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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행동하는 20명의 아시아 청년들

제1회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 펠로우십 개최

아시아 청년 20명이 서울혁신파크에 모였어요. 그들이 원하는 급진적인 미래를 소리내어 공유하는 교류의 장이 열린 덕분이었어요. 서울시 청년허브, 서울연구원, 청년재단이 주관한 제1회 '아시아 청년 액티비스트리서처 펠로우십'(이하 아야프, AYARF)이 그 자리였습니다.

올해 처음 열린 아야프는 1월 5일부터 15일까지 10일 동안 청년 '펠로우'들이 문제의식을 발표하고 이후 강연, 워크숍 및 네트워킹을 통해 해결책을 발전시켜나가는 행사였어요.

아시아 각국에서 만 19세~34세의 청년들이 아야프에 참가하기 위해 본인의 역량과 경험을 드러내는 결과물을 최대 3개 제출했어요. 청년과 지구/자연 그리고 청년과 기술 분야에서 '연구', '활동', '커뮤니케이션'했던 내용을 잘 드러내야 했지요. 아야프 운영 측은 개인의 서사, 활동 내용, 성장 욕구, 태도, 잠재력을 기준으로 20명의 펠로우를 최종 선발했어요. 

아야프 펠로우들은 해외 거주 시 항공비, 숙박, 식사를 제공받았어요. 또 아야프 교장단 및 연사와 심화 교류를 할 수 있었고요. 사무국이 추천하는 액티비스트리서처의 강의를 듣고, 본인의 주제에 대해 코칭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 내 자유 연구 활동도 지원받았어요. 사무 공간, 금전적인 지원, 원하는 사람과의 미팅 섭외가 주요 지원 내용이었어요. 

주요 연사로는 대만 디지털특임장관 오드리 탕(Audrey Tang), 뉴질랜드 국회의원 클로이 스와브릭(Chlöe Swarbrick), 산호초 연구자 잭커리 라고(Zackery Rago),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이유진 등 사회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온 국내외 인사가 참여했어요.

교장단에는 슬로워크 대표이자 빠띠 활동가인 권오현, 다크매터랩스 시스템싱킹 디자이너 강은지가 위촉됐어요. 루시드마인드 대표이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불런트 오젤(BÜLENT ÖZEL)과 오드리 탕도 교장단으로 참여했습니다. 

아야프가 진행되는 과정, 이미지 출처: 아야프

주인공은 뭐니뭐니 해도 20명의 펠로우들이었습니다. 청년들은 지역적이고 고유한 이슈들을 공유하면서도, 공통적으로는 각자가 하고 있는 건강한 활동을 바탕으로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단단한 믿음을 품고 있었어요. 첫날 개막식 '급진적 미래 콘퍼런스'의 '디지털 기술과 목소리' 세션에서 10명의 청년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열의를 드러냈는데요. 그 중 국내외 청년 네 명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현장을 생생하게 전합니다. 

1. 셜파 싱 (Shirpa Singh)

#미디어 #청년 #사회변화를_위한_실질적인_활동

셜파 싱

셜파 싱은 인도의 미디어 단체 구하르(Guhaar)에서 일하고 있어요. 구하르는 인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위를 현장에서 보도하는 미디어예요. 기사를 작성하고 인터뷰 영상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공유를 합니다. 사회운동 조직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컨설팅도 해요. 

구하르의 2018년 11월 델리 농민 시위 참여 사진, 이미지 출처: 구하르

예를 들어 2018년 11월 델리에서 일어난 농민 시위에 참여해 소식을 알렸어요. 농민들은 정부에 농산물 최저 가격 보장제와 대출 면제를 요구했어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수자원이 고갈 됐고 수십년 동안 생산성 저하가 계속 되면서 농업이 황폐해졌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이유였죠. 구하르는 미디어로서 시위를 취재하며 사람들의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셜파는 이런 시위가 인도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에너지와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미디어가 더 생겨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도 청년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요. 그래서 기회가 닿는 한 구하르가 미디어로서 고민하고 있는 지점들을 널리 알리고 있어요. 아야프에 참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방 사람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해서 스스로 알릴 수 있게 힘을 주는 것이에요. 스마트폰 가진 사람들을 조금만 훈련시켜서 영상을 찍거나 녹음을 하게 만드는 일이죠. 그 중에서도 청년들은 이미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고요. 사회운동을 기록하고 알리는 방법을 더 널리 퍼뜨릴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이외에도 셜파는 구하르가 앞으로도 믿을 만한 미디어가 되는 것, 그리고 작은 미디어로서 장기간, 주기적으로 보도하는 자원과 능력을 갖추는 것, 이슈를 보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 운동에 직접 참여하며 지방 커뮤니티를 참여시키는 것 등을 목표로 활동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이를 통해 세계에 구하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요. 

"한국에서 SNS와 미디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에 큰 힘을 보탠 것을 보았어요. 큰 감명을 받아서 한국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어요. 구하르도 변화를 일으키는 미디어가 되었으면 합니다."

