 채널이 생겼습니다. 일곱 명의 구성원이 모여서 해결할 이슈를 정리해보고, 위원회 명칭도 정하고, 활동계획을 세워보기로 했습니다. 남성도 두 명 있습니다(그중 한 명은 공동대표입니다).


여성의 이슈는 모든 약자에 관한 이슈이기도, 소통에 관한 이슈이기도 합니다. 이 움직임을 응원해주세요. 앞으로도 종종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더불어 슬로워크는 우리가 속한 업계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합니다. 조직과 업계를 넘어 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조직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에, 슬로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