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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Design

뉴스레터로 책을 출판합니다

오렌지레터 출판 프로젝트 <월요일 아침 일곱시> 비하인드 

 

 

한 주 간의 소셜섹터 소식을 모아 발행하는 주간 뉴스레터 '오렌지레터', 창간호가 2018년 6월 발행되었으니 벌써 3년이 다 되어갑니다. 새로운 형태의 뉴스레터이자 섹터 내 실무자들을 위한 홍보 플랫폼, 소식통이 되어 '소셜섹터의 바이블'이라는 구독자분의 감사한 칭찬도 들었어요.

 

그런데 1년 반쯤 지났을 때부터 "오렌지레터의 미래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았습니다. 나 자신의 미래도 잘 모르는데 오렌지레터의 미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미래는 잘 몰라도 현재의 목표와 바람은 비교적 뚜렷합니다. 소셜섹터의 든든한 소식통으로서 지금의 오렌지레터를 잘 유지하고, 구독자들의 새로운 요구에 반응하고 그렇게 하나의 단단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에요.

 

그런 생각으로 적절한 때마다 구독자의 소중한 의견을 듣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1년 초에 진행된 설문조사도 같은 맥락이었는데요. 힘든 월요일 아침 오렌지레터 인사말을 보며 힘을 얻는다는 다수의 피드백을 읽으며 내적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리다, 문득 구독자와 거리를 조금 더 좁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월 4일 목요일,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구독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으로 글을 다루는 사람이 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책'이었고, 바로 함께 인사말을 쓰던 팀 동료들에게 공유했어요. 자신 없이 제안했는데 다들 ‘도전해보자'는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힘을 얻었습니다. 그동안 오렌지레터 굿즈 출시를 기다려주셨던 몇몇 구독자분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 달 뒤, 첫 회의가 시작됩니다

 

킥오프 회의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목표, 타깃, 후원 선물 구성, 일정, 홍보방법을 안건으로 논의했어요. 제일 큰 목표는 구독자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굿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왕이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면 좋겠다는 고민이 길던 참이었거든요. 책은 그런 차원에서 딱 맞아떨어지는 물건이었어요.

 

타깃은 당연히 오렌지레터의 구독자, 그중에서도 인사말을 좋아하시는 분으로 설정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설문조사에서 받았던 구독자의 사회생활 경험, 그리고 일반적인 펀딩 프로젝트에 참여율이 높은 그룹을 참고해 2-30대 여성으로 정했습니다.

 

한 달 정도의 기획, 샘플 제작 기간을 두고 펀딩 페이지 오픈 일정을 정하고 후원 선물 구성은 같은 팀 디자이너 길우가 고민하기로 했어요(후원 선물 이야기는 다른 콘텐츠에서 곧 공개할게요). 메인 굿즈인 책을 기획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일곱시> 책 뒷면)

 

책 기획은 이런 순서로 했습니다

 

- 책 기획 의도 정리하기

- 제목 정하기

- 원고 정리하기

- 목차 정하기

- 원고 순서 정하기

- 교정/교열/윤문 하기

 

그 외 디테일을 요하는 다른 부수 작업도 많았지만 큰 얼개는 대략 이렇게 됐어요.

 

1. 책 기획 의도 정리하기: 이번 책은 오렌지레터가 그동안 발행한 뉴스레터에 포함된 인사말을 정리해 엮은 것이기 때문에, 기획 의도 역시 인사말을 쓰는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힘든 월요일 아침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 인생사가 사실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알면 좀 힘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었어요.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이기도 했습니다.

 

2. 제목 정하기: 제목은 오렌지레터의 성격과 의도 또는 주제가 드러나야 했어요. <월요일 아침 일곱시>는 길을 걷다가 불현듯 생각난 이름이었습니다. 오렌지레터의 발행 시간과 일치하기도 하고, 가장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는 주말 직후가 아닐까 해서요. 그런데 <월요일 아침 일곱시>는 보자마자 약간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면이 있어서 부제를 붙였어요. 후보는 '어쨌든 일어나는'과 '가끔 울고 자주 웃는' 2개로 좁혀졌습니다. 전자는 명랑하면서 현실적인 느낌, 후자는 감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2개의 주제를 놓고 내부 설문, 오렌지레터 구독자 설문을 추가로 거쳐 '어쨌든 일어나는 <월요일 아침 일곱시>'가 되었죠.