2. 아낙 두아나이코 (Anaq Duanaiko)

#디지털_격차_해소 #디지털_교육

아낙 두아나이코

아낙 두아나이코는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려고 해요.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 도구를 소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에 문제점을 느꼈어요. 특히 인도네시아의 소도시에서는 기술의 가능성을 볼 기회도 없고, 기술로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다는 교육을 할 여력도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인도네시아 창업가들도 다른 나라들을 따라 스타트업을 만들기는 하지만 P2P 소액 대출 서비스에 몰려요. 그마저도 사용자들에게 P2P, 대출 개념을 설득하면서 비즈니스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구전되어 전해질 수도 있죠. 이것을 바로잡을 기회도 적고요. 또 스타트업 생태계를 꾸려 장기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비즈니스를 하는 창업가도 적어요. 단기적으로 돈을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죠. P2P 소액 대출 서비스 아이템에 창업가들이 몰리는 이유기도 하고요. 디지털 기술이 품은 가능성은 장기적이고 무한한데, 인도네시아에서는 그걸 바라보기가 어려워요."

아낙 두아나이코는 해답을 교육에서 찾아요. 이를 위해 학계, NGO, 업계, 정부, 자본가가 이해관계자가 되어 다음 5개 주제에 대해 열어두고 이야기하면서 혁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요. 한국에서도 들여다볼 만한 주제인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 가짜 뉴스 타파를 위한 정보 습득 및 생산 교육 
- 콘텐츠 제작 교육
- 디지털 도구 사용 방법 교육 
- 데이터 프라이버시 등 보안 교육 
- 문제 해결 교육 

그는 인도네시아 지방들 사이의 디지털 격차도 그렇고, 세계에서 인도네시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디지털 분야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5개 주제를 반영해 디지털 교육 커리큘럼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3. 고아침 

#인공지능 #비판적_사고능력 #시민사회 #공동체

고아침

디지털 문화와 기술적 지식 생산에 관심이 있는 프로그래머, 교육자, 연구자인 고아침은 시민 인공지능(AI) 툴킷(도구와 자원)을 만들려고 해요. 시민들이 'AI 기반 기술/사회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는 늘 기술 변화와 사회/문화적 변화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궁금해하고 기술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들여다봅니다. 4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서 메이커스페이스 <만들자연구실>을 운영했고 비평적 기계학습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계학습에 대한 학제간 이해를 위한 읽기 자료를 만들었어요. 기술 개념과 튜토리얼, 블랙박스, 편향 등 인문사회학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내용을 주로 담았습니다. 자료를 가지고 교육하는 일도 하고요. 

고아침은 AI와 정부 정책, 사회 시스템은 더 커다란 영향력을 주고 받을 것이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다루는 기존 연구자, 활동가 네트워크와 공동체 구성 및 담론 형성을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해요. 

"2019년 12월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공개했어요. 내용을 보니 정부는 '어떻게'에 집중하고 '왜'에는 관심이 없더라고요. 이는 사용자를 수동적인 소비자로 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초자본주의 경제, 감시국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AI를 정책, 사회 변화에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시민들은 AI에 관한 비판적인 관점을 강화하고 생성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활동가와 연구자를 인터뷰하고 사람과 자원의 목록을 만들고 있어요. 실행 가능한 공동체를 꾸릴 계획입니다."

4. 파이잘 푸트라 (Faisal Putra)

#탈학교_청년 #디지털_교육 #모바일_게임 #챗봇

파이잘 푸트라

파이잘 푸트라는 인도네시아의 청년 개발자예요. 기본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과 숫자를 가르치기 위해 디지털 교육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교육은 사회 인프라이고 이를 통해 생산, 소비 재생산을 할 수 있는 개인을 만들어내지만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 탈학교 청년들이 있습니다. 파이잘 푸트라는 교육이 효과를 낼 수 없는 이 청년들에게 교육용 툴을 제공하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을 적용해 학습용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사용자가 조금씩 생기면서 문제점도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이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게임 앱으로 학습한다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경쟁이 심해진다", "협업을 전혀 할 수 없다" 등이요. 그는 대부분 인정하고 디지털로 학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그러다 챗봇을 발견했어요.

"챗봇을 활용해 새로운 사회적 게임을 디자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학습자 그룹에서 실험을 간단하게 해보니 게임 앱보다 챗봇에서 학습할 때 사용자의 참여도가 더 높아졌고, 다시 찾아오는 비율도 높아졌어요. 고무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외진 곳에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 학습자들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하면서 앱을 개발 중이에요."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발표가 이어졌어요. 오다원 연구자는 서울 청년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한 점들을 데이터화해 GUI(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형식으로 표현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었고요. 필리핀 청년 위노나 갈베즈(Wynona Galvez)는 온라인 캠페인을 통해 환경파괴를 중단하자는 메시지를 최대한 널리 알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어요. 그들의 목소리, 눈빛에서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향한 열망을 느꼈어요. 

아야프는 그 꿈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이 되었습니다. 열망과 희망을 기반으로 하되 책임감 있게 설계도 해나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역할도 상상할 수 있었어요. 특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는 시대, 청년들이 어떤 사회를 바라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리 | 슬로워크 테크니컬 라이터 메이