 

 

3. 원고 정리하기: 인사말을 썼던 누들, 메이, 길우가 각자 썼던 글 중 책에 들어갈 만한 원고를 선정했어요. 슬로워크 서비스만 홍보한 글, 지나치게 시의성만 강조된 글, 슬로워크 또는 오렌지레터를 잘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제외했어요. 그렇게 총 84개의 원고가 선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제 생각보다 많아서, 처음엔 소책자 정도로 생각했는데 200쪽이 훌쩍 넘어서 진짜 책이 되어버렸어요. 

 

4. 목차 정하기: 선정한 원고를 어떤 그룹으로 묶어야 할지도 고민이었습니다. 시간순은 큰 의미가 없어서 어느 때 어느 곳을 펼쳐도 읽기 좋게 주제별로 묶어보자는 생각으로 일단 각 인사말의 키워드를 뽑았어요. 역시 일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답게 대략 성장, 쉼, 회고의 키워드가 많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그럴듯하게 묶을 수 있을까, 한 며칠 머리를 싸매다가 이번에는 샤워하는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역시 인간은 쉴 때 가장 창의적입니다(?)). 어쨌든 일어나는 <월요일 아침 일곱시>니까, 어쨌든 일어나긴 일어나는데 어떤 마음으로 일어날까. '이번주는 내가 진짜 다 뿌신다!' '와 지난주 너무 힘들었다 이번주 좀 쉬자' '인생이 별거냐 그냥 하는 거지' 이런 마음으로 제가 일어나더라고요. 물리적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이런 마음들이 제 속에서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목차는 '자라는 마음' '헤아리는 마음' '기억하는 마음' '쉬어가는 마음' '걸어가는 마음' 총 5가지로 정했어요.

 

5. 원고 순서 정하기: 각 목차의 이름에 맞게 성장, 회고, 기억, 휴식, 일상을 키워드로 삼아 원고를 나누었습니다. 순서는 제목이 나름 이어지도록 맞춰봤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새로운 일을 할 때의 기분은 어떤가요?

- 사실은 설레는 마음인걸요

 

6. 교정/교열/윤문 하기: 오렌지레터는 매주 마감하기 때문에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급한 마음에 오탈자 체크를 못하고 지나가기도 합니다(아주 가끔입니다). 책을 출판하는데 당연히 교정교열과 윤문은 필수죠. 글쓴이 각자의 개성이 묻어 있기 때문에 오탈자를 체크하고,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부연 설명을 달고, 너무 길어지는 문장을 다듬는 정도로 1차 퇴고를 했습니다. 출판 직전 내지 디자인을 적용한 원고로 2차, 3차 퇴고 후 탈고할 예정이에요.

 

 

물론 이것으로 끝이 난 것은 아닙니다. 전체 후원 선물 구성, 디자인, 샘플 제작,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로드, 심사 통과, 페이지 오픈, 성공하기 등의 미션이 이어지는데요. 전체 후원 선물 구성과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곧 또 전할게요.

 

열심히 노력했는데 꼭 책이 나오면 좋겠다, 굿즈도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오픈 3일 만에 100%를 달성해서 책과 굿즈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와-아.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0%를 넘기면 모든 후원자분들에게 스티커 또는 책갈피는 드리는 추가 공약을 달아봤어요. 아래 링크 눌러서 귀여운 굿즈 대잔치도 봐주시고, 홍보도 많이 해주시면 저희도 열심히 만들어보겠습니다!








글 | 슬로워크 브랜드라이터 누들

사진 | 슬로워크 디자이너 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